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22일 (화)
(녹) 연중 제25주간 화요일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이다.

[사순절메시지]서울대교구 교구장 사순절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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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뉴스 [goodnews] 쪽지 캡슐

2002-02-16 ㅣ No.822

2002년 사순절 메시지

  

하느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새 사람으로 갈아입자
(에페 4,24)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온 인류의 구원을 위해 고통 당하신 예수님의 삶을 묵상하며 다가올 부활 축제를 준비하는 은혜로운 사순시기입니다. 먼저 우리는 이 시기에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한결같은 사랑을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하느님은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보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든지 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여 주셨다"(요한 3,16). 이 세상에 오신 예수님은 마음을 다하여 하느님을 믿고 사랑하면 누구나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다는 기쁜 소식을 선포하셨습니다. 예수께서 전하신 복음은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통한 영원한 구원과 생명이었습니다.

  그러나 악의 어둠 속에 깊이 젖어있던 사람들은 예수님의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오히려 그분을 배척하여 십자가의 죽음으로 몰고 갔습니다. "그분이 자기 나라에 오셨지만 백성들은 그분을 맞아주지 않았다"(요한 1,11). 예수께서는 배척을 당하면서도 십자가에 못 박혀 죽기까지 인간을 사랑하셨습니다. "그분은 우리 죄를 당신 몸에 친히 지시고 십자가에 달리셔서 우리로 하여금 죄의 권세에서 벗어나 올바르게 살게 하셨습니다. 그분이 매맞고 상처를 입으신 덕택으로 여러분의 상처는 나았습니다"(1베드 2,24).  우리는 이처럼 예수님의 사랑에 힘입어 죄에서 구원되었고 영원한 생명과 구원에 대한 희망을 간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만방에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셨지만 아직도 세상은 온갖 죄악과 어둠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습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하느님의 창조물에 불과한 물질을 우상처럼 섬기며 스스로 물질의 노예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한 분이신 하느님 아버지로부터 창조된 한 형제들임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자신과 가족만을 생각하는 극심한 이기주의가 만연해 있습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어려움과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의 소외는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순시기를 맞이하여 이 세상 모든 것이 하느님으로부터 창조되었다는 것을 더욱 깊이 깨닫고 묵상해야 하겠습니다. 우리의 생명이나 소유하고 있는 모든 것은 우리 자신의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거듭거듭 좋다고 말씀하셨습니다(창세 1,1-31 참조). 특히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이 세상을 더욱 좋은 모습으로 만드는 데 모든 힘을 다 쏟아야 하겠습니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사순시기에 기도와 회개, 자선과 금식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신자들은 기도와 회개를 통해서 창조주이신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회복하고 자선과 금식을 통해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들에게 가진 것을 나누며 사랑을 실천하게 됩니다. 우리는 이 사순시기에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말씀을 따라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옛 생활을 청산하고 정욕에 말려들어 썩어져 가는 낡은 인간성을 벗어버리고 마음과 생각이 새롭게 되어 하느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새 사람으로 갈아입어야 합니다. 새 사람은 올바르고 거룩한 진리의 생활을 하는 사람입니다(에페 4,22-24). 우리 개개인이 먼저 회개하여 하느님의 은총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하겠습니다.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이 사순시기에 우리 자신의 회개와 거듭남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하겠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부정과 부패가 만연해 있습니다. 특히 누구보다도 모범을 보여야 할 사회 지도층 안에 각종 부정과 부패에 연관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부정과 부패는 연관된 당사자들의 삶도 파괴하지만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에게 큰 상처를 주어 삶의 의욕을 잃어버리게 합니다.

 

  모든 사람이 양심에 따라 정직하고 성실하며 기본과 원칙을 존중할 때 비로소 이 땅에 정의와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고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개울같이 넘쳐 흐르게 될 것입니다(아모 5,24 참조).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은 자신들에게 맡겨진 큰 책임을 통감하고 사심 없는 마음으로 봉사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그럴 때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부강할 뿐만 아니라 정신적, 도덕적으로도 아름다운 나라가 될 것입니다. 국민 모두가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가오는 월드컵과 지방선거 및 대통령 선거를 치뤄 내적으로도 깊이 성숙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틀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자비로우신 하느님의 은총으로 우리 자신과 사회 공동체, 나아가 이 세상이 하느님 보시기에 더욱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화될 수 있기를 청합니다.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와 천상의 성인들, 특히 103위 한국 순교 성인들의 통공을 청하며 온인류를 하느님께 봉헌합니다. 이 사순시기를 알차게 준비하여 머지않아 맞게 될 부활의 은총을 더욱 충만히 받으시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2002년 사순시기를 맞이하여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정진석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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