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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승수신부님 [연중 제22주간 금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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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2주간 금요일] 루카 5,33-39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옳다고 믿는 것을 따르는 법입니다.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은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율법을 따랐습니다. 그러나 그저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따르는 건 스스로 옳다고 여길지 몰라도 사실은 틀렸습니다. 나를 만드신 분의 뜻을 묻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건 하느님을 주님으로 믿고 따르는 ‘신앙’이 아니라, 내 주관과 고집을 따르는 ‘교만’에 가깝지요. 그래서 스스로는 옳은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할 지 몰라도 하느님의 의도와 어긋날 수 밖에 없고,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은 실제로 그렇게 되었습니다. 반면에 예수님의 제자들은 다른 그 무엇이 아닌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언제나 주님의 뜻을 먼저 묻고 실천했기에, 그들은 생각과 말과 행위로 하느님의 뜻 안에 머무를 수 있었고, 참으로 옳은 길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이 그런 제자들을 비난합니다. 그들이 단식을 실천하지 않고 먹고 마시기만 한다는 게 그 이유였지요.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예수님과 제자들도 ‘대속죄일’처럼 모든 유다인들이 단식의 의무를 지켜야 할 때에는 그 단식에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요한의 제자들이나 바리사이들의 제자들만큼 자주 단식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한 것은 그들이 육체적으로 게으르거나 영적으로 나태해서가 아니라, 단식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이며 왜 해야 하는지를 스승이신 예수님으로부터 배운대로 실행한 것이었지요. 사람이 단식을 하는 것은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기 전 광야에서 사십 일간 단식하신 것처럼, 육체적 탐욕을 포함한 모든 세속적인 것들을 다 내려놓고 온전히 하느님께만 집중하여 내 마음과 영혼을 그분으로 가득 채우기 위해서입니다. 즉 단식은 하느님과의 친교를 깊어지게 만드는 ‘수단’이자 ‘과정’ 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닌 겁니다.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오셨다는 것은 우리가 그만큼 구원에 가까워졌다는 뜻입니다. 즉 우리의 구원을 미리 축하하며 격려하는 기쁨의 잔치가 이 세상에서 열리고 있는 겁니다. 잔치에 참여한 이들이 그 잔치의 주인이신 분과 함께 먹고 마시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 식으로 주인과 함께 참된 기쁨을 누리는 것이, 그렇게 하여 모두가 누리는 기쁨을 더 크게 만드는 것이 잔치를 준비하신 분이 바라시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이 당연한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나는 단식중’이라며 비통한 표정으로 앉아서 잔치의 분위기를 망치는 건 그 잔치를 준비하신 하느님의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일이겠지요.
그런데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만 그러는 게 아닙니다. 미사라는 기쁨의 잔치에 참여하는 우리도 그렇습니다. 미사가 갖는 참된 의미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그것이 내 삶에 주는 기쁨과 힘을 받아들이지 않고, 아무 생각없이 자리만 지키고 있으면 그렇게 됩니다. 미사에 참여하기 위한 몸과 마음과 영혼의 준비를 충분히 하지 않은 채로 겨우 시간 맞춰 성전에 가서는,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내내 시계만 쳐다보며 빨리 끝나기만 바라고 있으면 그렇게 됩니다. 주일미사 한 시간 참례한 것만으로 본인이 주일을 거룩히 지내고 있다 여기며 나머지 23시간을 놀고 먹고 즐기는 데 쓰면 그렇게 됩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합니다. 주님께서 우리 마음 안에 심어주신 구원의 기쁜 소식이 ‘새 포도주’라면, 그분의 뜻과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는 우리 삶이 ‘새 부대’겠지요.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만 하느님 나라라는 목적지에 갈 때까지 부대를 터뜨리지 않고 잘 익어갑니다. 그러니 하느님 나라에서 잘 익은 포도주로 기쁨의 잔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내 삶의 부대를 잘 준비하고 관리해야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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