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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리 나와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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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서는 큰 소리로 외치셨다.
“라자로야, 이리 나와라.”
라자로의 무덤
이스라엘 성지 중에 내가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은 라자로의 무덤이었다. 절망 속을 헤맬 때마다 나를 불러 일으켜 세우시던 주님의 목소리, 무덤 속에 있는 라자로를 생각하시며 눈물 흘리시던 예수님 모습은 항상 내게 큰 위로가 돼줬다.
라자로의 무덤이 있는 베타니아는 동예루살렘, 지금은 무슬림 마을인 알 에자리아라는 동네에 있다. 군사점령 전에는 올리브 산을 넘으면 바로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였지만 지금은 분리장벽으로 해서 멀리 돌아가야 하고 또 수시로 있는 검문에 응해야 하므로 일반 순례자들의 발길이 뜸한 곳이다. 내가 도착한 시간은 낮 12시께였다. 라자로 무덤 앞 쪽에 세워진 기념 성당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잠시 머뭇거리자 성당 앞 기념품 가게 아저씨가 성당은 점심시간에 문을 닫지만 라자로 무덤은 언제나 열려 있다며 가는 길을 안내해 주었다. '언제나 열려있음.' 2000년 전 예수님께서 그 문을 여신 후 누가 그 문을 닫을 수 있었을까를 생각하며 나는 열려진 문으로 들어섰다. 계단은 10m 정도 아래로 내려가게 돼 있었다. 작은 전구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에 의지해서 무덤의 바닥까지 내려갔다. 내가 성경책을 펴 라자로를 일으켜 세우심에 대한 장면을 읽으려는 순간 불이 나갔다. 잠시 당황했다. 암흑이었다. 그러나 잠시 후 계단 위로부터 흘려 들어오는 태양 빛을 볼 수 있었다. 이 시간은 내게 또 다른 선물이었다. 나는 라자로 무덤 안에 있다. 계단 위쪽에서 들어오는 희미한 빛을 제외하고는 완전한 어둠 속에서. 예수님은 죽음에 대한 깊은 명상으로 나를 이끄셨다. 여러 날 라자로는 이곳에 누워있었다. 아마도 내가 앉아 있는 바로 이곳에 천에 싸여 어둠 속에 누워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흘째 되던 날 강한 명령의 목소리가 바위를 뚫고 울려 퍼졌다. "라자로야 이리 나와라"(요한 11, 43). 이것은 '명령'이었다. 그리고 죽은 자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여전히 볼 수 없었으나 그는 들을 수 있었다. 바위는 굴려 치워졌고 빛이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는 빛으로 나왔다. 나는 어둠 속 무덤 안에 앉아 있었다. 한 시간 동안 계속 말씀을 들었다. "일어나 나와라." 나는 알 수 있었다. 만일 내가 예수님께 보다 큰 믿음으로 머물러 있다면 어느 날 그 말씀을 듣게 되리라는 것을…. 온 우주의 어떤 것도 나를 하느님께로 나아가게 하는 것을 막을 수 없으리라는 것을. 그 목소리, 그 말씀 "나오너라"는 나를 어둠으로부터, 죄와 죽음으로부터, 모든 낡은 껍데기와 너울을 벗고 예수님의 품에 안기게 할 것이다. 라자로의 무덤 안에서 나는 나 역시 죽음에서 일어날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그를 풀어주어 걸어가게 하여라"(요한 11,44). 나는 천천히 계단을 올라 빛으로 나아갔다. --평화신문--예수님 흔적 따라 장벽을 넘다--중에서. 이승정(한국 카리타스 대북지원 실무책임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