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콘은 예수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주는 공관복음서들과는 달리 요한의 독특한 표현을 빌어 그리스도, 하느님 말씀의 심오한 신비를 말해준다. 요한 복음은 빛과 어두움 사이의 투쟁을 묘사하고 있다(1, 5). 이 이콘에서 이 마지막 싸움의 결과가 두드러진다. 승리를 거둔 그리스도의 몸이 어두운 배경(즉, 검은 색은 빛에 반대되는 상징이나 불신앙의 상징, 죄의 상징으로서)과는 사뭇 대조적으로 더욱 더 밝은 빛을 비추고 있다. 한편, 붉은 색은 사랑을 상징하며 이콘에 관한 모든 것을 뒷받침해 주고, 어두움을 극복한 빛과 사랑의 승리를 극명하게 표현하고 있다.
1205년 성 프란치스꼬는 바로 이 십자가의 주님으로부터 “가서 무너져가는 나의 집을 고쳐라”하는 음성을 들었다.(2첼 10) 그는 즉시 이 성당의 보수에 착수하였고, 이후 성 베드로 성당과 뽀르찌웅꿀라의 천사들의 성 마리아 성당도 보수하였다. 주님의 이 말씀이 교회 재건을 의미함을 그는 나중에야 깨닫게 된다. 따라서 성 프란치스꼬의 초기 삶에 있어 중대한 전기를 마련해 준 이 십자가는 타우 십자가와 더불어 프란치스칸들의 중요한 상징이 되었다. 이 십자가는 1260년 성 다미아노의 글라라 자매들의 이전과 더불어 성녀 글라라 대성당으로 옮겨져 보관되고 있다.
우리 모두 성 프란치스꼬가 이 십자가 앞에서 바쳤던 다음과 같은 기도를 바치며 이 이콘에 대한 신심과 교회 쇄신에 대한 열망을 지닐 수 있도록 하자: “지극히 높으시고 영광스러운 하느님이시여, 내 마음의 어두움을 밝혀 주소서. 주여, 당신의 거룩하고 진실한 뜻을 실행하도록 올바른 신앙과 확고한 희망과 완전한 사랑을 주시며 지각과 인식을 주소서. 아멘.”
① 성모 마리아
“오필의 금으로 단장한 왕후는 당신 오른편에 서 있나이다”(시편 45,10)라는 말씀처럼 성모 마리아는 예수님의 가장 가까운 오른 편에 서 계신다. 동방 문화에서 이는 영예의 자리를 뜻한다. 마리아는 “하느님의 은총을 받은 여인”(루가 1,30)이시며, 새로운 에와요 육화된 말씀의 어머니이시자 성령에 의해 우리의 어머니가 되신 분이다.
요한을 바라보고 있는 마리아의 얼굴은 충만한 부드러움으로 빛나고 있다. 마리아는 “어머니, 당신의 아들을 보십시오”(요한 19,26)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에 귀기울이신다. 마리아는 요한 안에서 예수님을 보시고 예수님의 제자들에게서 살아계신 그리스도의 신비를 관조하신다.
마리아는 왼손을 얼굴로 가져가며 요한 안에 살아계신 예수님의 신비 앞에서 감탄을 금치 못하고 계신다. 성모님과 마리아 막달레나의 이런 손동작은 자신들의 얼굴을 가리지 않도록 얼굴 윤곽의 바깥에 그려졌다. 성서는 이러한 동작들의 의미에 대하여 잘 설명해 주고 있다(지혜 8,12 욥기 21,5. 29,9). 마리아가 형언할 수 없는 부드러운 눈으로 요한을 바라보시며 온화하게 미소 지으신다. 우리들은 “그 여자의 남은 자녀들”(묵시 12,18)이기에, 성모님의 눈길이 우리들에게도 널리 미치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모든 것을 행한다면(요한 2,5), 마리아의 미소띤 빛이 우리 위에도 번질 것이다.
마리아와 예수님은 이 이콘에서 유일하게 미소짓고 계시는 두 분이시다.
한편 마리아의 오른손은 예수님을 가리킨다. 이 동작은 대화 상대인 요한을 가리킬 뿐만 아니라, 예수가 그 들 두 생명을 충만케 하신 분이라는 것도 뜻한다.
마리아의 얼굴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 그것은 예수님 얼굴을 그대로 반영한 표정이다.
※ 성모님의 옷을 살펴보자
성모 마리아의 흰 겉옷은 첫째로 복음에 대한 충실성이 승리하였음을 나타낸다(묵시 3,5). 두 번째, 그리스도의 피로 말미암아 깨끗해진 정화(淨化)의 상징이다(묵시 7,14). 마지막 세 번째, 하느님께서 성인들에게 성취하라고 주신 선행들의 상징이다: “어린양의 혼인날이 되었다. 그분의 신부는 몸단장을 끝냈고, 하느님의 허락으로 빛나고 깨끗한 모시옷을 입게 되었다. 이 고운 모시옷은 성도들의 올바른 행위이다”(묵시 19,7).
마리아는 이 외투를 두르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분이다. 왜냐하면 태중에 예수님을 모실 정도로 “하느님의 말씀을 믿으신 여인이시고”(루가 1,45),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제자들에게 믿음을 보여주셨으며, 갈바리아상 구속사업을 위해 구원 생명을 낳아 주셨기 때문이다.
● 흰옷 위에 줄지어 장식된 보석들과 귀금속들은 성령의 선물(하느님의 은총)을 상징한다(창세 24,22 ; 에제 28,13 ; 이사 61,10). 마리아는 완전히 그것들로 덮여 있다. 여기 보석들은 하느님의 은총을 가득히 받은 여인, 혹은 은총이 가득한 여인, 신성한 이름으로서의 마리아라는 의미를 우리에게 전해 준다.
● 길다란 외투 속에 마리아가 검붉은 옷을 입고 계신다. 붉음은 사랑의 상징적인 색채이기에 검붉음은 열애(熱愛)를 의미한다. 즉, 그녀의 특별한 내구력에 의하여 사랑의 강도가 깊어진 것이다. 이런 색깔이야말로 칼로 살을 에이는 듯한 아픔과 십자가의 발 밑에서 참혹하기 이를 데 없는 고통의 삶을 온 가슴으로 끌어안아 우리들의 어머니가 되신 이 여인에게 얼마나 잘 어울리는가!
● 자주색 속옷은 그녀가 예수 그리스도 곧 육화된 하느님의 말씀을 담고 있는 참다운 계약의 궤임을 상기시켜 준다. 사실 고대 계약의 궤의 내부는 자줏빛 천으로 두르고, 주께서 말씀하신 십계명을 새긴 돌판 두 개를 담고 있다.(신명 10, 1-5) 이 궤는 마리아의 태중에 살아계신 말씀, 예수 그리스도를 잉태하려 했던 성모 마리아의 형상이었다.
② 요 한
요한은 최후만찬에서 처럼 예수님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요한 13,23). 그는 실로 물과 피가 샘솟는 사랑의 옆구리 상처 아래인 예수님과 성모님 사이, 사랑의 핵심 부분에 자리하고 있다.
요한의 머리는 성령에 의해 어머니가 되신 마리아에게 기울어 있다. 이는 성모님의 사랑을 맛보고 그 사랑을 받아들이려는 어린이와 같은 자세이다.
성모님이 하신 것처럼 그의 오른손은 부드러움과 찬탄의 대상이신 예수님을 가리키고 있다. 요한의 장옷은 영원한 지혜에 대한 사랑을 상징하는 장미 빛인데, 이는 지혜이신 그리스도를 발견한 그 지혜에 대한 사랑을 나타낸다. 성서에서 이런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 “원하는 사람들이 알아 볼 수 있도록 지혜는 스스로를 나타내 보인다”(지혜 6,13). “나를 사랑하면 내 사랑을 받고 애타게 찾으면 나를 만나리라”(잠언 8,17).
요한의 하얀 속옷은 육에 대한 승리, 즉 교회 전통이 그에 대하여 말한 완전한 정결을 의미한다. 이 정결이 요한에게 지혜와 성령을 받을 만한 자격을 얻게 하였다(지혜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