2026년 8월 25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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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레퀴엠(War Requiem), Op. 66 [Edward Benjamin Brit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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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황희 [clarayi77] 쪽지 캡슐

2026-08-21 ㅣ No.2794

                                                                                   

전쟁 레퀴엠(War Requiem), Op. 66
Edward Benjamin Britten 




1940년,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의 역사적인 도시 코번트리는 독일 공군의 무차별적인 폭격을 받았습니다. 이 공습으로 500년 역사를 간직한 코번트리의 중세 성 미카엘 대성당이 지붕이 무너지고 내부는 불타 사라졌으며 벽만 남은 폐허가 됩니다. 


잔해속 에서 수거한 대형 못 3개로 만든 십자가(Cross of Nails)가 세워지고, 이는 전 세계 평화와 화해의 상징이 됩니다. 또한 파괴되었던 이 대성당은 군사적으로도 무의미한 문화유산 파괴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폐허를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두고, 바로 옆에 현대적인 새 성당을 세웁니다.




20세기 영국의 가장 위대한 음악가이자,세계 현대 음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거장 벤자민 브리튼은 새로 재건된 성 미카엘 대성당 봉헌식을 위해 <전쟁 레퀴엠(War Requiem)>을 작곡했습니다. 이 진혼곡은 전쟁을 초래하는 권력과 탐욕, 파괴를 규탄하는 동시에 전쟁으로 희생된 이들을 기리는 작품으로 그의 평화에 대한 염원과 반전(Anti-war) 메시지가 담긴 최고의 명작 중 하나입니다. 열렬한 평화주의자였던 브리튼은 성당 봉헌식을 위해 이 곡을 쓰면서 명확한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전쟁에는 승자가 없다 죽은 자들은 모두 같은 침묵 속에 있다 용서 없이는 평화도 없다."


1962년 5월 30일 영국 중부의 새로 재건된 코번트리의 성 미카엘 대성당에서 초연되었으며, 이후 20세기 음악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이 거대한 규모의 작품은 다음과 같이 나뉜 앙상블의 공간적 배치를 필요로 합니다. 실내 관현악단은 (테너나 바리톤이 부르는) 시 구절을 반주하는 반면, 소프라노와 합창단, 그리고 대규모 관현악단은 라틴어 미사 통상문 부분에 사용되고, 소년 합창단은 전체 오케스트라와 다소 떨어진 곳에 배치되어 오르간과 매우 독특하고 멀리서 들려오는 듯한 소리를 냅니다. 이는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크고 음악 자체의 거대한 스케일만큼이나 그 안에 담긴 평화와 화해, 용서의 메시지가 묵직한 울림을 주는 곡입니다.

 

브리튼은 전통적인 가톨릭의 라틴어 위령미사(레퀴엠) 텍스트 사이에, 영국의 시인인 윌프레드 오언(Wilfred Owen)이 남긴 시(전례 외의 시) 9편을 삽입하여 두 텍스트가 서로 대화하듯 교차하는 독창적인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하느님께 자비를 구하는 전통적인 기도와, 오원의 시를 통해 인간들이 서로를 학살하는 전쟁의 현실이 동시에 교차되면서 죽어가는 병사들의 참상을 대비시킵니다.


군인이었던 오언은 제1차 세계대전 전선에서 복무하며 한병사가 겪은 전쟁의 잔혹함과 전투가 지닌 무의미한 전쟁 학살 속에서 젊은이들이 죽음에서 존엄성이 상실되는 병사들에 대한 연민을 시로 담아낸 영국의 시인이었습니다. 그는 1918년 11월4일 이른 아침, 휴전 협정 체결이 선포 되기 불과 7일 전에 25세의 젊은 나이로 프랑스 전선에서 전사하는 비극을 맞이 합니다.


전체는 6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Requiem aeternam - 00:01 영원한 안식

Dies irae 9:45 II. 진노의 날

Offertory 37:30 III. 봉헌송

Sanctus 48:09 IV. 거룩하시도다

Agnus Dei 1:00:07 하느님의 어린양

Libera me 1:04:10 저를 구하소서


Britten:War Requiem with John Eliot Gardiner | NDR Elbphilharmonie Orchestra

세계적인 지휘자 존 엘리엇 가디너는 1992년 뤼베크에서 열린 SHMF 마지막 콘서트에서 벤저민 브리튼의 전쟁 레퀴엠을 지휘했습니다. 


지휘: 존 엘리엇 가디너 / 소프라노: 루바 오르고나소바

테너: 앤서니 롤프 존슨 / 바리톤: 보예 스코프후스

NDR 엘프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런던 몬테베르디 합창단 (마스터링: 존 엘리엇 가디너)

1992년 뤼베크 성 마리엔 교회에서 열린 SHMF 피날레 콘서트 실황 녹음.


벤자민 브리튼의 전쟁 레퀴엠은 곡의 거대한 규모와 독특한 무대 배치 때문에 녹음이나 재생 환경에 따라 소리가 유독 작거나 잘 안 들릴 수 있는 대표적인 곡입니다. 음반으로는 실연의 음향과 느낌을 전달 할수 없는 곡입니다. 이 곡은 정밀하게 음향 밸런스를 잡은 스튜디오 녹음이나 고음질 명반으로 들으셔야 진가를 알 수 있습니다.


<전쟁 레퀴엠(War Requiem)>의 연주 시간은 약 1시간 30분입니다.




1. Requiem aeternam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00:01] 

작품의 문을 여는 어둡고 엄숙한 악장입니다. 멀리서 울리는 장송곡풍의 종소리와 합창단의 낮은 속삭임으로 시작됩니다. 

테너 독창이 오언의 시 <파멸한 청춘을 위한 찬가>를 노래하며, 전쟁터에서 대포 소리를 장송곡 삼아 죽어간 젊은이들을 애도합니다.


[합창] chorus

주님,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들에게 비추소서

[소년 합창] boys' choir

하느님, 시온에서 찬미가 당신께 드려지며

예루살렘에서 주님께 서원이 바쳐지리이다

제 기도를 들어주소서.

모든 육신이 당신께 나아가리이다.

[합창]  chorus

주님,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들에게 비추소서.

[테너 독창]  tenor solo

오언의 시 : Anthem for Doomed Youth (파멸한 청춘을 위한 찬가) 


 

 

가축처럼 죽어가는 이들을 위해 무슨 종을 울려 주겠는가?

오직 포탄의 기괴한 분노뿐. 

오직 더듬거리는 소총들의 빠른 연발음만이

그들의 다급한 기도를 대신해 쏟아질 뿐이다

이제 그들에게 조롱도 없고, 기도도, 종소리도 없다.

애도의 목소리라곤 오직 합창뿐이니,

날카롭고, 울부짖는 포탄들의 광기 어린 합창.

슬픈 고장 땅에서 그들을 부르는 나팔 소리뿐이다.

그들을 떠나보내기 위해 어떤 촛불이 밝혀질 수 있겠는가?

소년들의 손이 아니라 그들의 눈 속에서 

작별의 성스러운 빛이 비치리라.

소녀들의 창백한 이마가 그들의 관보가 되고

인내하는 마음의 다정함이 그들의 꽃이 되리니.

느리게 저무는 황혼이 질 때마다 (애도의) 블라인드가 내려진다.


[내려지는 블라인드(drawing-down of blinds) – 이는 가족이 사망했을 때 고인을 기리기 위해 집안의 블라인드를 내리던 영국의 관습을 가리킵니다. 황혼이 질 때마다 더 많은 블라인드가 내려진다는 것은 곧 더 많은 병사가 전사했음을 의미합니다.]


[합창] (chorus)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님,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2. Dies irae (진노의 날) [09:45] 

전체 작품 중 가장 길고 극적인 악장입니다. 금관악기의 거친 울림과 불규칙한 리듬이 최후의 심판 날에 닥칠 신의 진노와 공포를 묘사합니다. 심판의 나팔 소리는 전쟁터의 총성으로 대체됩니다. 바리톤과 테너가 번갈아 가며 전쟁터의 참상, 무기력하게 죽어가는 병사들의 슬픔을 격정적으로 노래합니다.

 

[합창] (chorus)

이 날, 진노의 그 날은

다윗과 시빌라가 예언한 대로

세상을 재로 소멸시키리라.

얼마나 큰 떨림이 있으랴

심판자가 오실 때

모든 것을 엄정히 심판하시리라.

나팔은 두려운 그 소리를 흩뿌리며 

온 땅의 무덤을 가로질러

모두를 보좌 앞으로 불러 모으리라.

죽음과 자연이 경악하리니

인류가 일어설 때

심판자 앞에서 모든 것이 드러나리라

[바리톤]  (baritone solo) 

오언의 시 : But I was Looking at the Permanent Stars

(그러나 나는 영원한 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팔 소리가 울려 퍼저 저녁 공기를 슬프게 울리고

그에 답하는 나팔 소리가 듣기에 애처롭다.

소년들의 목소리는 강가에 울려 퍼지고

잠이 그들을 품에 안았고, 황혼은 슬픔 속에 남았다.

내일의 그림자가 사람들을 짓누르고

오랜 절망의 목소리들이 체념한 채

내일의 그림자에 고개 숙여 잠들었다. 

[소프라노] (soprano solo and semi-chorus)

기록된 책이 펼쳐지니

그 안에 모든 것이 담겨 있어

세상이 심판을 받으리라.

심판자가 자리에 앉으시면

숨겨진 모든 것이 드러나고

벌받지 않을 것은 하나도 없으리라.

[합창]

그때 가련한 나는 무엇을 말하리요?

어느 중재자에게 의지하리요?

의인조차 안심하지 못할 그때에.

[소프라노& 합창]

엄위하신 임금이시여,

구원받을 자를 은총으로 구하시니,

자비의 샘이시여, 저를 구하소서.

[테너 & 바리톤] (tenor and baritone) 

오언의 시 : The Next War (다음 전쟁)

저 밖에서 우리는 죽음과 꽤 다정하게 함께 걸어왔네.

그와 마주 앉아, 담담하고 무심하게 식사도 했지.

그가 우리 손의 식기를 엎질러도 너그럽게 넘겼고

그의 숨결에서 풍기는 짙고 푸른 냄새를 맡기도 했네.

눈물은 흘렸지만 우리의 용기는 꺾이지 않았지.

그는 총알로 우리를 향해 침을 뱉듯 퍼부었고

파편을 기침하듯 뿜어댔네. 

그가 머리 위에서 노래할 때 우리는 합창했고

그가 낫으로 우리를 스쳐 갈 때도 우리는 휘파람을 불었지. 

오, 죽음은 결코 우리의 적이 아니었네!

우리는 그를 비웃고, 그와 손을 잡았지, 오랜 친구처럼.

병사는 그의 위력에 맞서 싸우라고 돈을 받는 것이 아니네.

우리는 더 나은 이들이 올 것을 알며 웃었고

더 거대한 전쟁들을 알며 웃었지.

그때에는 모든 자랑스러운 전사는 외치리라

생명을 위해 죽음과 싸운다고.

사람이 아니라, 깃발을 위해서라고.

[합창] (women's chorus)

자비로우신 예수님, 기억하소서.

제가 당신께서 그 길을 걸으신 이유임을.

그날에 저를 내치지 마소서

저를 찾으시다 당신은 지쳐 쓰러지시고

십자가의 고난을 견디시어 저를 구원하셨으니

그 큰 수고가 헛되지 않게 하소서.

죄인인 저는 탄식하며

죄책으로 제 얼굴이 붉어지나이다.

하느님, 간청하는 자를 용서하소서

마리아를 용서하시고

강도의 기도를 들어주신 당신은

저에게도 희망을 주셨나이다.

저를 양때 가운데 두시고

염소들과는 갈라 놓으시어

당신의 오른편에 세워 주소서.

저주받은 자들이 내쳐져

터오르는 불길 속에 던져질 때,

복된 이들과 함께 저를 불러주소서

엎드려 간절히 청하오니 

재로 갈린 듯한 저의 마음. 을 굽어보시어

저의 마지막 때를 도와 주소서

Confutatis (men's chorus)

[바리톤] (baritone solo) 오언의 시

Sonnet On Seeing a Piece of Our Heavy Artillery Brought into Action

(우리의 중포가 전투에 투입되는 것을 보고)

천천히 들어 올려져라 길고 검은 팔이여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저주하려는 거대한 포여

너의 힘이 필요한 그 오만함을 향해 뻗어

그 죄가 더 커지기 전에 꺾어 버려라

그러나 그 주문이 완전하고 온전히 걸릴 때

하느님께서 너를 저주하시고

우리 영혼에서 너를 끊어내시기를!

[합창] (chorus)

이 날, 진노의 그 날은

다윗과 시빌라가 예언한 대로

세상을 재로 소멸시키리라.

얼마나 큰 떨림이 있으랴

심판자가 오실 때

모든 것을 엄정히 심판하시리라.

[소프라노 & 합창] (soprano and chorus)  

눈물로 가득한 이날은

재에서 인간이 다시 일어나

심판을 받게 되니,

오 하느님, 그를 불쌍히 여기소서.

[테너] (tenor solo) 

오언의 시 :  Futility (헛됨)

그를 햇빛 속으로 옮겨 주게

그 부드러운 빛은 한때 그를 깨우곤 했지

고향에서 아직 씨 뿌려지지 않은 들판을 속삭이며.

그것은 언제나 그를 깨웠지 프랑스에서도.

오늘 아침 이 눈이 내리기 전까지는.

이제 그를 깨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인자한 오래된 태양은 알 것이라네.

[소프라노 & 합창]

오, 눈물로 가득한 이날...

[테너] (tenor solo) 

오언의 시 : Futility (헛됨)

태양이 어떻게 씨앗들을 깨우는지 생각해보게 

한때 차가운 별의 흙도 깨웠던 것처럼.

그토록 귀하게 얻어진 팔다리, 옆구리, 

온전히 살아있고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데도 

정녕 다시 움직일 수 없는 것인가?

이것을 위해 진흙이 높이 자라났단 것인가?

[소프라노&합창]

재에서 다시 일어나…

[테너]

이것을 위해 진흙이 높이 자라났던 것인가?

[소프라노 & 합창]

죄인이 심판받기 위해.

[테너]

오, 무엇 때문에 어리석은 햇살은

대지의 잠을 깨우려 그토록 애를 썼단 말인가?

[합창]

자비로우신 주 예수님,

그들에게 안식을 주소서.

아멘.


3. Offertory (봉헌송) [37:30] 

아브라함이 이삭을 제물로 바치려 했던 성경의 이야기를 노래합니다. 전통적인 성경 이야기에서는 천사가 나타나 아들을 죽이지 말라고 만류하지만, 뒤이어 나오는 테너와 바리톤의 이중창은 오언의 비판적인 시를 노래합니다. 시 속의 아브라함은 천사의 말을 무시하고 유럽의 젊은 세대의 절반을 차례로 학살 합니다. 기성세대의 탐욕으로 젊은이들이 전쟁터에서 희생되는현실을 비판하는 대목입니다.

 

[소년 합창] (boys' choir)

영광의 임금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여,

세상을 떠난 모든 영혼들을

지옥의 형벌과 깊은 구렁에서 구하소서.

사자의 입에서 그들을 건지시어,

지옥이 그들을 삼키지 못하게 하시고,

어둠 속에 떨어지지 않게 하소서.

[대합창] (chorus)

거룩한 깃발을 든 성 미카엘이

그들을 거룩한 빛으로 인도하게 하소서.

주님께서 아브라함과

그 후손에게 약속하신 대로.

[chorus] 

 아브라함과 그 후손에게 약속하신 대로. (푸가(fuga) 형식으로 반복)

[테너 & 바리톤] (tenor and baritone) 

오언의 시 : The Parable of the Old Man and the Young

(노인과 청년의 비유)

그리하여 아브람은 일어나 나무를 쪼개고 길을 떠났으며

불과 칼을 들고 함께 갔다.

두 사람이 함께 길을 가는 동안

맏아들 이사악이 말하였다.

내 아버지여, 여기 불과 칼은 있으나

번제에 바칠 어린양은 어디에 있습니까?

그러자 아브람은 그 젊은이를 벨트와 끈으로 묶고

방벽을 쌓고 참호를 파며

손을 들어 자기 아들을 죽이려 하였다.

그때, 보라, 하늘에서 천사가 그를 불러 말하였다.

그 아이에게 손을 대지 말라

그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

보라, 뿔이 덤불에 걸려 있는 숫양이 있으니

그를 대신 오만의 숫양을 바치라 하였으나

그러나 그 노인은 그리하지 아니하고

자기 아들을 죽였다.

그리고 유럽의 자손 절반을, 하나씩.

[소년 합창]  (boys' choir)

주님,  찬미의 제사와 기도를 주님께 바치오니,

오늘 저희가 기억하는 이들의 영혼을 받아주소서.

주님, 그들을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가게 하소서.

아브라함과 그 후손에게 약속하신 대로

[합창] (chorus)

아브라함과

그 후손에게 약속하신 대로.


4. Sanctus (거룩하시도다) [48:09] 

소프라노 독창과 타악기의 화려한 울림, 그리고 합창단의 거대한 "호산나" 외침이 신의 영광을 찬미합니다. 하지만 이 찬란한 음악뒤에 바리톤의 쓸쓸한 독창이 이어집니다. 생명의 끝을 마주한 인간이 죽음 이후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지 모른다는 실존적인 허무함과 두려움을 노래합니다.


[소프라노 & 합창] (soprano solo and chorus)

거룩하시도다, 거룩하시도다, 거룩하시도다

만군의 주 하느님,

하늘과 땅이 당신의 영광으로 가득하나이다.

높은 곳에서 호산나.

거룩하시도다.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찬미받으소서.

높은 곳에서 호산나.

거룩하시도다.

[바리톤] (baritone solo) 

오언의 시 : The End (종말)

동쪽에서 번개의 섬광이 터져 나온 뒤

천둥 구름이 장엄하게 펼쳐지고, 전차의 보좌가 드러난 뒤

시간의 북소리가 울려 퍼지다 멈추고

서쪽의 청동빛 하늘에서 긴 퇴각의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질 때

이 몸들은 다시 살아날 수 있는가?

참으로 모든 죽음을 없애시고, 모든 눈물을 닦아주시는가?

생명의 빈 혈관에 다시 젊음을 채우고

늙음을 불멸의 물로 씻어주시는가?

내가 백발의 노년에게 묻자 그는 그렇지 않다 말한다.

내 머리는 눈처럼 무겁게 내려앉아 있다.

내가 귀 기울여 대지의 소리를 들으면 대지가 말한다.

나의 불타는 심장은 움츠러들고 아프다. 그것은 죽음이다.

나의 오래된 상처들은 결코 영광스럽게 되지 않을 것이며

나의 거대한 눈물 바다도 마르지 않을 것이다.


5. Agnus Dei (하느님의 어린 양) [1:00:07]

이 곡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슬픈 악장 중 하나입니다. 제1차 세계대전의 참혹한 격전지였던 프랑스 앙크르강 근처, 포탄이 빗발치는 교차로에 팔다리가 부러진 채 서 있는 예수님 십자가를 보며 전선에서 아군과 적군 병사들의 고통을 예수님의 고난에 투영한 것입니다. 그 존재만으로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그리스도의 이미지에 의해 더욱 증폭됩니다. 테너가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를 전쟁터의 부상병들에 비추어 노래하면, 라틴어 합창이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를  노래합니다.


[테너] (tenor solo)

오언의 시 : At a Calvary near the Ancre (앙크르 근처의 십자가 상에서)

포격으로 부서진 길목마다

언제나 한 분이 매달려 계신다.

이 전쟁 속에서 그분 또한 한 지체를 잃으셨으나

그분의 제자들은 흩어져 숨어 버렸고

이제는 병사들이 그분과 함께 고통을 짊어진다.

[합창]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

그들에게 안식을 주소서.

[테너]

골고타 근처를 거니는 수많은 사제들.

그들의 얼굴에는 오만이 서려 있네

그들은 짐승의 표를 몸에 지녔다 자부하며

온유하신 그리스도를 부인한다.

[합창]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

그들에게 안식을 주소서.

[테너]

서기관들은 사람들을 몰아세우며

국가에 대한 충성을 외쳐댄다.

[합창]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

[테너]

그러나 더 큰 사랑을 지닌 자들은

자신의 생명을 내어놓으며, 미워하지 않는다.

[합창]

그들에게 안식을 주소서.

[테너]

저희에게 평화를 주소서.


6. Libera me (저를 구하소서) [1:04:10]

지옥의 형벌로부터 구원을 갈망하는 거대한 행진곡으로 시작되어 음악은 적막 속으로 고요해집니다. 전쟁 레퀴엠(War Requiem)의 결말은 화해와 평화를 향한 간절한 호소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전쟁터에서 서로를 죽여야 했던 영국군 병사(테너)와 독일군 병사(바리톤)가 영혼이 되어 만납니다. '나의 친구'라 부르며 오직 평화로운 안식을 원할 뿐입니다. “이제 우리 잠듭시다"(Let us sleep now)라며 서로를 용서하고 화해합니다. 이 말은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은 모든 이들을 위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연주자와 소년 합창단이 합류하여 영원한 안식(In paradisum)을 합창하며 '그들이 평화롭게 잠들기를. 아멘.'으로 잔잔하고 깊은 여운 속에 곡이 마무리됩니다.


[합창](grand organ, soprano solo and chorus)

주님, 저를 영원한 죽음에서 구하소서,

그 두렵고 떨리는 날에,

하늘과 땅이 흔들릴 그때에,

주님께서 불로 세상을 심판하러 오실 때에.

[소프라노 & 합창]

저는 떨며 두려움에 사로잡혔나이다,

심판이 다가오고 장차 올 진노를 생각하며.

주님, 영원한 죽음에서 저를 구하소서.

하늘과 땅이 흔들릴 때에.

그날, 진노의 날, 재앙과 고통의 날,

참으로 크고도 한없이 쓰라린 그날에

주님, 저를 구하소서.

[테너 독창] (tenor and baritone) 

오언의 시 : Strange Meeting (기묘한 만남)

마치 전투에서 벗어난 듯 보였네

오래전에 파여진 깊고 둔탁한 터널을 따라

거대한 전쟁이 화강암을 갈라 놓았던 그곳을 지나.

그곳에는 짐에 짓눌린 채 잠든 이들이 신음하고 있었고

생각이나 죽음에 너무 깊이 잠겨 움직일 수 없었네.

내가 그들을 살필때 한 사람이 벌떡 일어나 나를 쳐다보았네.

초점 없는 눈에는 가련한 알아봄이 서려 있었고

마치 축복이라도 하듯 고통스러운 손을 들어 올렸네.

총성도 울리지 않았고, 굴뚝을 타고 내려오는 신음도 들리지 않았네.

"낯선 친구여," 내가 말했다. "여기서는 슬퍼할 이유가 없소."

[바리톤 독창] 

“없다네,” 그가 말했다. 다만 이루지 못한 세월과

절망 외에는 없네. 그대가 가졌던 어떤 희망도

곧 나의 삶이기도 했다네 나는 세상에서 

가장 거친 아름다움을 좇아, 거친 사냥에 나섰고

나의 기쁨으로 많은 이들이 웃었을 것이며

나의 눈물로 무언가 남겨졌을지도 모르지만,

이제 그것도 사라져야만 하네. 말하지 못한 진실.

전쟁의 비애, 전쟁이 걸내낸 연민을 말하네.

이제 사람들은 우리가 망쳐놓은 것에 만족하거나

아니면 불만에 차 대담하게 끓어오르다 흘러넘치겠지.

그들은 암호랑이처럼 재빠르게 움직일 것이고

국가들이 발전에서 멀어질지라도 

아무도 대열을 이탈하지 않을 것이네.

성벽도 없는 헛된 요새를 향해

후퇴하는 이 세상의 행진을 우리는 놓쳐 버렸네.

그 다음에, 많은 피가 그들의 전차 바퀴를 가로막을 때

나는 맑은 샘물로 그 바퀴들을 씻어내고자 했네

전쟁을 위해 우리가 너무도 깊이 팠던 샘물

지금껏 존재했던 가장 감미로운 샘물로 말이네.

나는 그대가 죽인 적이라네, 나의 친구여.

이 어둠 속에서 그대를 알아보았네.

어제, 그대가 나를 거쳐 찌르고 죽일 때,

나는 막아냈으나, 내 손은 꺼려졌고 차가웠네.

[테너와 바리톤]

“이제 우리, 잠드세.” 

[소년 합창, 이어서 합창과 소프라노]

(organ, boys' chorus, soprano and mixed chorus)

천사들이 그대를 낙원으로 인도하기를

순교자들이 그대를 맞이하기를

거룩한 도성 예루살렘으로 인도하기를.

천사들의 합창이 그대를 맞아들이고

한때 가난했던 라자로와 함께

영원한 안식을 누리게 하소서.

[소년 합창] 

주님,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들에게 비추소서.

[합창]

천사들이 그대를 낙원으로 인도하기를.

[소프라노]

천사들의 합창이 그대를 영접하고

[테너와 바리톤]

이제 우리 잠드세.

이제 우리 잠드세.

이제 우리 잠드세.

[합창]

그들이 편히 쉬게 하소서. 아멘.

[합창]

그들이 평화 속에 쉬게 하소서. 아멘.


War Requiem: The complete text

https://www.classicfm.com/composers/britten/guides/war-requiem-the-complete-text/

링크 싸이트에서 첫번째 테너 독창에서

No mockeries for them from prayers or bells,을

No mockeries now for them, no prayers nor bells, 수정

Their flowers the tenderness of silent minds,을

Their flowers the tenderness of patient minds,수정





불에 탄 잔해 속에서 두 개의 그을린 대들보를 십자가 형태로 세우고 그 아래에 "아버지, 용서하소서(Father, forgive)"라는 문구를 새겨 넣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그 참혹한 밤을 딛고 일어선 용서와 화해의 상징이 되었으며 대성당 뒤편의 유리 벽을 통해서는 경고와 기억의 상징으로 남아 있는 옛 성당의 폐허를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까지 전쟁의 참상을 증언하는 성당의 폐허처럼, 반세기가 훌쩍 흐른 지금, 과거의 교훈이 점차 외면당하는 듯한 현실 속에서 <전쟁 레퀴엠>은 단순한 역사적 유물에 머무르지 않고, 다시금 뼈아픈 물음을 던지는 작품으로 다가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어느 곳에서 계속되는 전쟁의 참상은 우리에게 깊은 무력감을 안겨주며, 가장 연약한 이들이 흘리는 눈물은 슬픔을 더합니다. 평화를 빼앗긴 채 두려움 속에 떨고 있을 수많은 생명들을 떠올립니다. 전쟁의 종식을 위하여, 이 거대한 진혼곡을 통해 내일의 평화를 간절히 염원해 봅니다.


"주님,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그리고 이 땅에, 참된 평화를 주소서.






'전쟁 레퀴엠'은 브리튼의 작곡도 훌륭하지만, 참혹한 전장을 직접 겪은 이가 온몸으로 써 내려간 오언의 시가 음악 속에 인간의 고통과 연민을 더욱 깊이 새겨 넣습니다. 특히 그의 시는 단순한 텍스트를 넘어, 음악이 미처 다 말하지 못한 진실을 조용히 드러내며 더 오래 마음에 머무는 울림으로 남습니다. 


2. Dies irae (진노의 날)

[테너] -오언의 시 Futility (헛됨) 일부.

태양이 어떻게 씨앗들을 깨우는지 생각해보게 

한때 차가운 별의 흙도 깨웠던 것처럼.

그토록 귀하게 얻어진 팔다리, 옆구리, 

온전히 살아있고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데도 

정녕 다시 움직일 수 없는 것인가?

이것을 위해 진흙이 높이 자라났단 것인가?


진흙이 사람을 뜻힙니다. 사람은 흙(진흙)으로 빚어진 존재. [창세기 2장7절] 

시를 처음 읽을 때는 그냥 땅이나 흙을 뜻하는 줄 알고 지나치기 쉬운 부분이죠. 하느님이 공을 들여 '진흙'을 마침내 고귀한 '사람'으로 키워냈는데, 전쟁터에서는 결국 한 줌의 차가운 흙으로 돌아가는 전쟁의 허무함을 이보다 더 뼈아프게 비판한 은유는 없을 겁니다..


윌프레드 오언은 자신이 쓴 시 대부분이 출판되는 것을 보지 못한채 젊은 나이에 전사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이 책은 오언 연구의 권위자인 영국의 문학 평론가이자 시인, 옥스포드 대학교 교수였던 존 스톨워시(Jon Stallworthy)교수님이 집필한 책입니다. 오언의 완성된 주요 시들뿐 아니라 중요한 미완성 단편들까지 함께 수록하고 있으며, 그의 시 전반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자료를 폭넓게 담고 있습니다



 

 

 

브리튼의 전쟁 레퀴엠(War Requiem) Op.66은 

영국 최고의 작곡가와 위대한 시인 중 한 사람이 빚어낸 놀라운 조화의 역작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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