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2일 (수)
(녹) 연중 제10주간 수요일 나는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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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 눈물- 최종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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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곤 [guevara72] 쪽지 캡슐

2008-06-16 ㅣ No.36780

매미가 하늘을 향해 뜨겁게 기도를 올리는 아침입니다.
누나를 위해 기도해 주심에 깊은 감사드립니다.
기도만이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는,
누나의 투병생활을 지켜보면서 깨닫습니다.

전 누나가 혼자서 휠체어 타고 다니면서 생활할 수 있을 정도만 되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기도를 해주심에 이렇게밖에 감사를 드리지 못함을 죄송하게 여기며
누나의 소식을 전합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건강한 여름이 되시길 두 손 모읍니다.

최종수 사랑수 신부 올림
 




우리 모두는 예비 장애자인지도 모릅니다. 교통사고가 빈번해 지면서 인명제천이란 말이 인명제차로 바뀐지도 오래 되었습니다. 차량이 빗길에 전복되어 목을 다쳤습니다. 2년 3개월 동안 재활운동시간을 제외하고 침대에 누워만 있어야 하는, 작은 누나를 생각하면 늘 애잔합니다. 이따금 눈시울이 뜨거워져 말을 잇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주일미사 공지사항시간입니다.
"저희 누나가 교통사고로 목을 다친지 2년 3개월이 지났습니다. 대소변도 받아 내야 하고 갓난 아이처럼 기저귀를 차고 있습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누나를 생각하면...(울먹이다 잠시 침묵)

누나에게 100억이 있는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여러분이 마음대로 걸어다닐 수 있고 이렇게 미사를 드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은총인지 모릅니다. 그동안 여러분에게 많은 기도의 짐을 지워드려 죄송합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감사하고 또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참으로 열심히 기도해 주신 덕분에 누나의 회복이 빠르게 진쟁되고 있습니다."  
누나와 난 붕어빵입니다. 두 살 터울인 누나와 난 어릴적 무척이나 많이 싸웠습니다. 그런 누나이기에 더 안쓰럽고 애잔한가 봅니다.

에어컨이 고장난 성당 중고 봉고차 대신, 승용차 3대에 수박 두 덩이를 실고 신자들과 함께 순천으로 향합니다. 몸은 움직일 수 없는 처지라 비대해 졌지만 면역력을 저하되고 있습니다. 한 여름 감기 때문에 해열제를 맞고 있었습니다.

"어제 밤에 39도까지 올라가서 얼마나 한기가 들었는지 몰라요. 드-드-드- 밤새 너무도 떨어서 턱이 많이 아픕니다. 그렇게 고열과 싸우면서, '하느님, 이 시련과 고통을 저를 위해 기도하고 있는 분들, 저보다 더 아픈 병자들을 위해 바칩니다. 그리고 탈레반 반군에 인질로 잡혀 있는 이들을 위해서도 이 고통과 시련을 봉헌합니다.' 라고 기도했습니다."
멀리 있는 가족보다 더 자주 병문안을 가는 대모님, 신경계통 회복에 효과가 있다는 달맞이 꽃씨를 받기 위해 텃밭에 가꾸고 있는 사진을 찍어왔습니다. 하천에 가면 흔하고 흔한 꽃이지만 정성을 드려 키우고 있는 대모님의 사랑이 하늘에 닿을 듯합니다.

병원에서 근무하시는 수녀님 두 분도 신자들과 함께 기도합니다.
"아무리 사제라고 하지만 자기 가족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제일 어렵습니다. 수녀님 기도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하느님 당신은 우리에게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시련을 주십니다. 지금 저항력이 떨어져 여름 감기를 앓고 있는 마리아 자매님이 하루 빨리 감기를 떨쳐버릴 수 있도록 은총을 베풀어 주시고, 다친 목도 당신의 치유의 손길로 보살펴 주소서."
누나를 일으켜 세워 앉게 했습니다. 머리도 가누지 못했던 2년전의 모습을 생각하면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보름달처럼 웃던 누나가 말문을 열었습니다.

"2주 전에 성당에 갔어요. 간병인 언니가 휠체어에 태워 성당에 데려다 주고 나가 버렸습니다. 성가를 불러야 하는데 성가책을 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성가책도 넘기지 못하는 제 자신이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더라고요. 미사가 시작되는 입당성가 때부터 퇴장성가를 부를 때까지 눈물보가 터진 것처럼 울었습니다. 미사 후 간병인에게 지금 병실에 가면 또 울 것 같으니 5층 휴게실에 가자고 했습니다. 그곳에서도 한참을 울었습니다.(누나가 흘렸던 눈물이 내 눈가에도 맺히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울고 난 후부터 그동안 잘 알아 들을 수 없었던 신부님의 말씀이 들리기 시작했어요. 외국 신부님이라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잘 들리지 않았던 강론이 쑥쑥 들어오는 거예요."
누나는 학교에서 돌아온 초등학생이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엄마와 아빠에게 자랑하는 아이처럼 신이 났습니다.   "음, 엄지와 검지 손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아니 지렁이 기어가듯이 꿈틀거리기 시작한 엄지와 검지로 방울토마토를 집어 먹었어요. 지금까지 4개나 먹었어요. 의료보험 때문에 두 달마다 병원을 옮겨야 하는 것이 불편하지만 다른 병원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어 오히려 좋습니다.

서울에 있는 병원에 가게 되면 무엇이라도 한 가지 더 배워오기 위해 열심히 재활운동을 해요. 그래서 그런지 같은 시기에 같은 부위를 다친 자매님은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는데 전 방울토마토도 먹잖아요. 여러분들이 기도해 주시는 그 힘이 저에게 지치지 않는 희망이 되는가 봅니다. 움직일 수 없기에 오히려 기도하는 시간이 많습니다. 여러분이 저를 위해 기도하는 만큼 저도 여러분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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