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 (월)
(녹) 연중 제34주간 월요일 예수님께서는 빈곤한 과부가 렙톤 두 닢을 넣는 것을 보셨다.

자유게시판

니 장사같으면 그렇게 하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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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영 [pennom] 쪽지 캡슐

2008-07-26 ㅣ No.122402

사람들이 청와대와 감사원에 진정서를 냈다.
 
"혈액이 부족해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고해서 헌혈하러 갔더니 헌혈의 집 문이 닫혔습니다. 게다가 주일날이나 공휴일에는 아예 문을 열지 않습니다. 우리같은 직장인이 휴일에야 헌혈을 할 수 있는데, 정작 그때는 문을 닫아걸어 버리면 언제 헌혈하라는 말입니까? 그리고 맨날 피 없다고 엄살을 부립니까? 헌혈의 집 운영시간을 늘려주고 휴일에 문을 열어 주십시오."
 
청와대에서 회신공문이 왔다.
"평일에는 직장인이 퇴근하고 헌혈할 수 있게 8시 정도 까지 연장 근무하고 휴일에는 몇몇 헌혈의 집을 선정하여 문을 열도록 하시오."
 
정작 헌혈의 집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간호사들인데 노조원들이다.
노사협의가 벌어진다.
 
노측에서는 "우리도 근로자이기 때문에 삶의 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계속되는 근무 속에서 휴일까지 근무하라고 한다면 우리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다. 인력을 충원해달라, 그렇지 않으면 휴일근무를 할 수 없다." 
 
사측에서는 "휴일에 헌혈의 집을 열어달라고 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바로 당신들 같은 근로자들, 즉 당신들 편에서 요구하는 것이다. 인력충원은 당장은 우리 마음대로 할 수있는 성질이 아니니, 우선 몇 곳만이라도 열자."
 
결론부터 말하면, 헌혈의 집은 휴일에 문을 닫아 걸수 밖에 없었고
평일에는 정시(아침 9시 부터 저녁 6시까지)근무원칙이 지켜졌다.
청와대 아니라 청와대 할아버지가 이야기해도 법대로(근로기준법) 하겠다는데야 어쩔 수가없는 것이다.(지금은 어떤지 알수 없다.)
 
이때 나온 이야기가 바로 "지가 하는 장사라면 그렇게 하겠나?"는 것이었다.
돈을 위해서라면 꼭두 새벽 부터 밤 늦게 까지라도 서슴없이 일을 할 거라는 이야기다.
 
그때 나는 노조와 마주 앉아서 협상을 할 수 밖에 없는 직책에 있어서 몹시 괴로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노조의 입장이 옳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나는 노조가 생기기 전에, 그러니까 오직 봉사 하나만 생각하면서, 물불 가리지 않고 시키는 대로 무조건 일만 하던 쉰세대 출신이다. 새벽 별을 바라보고 모포를 뒤집어 쓰고 헌혈 버스를 타고 헌혈 현장을 누볐지만, 무슨 시간외수당이니 휴일수당이니 하는 것은 생각도 못했고, 휴일근무를 밥먹듯 했지만, 삶의 질이니 뭐니 그런 생각을 해본일이 없다. 사용자는 항상
 
"보라, 헌혈자는 자기 피를 내놓고 헌혈하겠다곤 하는데, 직원이 놀거 다 놀고 받을 거 다 받으면서 일한다는 것은 양심없는 짓이 아니냐?" 이런 논리 때문에 깡그리 희생만 하고 보낸 세월이다. 그러나 막상 노조가 생기고 나니까, 희생만 하던 우리 세대가 아무 잘못도 없이 노조와 맏붙어서 싸울수 밖에 없게 생겼으니 이건 어디다 하소연할 데도 없다. 하나씩 양보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이 모든 것을 양보해야 하고 급기야는 죽음에 이를 정도까지 혹사해도 그것을 봉사로 알고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노조는 필요하고 아무리 봉사라도 받을 건 받고 쉴 건 쉬면서 일을 해야 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자 그런데 종교단체는 어떤가?
종교단체는 무슨 노사관계도 아니고, 휴매니즘에 입각한 봉사단체도 아니다.
따라서 일한 만큼 돈을 달라든지, 남들 쉴 때 우리도 쉬겠다든지 하는 차원의 이야기가 통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곳 역시 사람들로 이루어진 조직체이고 이곳에도 경영의 원리가 통해야 한다.
 
자기 친척을 데려다가 무슨 엿장수 모양 월급을 뭉텅 뭉텅 주고, 같은 교역자인데도 어떤 사람은 식당 눈치를 보며 밥을 먹어야 하고, 사무원이 모든 일을 좌지우지하고(이래서 이판사판 이라는 말이 생겨났지만)... 이런 건 정말 종교단체 이전에 사회의 가장 원시적인 조직체인 깡패사회에서도 있을 수 없는 해괴망칙한 일이 아닐 수없다.(나는 이런 일이 실제로 없었다고 믿고싶다.)
 
신부건 목사건 승려건 거기에서 일하는 봉사원이건 이런 건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니 장사라면 그렇게 하겠냐?"
"이 악하고 게으른 종아!" 하고 질책하시는 주님의 말씀을 듣고 오금 저리지 않는 사람이 과연 몇명이나 될까? 여기에서 종은 누구를 가리키는 것일까? 나만 빼고 다 니 책임일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면 할 수 없다. 교무금 꼬박꼬박 내고 새벽 부터 미사 나오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책임을 질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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