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 잘 하세요
오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고전들 속에는 인간이라면 반드시 새겨두어야 할 가르침이 담겨 있다. ‘춘향전’에는 절개를 지키라는 가르침이 담겨 있고 ‘심청전’에는 효성을 다하라는 가르침이 담겨 있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는 고전의 가르침을 춘향이나 심청이가 신다 버린 버선짝으로 취급하면서 살아가는 여자들이 부지기수다. 변사또 수청은 넙죽넙죽 잘 들어주면서 결혼은 반드시 암행어사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자들도 있고 앞 못 보는 아버지는 거들떠보지도 않으면서 결혼은 반드시 임금님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자들도 있다. 그러면서도 방자가 춘향이를 넘보면 죽일놈이라고 생각하고 심봉사가 현모양처를 기대하면 꼴불견이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향단이면서 이몽룡에게 추파를 던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으며 자기가 뺑덕어멈이면서 임금님에게 꼬리를 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다.
언제나 자신의 판단과 결정이 옳다고 생각한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금언을 들으면 즉시 친절한 금자씨의 ‘너나 잘 하세요’라는 대사로 되받아 친다.
(이외수,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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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에 머물다 가리라/명상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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