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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30일 (금)
(녹) 연중 제30주간 금요일 아들이나 소가 우물에 빠지면 안식일일지라도 끌어내지 않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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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0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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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07:26 ㅣ No.192743

맥스 비어봄의 ‘행복한 위선자’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처음에 ‘조지 헬(George Hell)’이었습니다. 이름 그대로 ‘Hell’, 지옥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는 방탕하고 이기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지만, 그녀는 착하고 선한 얼굴을 가진 사람을 원한다고 말합니다. 조지는 자신의 추한 모습을 감추기 위해 아름답고 선한 얼굴의 가면을 쓰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한 위선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생깁니다. 오랫동안 선한 얼굴의 가면을 쓰고 선한 사람처럼 살아가자, 그의 실제 얼굴도 가면을 닮아갑니다. 그리고 그의 이름도 ‘조지 헬’에서 ‘조지 헤븐(George Heaven)’으로 바뀝니다. ‘지옥의 사람’이 ‘천국의 사람’으로 변화된 것입니다.

 

우리의 신앙생활도 이와 비슷합니다. 처음부터 완전한 믿음을 가지고 성당에 오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기도가 잘되지 않아도 묵주를 들고 기도합니다. 마음이 내키지 않아도 봉사하고, 피곤해도 미사에 참례합니다. 용서할 마음이 충분하지 않아도 먼저 손을 내밀고, 감사할 마음이 부족해도 “감사합니다.”라고 말합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형식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선한 행동을 반복하면 행동이 습관이 되고, 습관은 마음을 변화시키며, 마침내 삶을 변화시킵니다. ‘조지 헬’이 ‘조지 헤븐’이 되었듯이 우리의 삶도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조금씩 변화될 수 있습니다.

 

꾸르실료에서는 신앙생활의 중요한 세 축을 이야기합니다. 신심, 공부, 활동입니다. 신심은 하느님과 친밀해지는 것이고, 공부는 하느님의 뜻을 알아가는 것이며, 활동은 우리가 받은 사랑을 이웃에게 나누는 것입니다. 셋 가운데 하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기도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신앙이 자기 생각에 머물 수 있고, 공부만 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지식에 머물 수 있습니다. 활동만 하고 기도하지 않으면 쉽게 지칠 수 있습니다. 신심으로 하느님을 만나고, 공부로 하느님의 뜻을 깨닫고, 활동으로 그 사랑을 세상에 나눌 때 우리의 얼굴은 조금씩 예수님의 얼굴을 닮아갑니다.

 

우리의 신앙을 더욱 깊게 해 주는 것이 성사와 전례입니다. 저는 전례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교환의 신비’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작은 것을 드리지만 하느님께서는 훨씬 더 큰 것을 돌려주십니다. 우리는 빵과 포도주를 봉헌하지만, 주님께서는 당신의 몸과 피를 주십니다. 우리는 죄를 고백하지만, 주님께서는 용서와 평화를 주십니다. 우리는 시간과 정성을 봉헌하지만, 주님께서는 영원한 생명의 은총을 주십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공경과 찬미와 흠숭을 드리고,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은총과 자비와 축복을 베풀어 주십니다. 이것이 성사와 전례 안에서 이루어지는 놀라운 ‘교환의 신비’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잔칫집에서 높은 자리를 고르는 사람들을 보시고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세상은 높은 자리를 차지하라고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낮은 자리를 선택하라고 하십니다. 처음에는 양보하는 것이 손해처럼 느껴지고, 먼저 용서하는 것이 억울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낮은 자리를 반복해서 선택하다 보면 우리의 얼굴도 달라집니다. 교만의 얼굴은 겸손의 얼굴로, 욕심의 얼굴은 나눔의 얼굴로, 무관심의 얼굴은 사랑의 얼굴로 변합니다. ‘Hell’의 얼굴이 ‘Heaven’의 얼굴로 변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회개이며 새로운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세례를 받을 때 우리는 새로운 이름, 세례명을 받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이름 하나를 더 얻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으로 살아가겠다는 약속입니다. ‘조지 헬’이 ‘조지 헤븐’이 되었듯이 우리도 매일 조금씩 ‘지옥의 삶’에서 ‘천국의 삶’으로 건너가면 좋겠습니다. 신심으로 기도하고, 공부로 말씀을 배우며, 활동으로 사랑을 실천하면 좋겠습니다. 성사와 전례 안에서 우리의 공경과 흠숭을 봉헌하고 하느님의 은총을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매일 예수님의 얼굴을 쓰고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 가면을 벗었을 때 우리의 얼굴도 이미 예수님의 얼굴을 닮아 있을 것입니다. 오늘 주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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