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3일 (목)
(녹) 연중 제7주간 목요일 두 손을 가지고 지옥에 들어가는 것보다 불구자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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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6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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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corenelia] 쪽지 캡슐

2024-05-11 ㅣ No.172326

[부활 제6주간 토요일] 요한 16,23ㄴ-28 “나는 아버지에게서 나와 세상에 왔다가, 다시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 간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기도의 본질과 목적에 대해 가르치시는 내용입니다. 하느님 아버지께 어떤 마음가짐으로 무엇을 청해야 할지, 그리고 그 결과 어떤 것을 받아 누리게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시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씀하시지요.

 

"지금까지 너희는 내 이름으로 아무것도 청하지 않았다. 청하여라. 받을 것이다. 그리하여 너희 기쁨이 충만해질 것이다."

 

“지금까지 너희는 내 이름으로 아무것도 청하지 않았다”라는 말씀이 꽤나 충격적으로 다가옵니다. 지금껏 신앙생활을 하면서 주님께 기도한 시간이 얼만데, 그분께 청하고 바란 내용들이 얼마나 많은데, 정작 그런 것들을 원하는대로 이뤄주시지 않았으면서 우리가 청하지 않았다고 하시니, 그분께 청한 기도가 이뤄지지 않은 탓을 모두 우리에게 돌리시는 것 같아 마음이 상하는 겁니다. 그런데 엄밀히 생각해보면 우리가 주님께 청한 것들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우리 탓’이 맞습니다. 제대로, 올바르게 청하지 못했기에 들어주지 않으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신 이름으로 청하라’고 하십니다. 그렇다면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청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믿고 따르며 사랑하는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청하라는 겁니다. 그렇다고해서 사랑이라는 이유로 마지못해 양보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주님 뜻이 이루어지도록 청하는 것이 주님께도 기쁨이 되겠지만, 그분께서 기뻐하시는 것이 나에게도 기쁨이 되기에 그렇게 하라는 것이지요.

 

그렇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청하면 무엇을 받게 될까요? 내 욕심을 채워주는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것을 주시는게 아닙니다. 나에게 꼭 필요하고 정말 중요한 것, 나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잘못을 바로잡아주며 하느님을 닮은 모습으로 변화되게 하는 소중하고 귀한 선물인 은총을 주십니다. 그 선물 덕분으로 내가 하느님을 닮은 거룩하고 완전한 사람으로 변화됨으로써 그 충만한 기쁨을 누리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런 충만한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 우리가 지녀야 할 마음가짐이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 나오는 ‘아폴로’처럼 열린 마음을 지녀야 합니다. 성경에 정통하여 폭넓은 지식을 갖고 있었고, 이미 여러 차례의 훌륭한 설교를 통해 사람들에게 인정과 존경을 받던 그였습니다. 그랬던 그가 누군지도 모를 여인들의 초대에 응하여 그녀들이 하는 말을 귀기울여 듣고,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그 말을 따른 것입니다. 그렇게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마음이 구원의 진리를 향해 열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신의 부족함을 솔직하게 인정할 줄 아는 참된 겸손과, 그 부족함을 채우고자 하는 순수한 열정을 지니고 있었기에,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꼭 붙들어 보다 완전한 믿음으로 나아갈 수 있었지요.

 

그런 완전한 믿음을 지닌 채로 오늘 복음의 마지막 말씀을 귀기울여 듣고 따르면 우리는 참되고 완전한 삶을 완성하게 됩니다. “나는 아버지에게서 나와 세상에 왔다가, 다시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 간다.” 이는 우리 삶의 여정을 한 문장으로 완벽하게 압축한 구원의 진리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마치 자신이 죽지 않을 것처럼, 세상 것들만 추구하며 사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됩니다. 머지 않아 하느님을 다시 만나게 될 그 때에 그분 앞에서 부끄럽거나 죄송스럽지 않도록 기회 될 때마다 내 욕심보다 주님의 뜻을 추구하며 바르게 살아야 합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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