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
연중 제22주간 화요일 |
|---|
|
한국에 가면 꼭 들리는 곳이 있습니다. 용인에 있는 ‘성직자 묘지’입니다. 맨 윗자리에는 한국인 최초의 주교였던 노기남 대주교님, 많은 분의 사랑을 받으셨고 사랑하셨던 김수환 추기경님, 기억력이 좋으셨고 늘 기도 중에 함께하셨던 정진석 추기경님, 외유내강을 보여 주셨던 유경촌 주교님이 성직자 묘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먼저 하느님 품으로 가신 사제들이 있습니다. 성직자 묘지를 하나하나 돌아보며 고인이 되신 사제를 위해서 기도하였습니다. 예전에 어르신들이 하였던 말이 생각납니다. ‘세상에 올 때는 순서가 있지만, 세상을 떠날 때는 순서가 없다.’ 후배 신부님들도, 사랑하는 동창 신부들도 먼저 하느님 품으로 가서 천상의 별이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삶은 그 길이로 평가되는 것이 아닙니다. 삶은 임마누엘이신 주님과 함께하였는지로 평가되는 것입니다. 9월의 첫날입니다. 한국교회는 ‘순교자 성월’로 지내고 있습니다. 103위 성인과 124위 복자와 순교자들의 전구로 세상을 떠난 성직자들이 평화의 안식 얻기를 청합니다. 세상을 떠난 사제들의 묘비를 바라보며 바오로 사도의 강인함과 열정을 떠올렸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수많은 박해와 고난 속에서도 “나는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라고 고백하였습니다. 또한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사제들의 삶도 그러했을 것입니다. 때로는 외롭고 힘들었지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었고, 맡겨진 양 떼를 위하여 기도하며 믿음을 지켰을 것입니다. 묘지에 있는 사제들은 이제 말이 없지만, 그분들이 걸어온 삶은 저에게 끝까지 달려야 할 길과 지켜야 할 믿음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고 있었습니다. 사도들이 부족함이 있었던 것처럼 성직자 묘지에 있는 사제들도 부족함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돌아온 아들을 따뜻하게 맞이하였던 아버지처럼 자비하신 하느님께서는 사제들을 자비로운 품으로 받아주셨으리라 믿습니다. 그분들의 묘비 앞에서 바오로 사도의 겸손과 헌신도 생각하였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많은 일을 이루었지만 “나는 사도들 가운데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이며, 사도라고 불릴 자격조차 없는 사람입니다.”라고 고백하였습니다. 그러나 바오로 사도의 겸손은 자신을 무가치하게 여기는 데 머물지 않았습니다. 그는 “나에게는 삶이 곧 그리스도입니다.”라고 고백하였고,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리스도가 생의 전부였기에 자신을 낮출 수 있었고, 그리스도께서 자기 안에 사셨기에 기꺼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었습니다. 참된 사제의 삶도 자신의 이름을 남기는 삶이 아니라 자신을 비우고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삶입니다. 용인 성직자 묘지에서 만난 사제들의 침묵은 제게 이렇게 말하는 듯했습니다. “강인하게 믿음을 지키고, 열정적으로 복음을 전하며, 겸손하게 자신을 비우고, 그리스도를 위하여 기꺼이 모든 것을 바쳐야 합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세상의 영이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오시는 영을 받았습니다.” 세상의 영은 더 많이 소유하고, 더 높은 자리에 오르며, 다른 사람을 지배하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영은 우리에게 나누고, 낮아지고, 돌보라고 말합니다. 세상의 영은 피조물을 인간의 욕망을 채우는 도구로 여기게 하지만, 하느님의 영은 모든 피조물을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맡겨 주신 선물로 바라보게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더러운 영을 꾸짖어 내쫓으십니다. 사람을 억압하고 생명을 파괴하는 악의 세력 앞에서 예수님께서는 침묵하지 않으셨습니다. 오늘날 인간의 욕심과 탐욕으로 피조물이 신음하고 있다면, 우리도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생명을 파괴하는 세상의 영을 물리쳐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생명을 살리고 돌보는 하느님의 영을 따라야 합니다. 용인 성직자 묘지에서 만난 사제들의 침묵은 제게 이렇게 말하는 듯했습니다. “강인하게 믿음을 지키고, 열정적으로 복음을 전하며, 겸손하게 자신을 비우고, 그리스도를 위하여 기꺼이 모든 것을 바쳐야 합니다.” 우리도 언젠가는 흙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이 그리스도 안에 머물렀다면 죽음은 모든 것의 끝이 아니라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길이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바오로 사도처럼 고백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스도께서 내 생의 전부입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 나는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 번호 | 제목 | 등록일 | 작성자 |
|---|---|---|---|
| 191594 |
양승국 신부님_주눅 들거나 위축되지 않으시는 예수님! |
2026-08-31 | 최원석 |
| 191593 |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
2026-08-31 | 최원석 |
| 191592 |
전삼용 신부님_왕이 '된' 사람은 모든 이를 왕으로 대한다. |
2026-08-31 | 최원석 |
| 191591 |
8월 31일 월요일 / 카톡 신부 |
2026-08-31 | 강칠등 |
| 191590 |
08.31.월 / 한상우 신부님 |
2026-08-31 | 강칠등 |




게시판 운영원칙
Help Des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