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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납량특집3] 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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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자 [pink45] 쪽지 캡슐

2008-08-01 ㅣ No.122561

 
 
 
 
 
                             꿈 이야기
 
 
                                                                                    글 : 유정자
 
 
 

간밤에 뱀꿈을 꾸고 놀라 잠이 깨었는데 으스스 한기가 도는 것이 너무나 무서웠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뱀인데 살아오는 동안 뱀꿈을  꾼 일이 가끔 있다.

아들을 가졌을 때  태몽으로 꾼 것이 그 첫번째였다.

3층에서 살 때 구렁이가 우리방으로 올라온다는 소리에 놀라 방문을 닫았는데 마루 밑으로 들어간 꿈이었다. 그러고는 해산할 때까지 지지하게 꾸었던 게 복숭아 밭에서 기어다니는 작은 뱀들을 보는 꿈이었다. 어휴! 생각만 해도 한기가 드는 기억이다.

 

그런데 딸아이 때는 사과 꿈을 꾸었다. 축구공만한 빨간 사과 두 개를 꿈에 보았다.

남편이 나보다 며칠 먼저 커다란 황룡이 문설주를 타고 들어오는 꿈을 꾸었다고 복권 다섯장을 샀는데 주인집 아주머니가 그 말을 듣고 (아이구! 태몽이예요 태몽)하던 말이 생각난다.

물론 복권은 꽝이었고 어마어마한 황룡 꿈을 꾸어 뭔가 큰 인물이 될 줄 알았더니 아직까지 별 볼일 없는 걸 보면 용꿈도 말짱 헛것인가 보다.

 

그런데 간밤엔 왜 뱀꿈을 꾸었던고!

일요일 낮에 TV에서 본 것 때문인가.

퀴즈프로에 나온 출연자가 뱀장수 이야기 하는 걸 보고 웃었던 것 때문인가.

 

뱀이 왔씨요, 뱀이...

독일에서 온 독사요

즈이 엄마 죽인 살모사(殺母蛇)요

코에 브라자를 걸어서 코브라요

또 하나는 웃다가 미처 듣지 못했다.

하하하하.......

 

자면서 우리는 참 가지가지 꿈을 꾼다.

그런데 깨고나면 왜 그리도 황당하고 논리에 전혀 맞지 않는지 모르겠다.

결혼하기 전에 난 똥꿈이나 그세미(털이 많이 달린 지네처럼 생긴 벌레, 일명 돈벌레라고도 함) 꿈을 꾸고 나서 어머니께 꿈얘기를 하면 그렇잖아도 네게 용돈 좀 주려고 했었는데 하며 돈을 주셨으니 꿈값을 톡톡히 한 셈이다.

 

그 시절 제일 기분나빴던 꿈은 알꿈이었다.

나뭇간에 가득히 닭의 알이 쌓여 있는 꿈을 꾸고 나면 영 기분이 안좋았던 기억이 난다. 어머니 말로는 알꿈을 꾸면 되는 노릇이 없다고 하셨다.

결혼하고 나서 알꿈을 꾸던 일이 없어졌다.

그런데 간밤의 뱀꿈은 알이 부화되어 뱀이 허물을 벗고 기어가는 꿈을 꾸었으니 왠지 불길한 생각이 든다. 

어제 주일미사를 빼먹어 사탄이 꿈속에서 나를 괴롭힌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잠을 깨었을 때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성호를 긋고 잘못했습니다 하고 마음속으로 싹싹 빌었다. 그런 중에도 전날 들은 뱀이야기 때문이겠지 하며 애써 돌려보기도 한다.

 꿈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이지 춘원 이광수의 (꿈)이나 서포 김만중의 (구운몽)을 떠올리게 된다. 춘향전이 (도미설화)에서 비롯된 것이듯 그런 꿈에 대한 소설은 (조신몽 설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마지막에 가서 보면 한바탕의 허망하고 부질없는 꿈에서 깨어나는 것으로 귀결된다.

 뭔가에 집착하면 대개 그와 관련된 꿈을 꾼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꼭 그런것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돼지꿈은 내가 가장 꾸고 싶은 꿈인데 한번도 꾸어지지 않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ㅎㅎㅎㅎㅎ

정말 꿈은 늘 황당하고 허망하고 논리적으로 맞지않기가 일쑤다.

그래도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자신의 인생에 대해 꾸는 꿈은 다소 허황되더라도 아예 꾸지않는것보다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꿈이 없는 인생은 희망이 없는 인생이라고 했다.

희망이 없고 부정적인 것보다는 매사에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이 성공적인 삶을 산다는 말을 들었다.

사는날까지는 이런 저런 꿈을 꾸며 살아야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 된다는 말도 들었다.

나는 이제 인생의 마지막 가는 길에 무슨 꿈을 꾸면서 살아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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