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1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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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8주간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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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05:32 ㅣ No.192403

본당에 ‘어른 복사단’이 있습니다. 40대에서 50대의 형제님들입니다. 주일 10시 미사에 복사합니다. 평일 저녁에는 아빠와 아들, 아빠와 딸이 함께 복사합니다. 복사단 형제들과 가끔 모임을 합니다. 때로는 가족이 함께하기에 모두 모이면 40명이 넘을 때도 있습니다. 지난 제 서품 기념일에 복사단과 함께했습니다. 눈썰미가 좋은 형제님이 저의 갤럭시 워치가 오래된 것을 알았고, 복사단에서 새로운 것을 선물로 마련했습니다. 복사단 형제들의 마음 씀이 고마웠습니다. 그동안 사용하던 것은 5년 전에 후배 신부님들이 서품 30주년 기념으로 선물했었습니다. 5년 동안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다만 배터리가 빨리 방전되어서 자주 충전해야 했습니다. 새로운 시계는 충전하면 오래간다고 합니다. 전에 사용하던 충전기에 연결하니 호환이 안 된다고 합니다. 정품 충전기가 아니라서 그런 것 같았습니다. 정품 충전기를 연결하니 충전이 잘 되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시계도 중요하지만, 충전기도 정품이 필요했습니다. 새로운 갤럭시 시계와 함께 열심히 걸으려고 합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새 술에는 새 부대가 필요하다.” 초대 교회에도 이런 생각이 있었습니다. 예수님과 함께 시작한 교회는 기존의 율법과 계명을 뛰어넘은 새로운 가르침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두 가지 개념을 소개했습니다. 아담은 흙으로 만들어졌다면 예수님은 성령으로 잉태되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와가 원죄가 있었다면 마리아는 원죄 없이 잉태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모세의 이스라엘 공동체는 율법과 계명으로 이루어졌다면 예수님의 새 이스라엘 공동체는 믿음과 의로움으로 이루어진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새로운 갤럭시 시계에, 예전에 쓰던 충전기는 소용이 없었습니다. 시계가 뜨거워졌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갤럭시 시계에 피해를 주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태초에 세상을 아름답게 창조하셨고, 마지막에는 당신을 닮은 사람을 만드셨습니다. 그러므로 사람은 본래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독수리와 같고, 호수 위를 우아하게 움직이는 백조와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날지 못하게 하는 것이 있습니다. 욕심과 교만, 미움과 원망, 그리고 죄가 있습니다. 그것들은 우리의 영혼에 무거운 멍에를 씌웁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괴로워하고, 가진 것을 잃을지 두려워하고, 용서하지 못한 상처를 붙들고 살아갑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바로 그런 멍에를 벗겨 주시기 위해 오셨습니다. 우리를 죄의 종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유로운 자녀로 살아가게 하시기 위해 오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사람들은 예수님께 표징을 요구합니다. “당신이 정말 하느님께서 보내신 분이라면 우리가 믿을 수 있도록 표징을 보여 주십시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새로운 표징을 보여 주기보다 이미 주어진 표징을 바라보라고 하십니다. 요나의 설교를 듣고 회개했던 니네베 사람들을 말씀하시면서 이렇게 이야기하십니다. “보라, 요나보다 더 큰 이가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특별하고 놀라운 기적을 찾았지만, 정작 그들 앞에 계신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하느님의 가장 큰 표징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도 마음의 눈이 닫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에도 하느님의 표징은 이미 가득합니다. 오늘 아침 다시 눈을 뜬 것도 하나의 표징입니다. 밤에 잠들 때 우리는 모든 것을 내려놓습니다.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모르고, 깊은 어둠 속에 머뭅니다. 그런데 아침이 되면 다시 눈을 뜨고 새로운 하루를 선물로 받습니다. 작은 부활입니다. 가족의 미소도 표징이고, 어려울 때 건네는 이웃의 따뜻한 말 한마디도 표징입니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기도해 주는 것도 표징이고, 우리가 함께 미사를 봉헌하며 성체를 모시는 것은 무엇보다 큰 표징입니다. 신앙의 눈으로 바라보면 평범한 일상 안에서도 하느님의 손길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한 주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새 시계가 제대로 움직이기 위해 알맞은 충전기가 필요하듯이, 우리의 영혼에도 올바른 충전이 필요합니다. 세상의 성공과 재물, 칭찬과 인정만으로는 우리의 영혼을 충전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기도하고, 성체를 모시며, 이웃을 사랑할 때 우리의 영혼은 다시 힘을 얻습니다. 이번 한 주간에는 특별한 표징만을 찾기보다 이미 우리 곁에 있는 하느님의 은총을 발견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자유롭게 하신 그리스도 안에서 교만과 원망의 멍에를 내려놓고 기쁘게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보라, 요나보다 더 큰 이가 여기에 있다.” 바로 우리와 함께 계시는 주님께서 오늘도 우리에게 가장 큰 표징이 되어 주십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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