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일 2008년 7월1일 화요일
새들은 새벽 어느때 일어날까?
5년전 지리산 화엄사에서 3박4일간 수행할때 새벽3시30분에 일어나 벽을 바라보고 참선을 시작한다.
짙은 어둠속에서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때 잠꼬대하는듯한 풀벌레 한마리가 '찌릿 찌릿'하고 울면 다른 풀벌레도 잠이 덜깬듯 '쓰르 쓰르'하고 잠시후 다른 풀벌레들도 잠이 깰 무렵에 새한마리가 역시 잠이 덜 깬 소리로 '짹짹'거린다. 옆에서 잠자던 다른 새가 잠이 깨고 잠시후엔 모든 새들이 잠에서 깨어 재잘거린다.
주위는 아직도 칠흙같은 어둠속에 갇혀있는데 온갖 산새와 곤충은 잠에서 완전히 깨어 하루를 시작한다.
5시30분에 일어나라는 종소리가 울리는데 눈을 뜨니 5시도 안되었다.
창문을 활짝 열고 소나무냄새를 가슴 깊이 들이킨다.
6시.
성당에서 긴 침묵을 하다가 아침기도를 시작한다.
'주님.
저희가 존재함은 당신의 은혜이며, 저희의 삶은 모두 당신것이오니,
저희가 입과 영혼과 생명을 다하여 당신을 찬미하게 하소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산길을 걷는다.
길은 길에 연이어 끝이 없이 계속된다.
갈림길에서 풀이 많이 난 길을 택했다.
길위에 크게 자란 풀을 헤쳐 나아가니 풀잎 이슬로 옷자락이 젖어온다.
길은 끝이 없다.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은 끝이 어디일까?
끝은 있는걸까?
내가 가는 이 숲길을 나는 제대로 가고 있는것일까?
돌아가야 하나? 계속 가야하나? 비가 올것 같기도하고...
휴대폰을 꺼놓고 지내니 생각이 한결 가볍다. 집에 아이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빵이나 라면으로 때우고 있을까?
아이들이 갑자기 보고 싶고 걱정인지 궁금증인지가 마음을 흐트려 놓는다.
내일은 집에 가야겠다. 애들에게 잘 해줘야지. 사랑으로 대해주어야지.
제9일 2008년 7월2일 수요일
잠결에 빗소리가 들린다.
오는날 비가 내리다가 가는날이 되니까 또 다시 비가 내린다.
3박4일이 그냥 지나가 버린다.
하긴 1년도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데.
성당에 앉아 이번 여행을 정리해본다.
내 마음을 정리해본다.
모든 것은 나로 말미암아 일어난다는것을 깨닫는다.
어둠이 걷히기 시작할때 방안에서 밖을 내다보며... |
산길을 걷기 시작한다.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
들리는 것은 새소리 뿐. |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갈까?
아니면, 오른쪽으로 갈까?
왼쪽으로 난 길에 풀이 더 많이 자라있어서 사람도 차도 다니지 않는 왼쪽으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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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나무와 풀이 우거진 곳으로 변한다.
있는 힘껏 소리쳐 본다.
아~아~아~
새들이 놀래서 노래를 그친다. |
무공해 자연수.
손으로 물을 떠서 몇모금 마셔본다.
이 맛이 자연수구나. 기억하자. |
끝이 없을것 같은 길.
풀은 점점 무성해지고 길에는 거미줄까지 있다.
이젠 돌아가야 하나? |
둔내성당.
작은 시골에 있는 성당이지만 아름답게 지었네.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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