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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1차) 천호동성당 건축에 대한 소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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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1차) 천호동성당 건축에 대한 소견 ** 제20차에서 참고한 경향잡지 11쪽에 대한 글을 옮겨 본다. 공간을 열면 마음도 열린다 경향잡지 2008, 08. 통권 1685호 글 사진 김민수 기자 yesican@cbck.or.kr 성당이야 공원이야, 인천 불로동성당 널찍한 잔디밭, 곳곳에 놓인 벤치, 작지만 아담하게 꾸며진 개울과 연못, 인천불로동성당의 마당은 잘 가꾸어진 정원 같다. 나지막한 산을 뒤로 자연의 품에 안긴 성당은 담장도 없다. 도로와 맞닿아 있는 입지조건 그대로 성당마당과 인도는 하나로 연결된다. 주구나 인도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들어와 산책과 휴식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성당은 동네 사람의 휴식처로 학생들의 단골 놀이터 구심을 하고 있다. 불로동성당은 2004년 설립되었다. 초대 주임으로 부임한 민영환 신부는 성당을 신축하여 성당을 지역사회에 열린 공간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신자들의 반응은 조심스러웠다. 성당은 미사 드리고 기도하는 곳이라는 고정관념, 차라리 주일에 신자들의 편의를 위해 주차공간을 더 확보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열린 교회를 지향하는 사제의 진심을 신자들은 이해하고 공감했다. 성당 건축위원들은 수없이 논의하여 꼭 필요한 공간과 기능을 갖추려고 애썼다. 그 결과 작은 공원 같은 열린 마당이 생겼다. 공간을 개방하니 신자들도 이것저것 해보자며 아이디어를 냈다. 그 가운데 지역사회에 30~40대 부부들이 많은 것을 감안하여 자녀교육 프로그램 천연세제 만들기를 진행했다. 참가자 가운데 비신자 비율이 20%가 넘었다. 계속해서 4개 강좌로 문화교실을 열었다. 강좌의 길을 보장하고자 수강료는 일반 문화센터와 비슷하게 맞추었다. 대신 정당한 강사료를 지급하고 우수한 강사를 섭외했다. 신자의 기증으로 인공암벽도 마련했다. 높이 2미터 너비 6미터, 어린이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인공암벽은 성당 앞 초·중학교 학생들에게 대단한 인기다. 성당 옥상에는 게이트볼장도 있다. 마땅한 여가활용 스포츠 시설이 없는 노인들을 위해 구청에 지원을 요청해 마련한 것으로 지역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다. 민영화 신부는“성당이 인근 아파트의 단점을 보완해 지역주민들의 앞마당처럼 활용되길 기대했다”며“세상에 열린 교회를 구현하고 지역민의 발걸음을 이끌려면 우리 영역, 우리 것이란 독점의식에서 벗어나 함께 나누고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어야 한다.”고 했다. 청소년 문화공간 운영하는 서울 역촌동성당 신자들로 북적거리는 주일과 달리 평일 성당의 모습은 조용하다. 특히 낮시간은 더 그렇다. 하지만 평일 오후 3시에 찾아간 서울 역촌동성당에는 활기가 넘쳤다. 십자가의 길 앞 벤치에는 유모차를 밀고 산책 나온 아주머니들이 담소를 나누고, 성당 마당에 앉아 딱지놀이를 하거나 놀이터를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성당 마당에 가득하다. 교리실도 마찬가지로 북적거린다. 방과후 교실에 온 초등학생들이다. 역촌동성당에서는 3시부터 6시까지 초등학생들을 위한 방과후 교실을 운영한다. 6시 이후는 중고생학생들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지점토로 케이크를 만드는 어린이, 댄스스포츠에 열심인 성인들도 보인다. 역촌동성당은 2006년에 성전을 증축하면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의 모습을 갖추도록 공간을 꾸몄다. 지역 여건상 청소년들이 건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나 맞벌이 부부들이 아이들을 믿고 맡길 곳이 없는 점을 감안하여 청소년 문화공간‘주-역촌동’을 유치하고 어린이집을 만들었다. ‘주-역촌동’은 성당에서 컴퓨터실과 독서실, 공연장, 강의실 그리고 숙박시설까지 갖춘 교육공간을 갖추고, 서울 가톨릭 청소년회에서 운영을 맡고 있다. ‘주-역촌동’에서는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 대상 ‘사회교육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신자와 비신자의 참여는 반반, 비신자의 비율이 더 높은 강좌도 있다. 역촌동성당의 올해 사목목표는‘예수님을 닮은 열린 교회.’김민수 주임신부는 “신자들이 우리끼리만이라는 틀을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간과 시설, 그리고 프로그램들이 지역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역촌동성당은 지금도 작업 중이다. 신자들뿐 아니라 지역민들이 부담 없이 돌잔치나 회갑연을 할 수 있도록 강당을 확장하는 중이다. 영상, 음향, 조명 시설을 더 갖추고 지역주민과 신자들의 수요도 조사해 공간을 개방할 생각이다. 이 정도면 성당은 신자들만을 위한 전유물이나 사적공간이 아니라 지역의 공공장소이자 나눔의 공간으로 불릴만하다. 문제는 있다, 그래도 열어야 한다 성당화장실을 24시간 개방하면서‘누구나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 는 안내문을 도로변에 내건 본당, 겨울에 본당에 썰매장을 만든다거나 여름에 간이수영장을 설치해 지역주민들에게 개방한 본당도 있다. 성당에 소극장을 마련해 지역사회 동아리에 개방한 본당이나, 농수산물 매장을 열어 지역주민들의 ‘바른 먹을거리’ 선택을 돕는 본당도 있다. 본당 교육관을 독서실로 내놓거나 탁구장, 농구장, 예식장, 또는 모임공간으로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본당도 있다. 어떤 때는 투표소로, 대피소로 쓰이는 본당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얼마나 개방할 것인가? 정답은 있을 수 없다. 관심을 기울이고 형편에 맞는 대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하면 기쁨과 슬픔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다만 그것이 지역사회에 필요한 것, 그리스도교적 가치관을 실천할 수 있는 것이라면 더욱 좋겠다. 그러려면 지역사회와 대화하고, 신자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사목자는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고 적극적인 후원자가 되어야 한다. 성당을 개방하면서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종교의 성스러움이 훼손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다시 문을 닫는 성당도 생긴다. 그렇지만 민영환 신부는 관리가 어렵더라도 공간을 개방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평가한다. 무엇보다 신자들의 의식변화가 눈에 보이지 않은 성과란다. 성당에서 만난 어느 자매의 말은 그것을 잘 보여준다. “처음에는 담 없는 성당을 상상할 수 없었어요, 이상한 사람들이 찾아와 문제를 일으키면 어쩌나 걱정도 되고, 그게 기우였어요, 열려있으니 오히려 문제가 더 안 생겨요, 비신자들도 쉽게 찾아오고 이제는 지역주민들을 위해 더 할 수 있는 게 없나 생각해요.” 역촌동성당 사목회 부회장인 장경숙 스텔라 씨도 마찬가지다. “성당에 이런 시설과 강좌가 있다는 것을 타 종교 신자들이나 지역주민들이 부러워해요, 성당은 낯설고 장엄한 공간이란 선입견을 깨는 데 한몫하고 있는 셈이죠, 전에는 성당이 죽었다고 할 정도로 조용했어요, 지금 우리 성당은 활력이 넘쳐요, 살아있다는 느낌이 강해요, 그래서 당연히 더 열어야 한다고 봐요, 성당은 우리만의 것이 아니잖아요.” 지역주민과 삶을 나누고 희망을 나누는 교회 교회가 세상과 호흡하는 데 공간 개방은 그 첫 걸음이자 기본 조건이라 할 수 있다. 높은 담에 둘러싸여 신자들만의 구원을 위한 공간처럼 존재하는 성당이 참된 교회의 모습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을까? 예수님께서 사람들이 삶의 자리 안으로 깊이 들어오셨듯이 본당도 고립된 성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안에 조금처럼 녹아들어야 한다. 공간을 개방하고 담을 허물면 마음의 벽도 허물어진다. 그러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여건과 상황을 고려해 성당의 특성에 따라 조금씩 공간을 열어보자. 거창한 계획이나 프로그램 없이도 나누려는 작은 마음만 있으면 지역사회와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공간을 나누다 보면 삶을 나누게 되고, 자연스럽게 그리스도의 향기도 전해질 것이다. 끝. 2008, 08, 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