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 (월)
(녹) 연중 제34주간 월요일 예수님께서는 빈곤한 과부가 렙톤 두 닢을 넣는 것을 보셨다.

자유게시판

억울해도 할 수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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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영 [pennom] 쪽지 캡슐

2008-07-24 ㅣ No.122352

어떤 사람은 평생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도 천수를 누리며 잘 먹고 잘 살다가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술 담배 안하고 좋다는 것은 다 찾아먹고 나쁘다는 건 하나도 안하면서 살았는데, 50도 안되어 어느날 갑자기 돌아가는 양반도 있다.
 
흔히 하는 이야기가 등소평은 평생 술담배 잘하고도 잘만 살드라면서, 금연이고 뭐고 떠드는 사람을 우습게 보는 사람도 있다.
 
나랑 같이 근무하던 친구 중에 내가 담배를 안 피우는 걸 은근히 못마땅하게 생각하더니 하루는 지나가는 말투로 "담배 안피고 평생 골골 거리고 사느니, 담배 피우고 술 먹고 다 하다가 병에 걸려 어느날 갑자기 죽는게 더 낫지 않아?" 한다.
나는 속으로 "이 친구야, 담배 안피우고도 병에 걸려 평생 골골할지 어찌 아누?" 하고 생각했지만 입밖에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 당시 우리 사무실에서 담배 안 피우는 친구는 나 밖에 없었을 때니까 얘기 꺼내보아야 본전도 못 뽑을 것 같아서였다.
 
미국산 쇠고기파동을 겪으며 이참에 차라리 채식주의자로 변신해볼까 하고 생각해 보았는데, 나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게 아니었던 것 같다. 오늘 가톨릭 신문을 보니 어떤 분이 칼럼을 쓰셨는데, 나랑 생각이 똑 같다. 적게 먹고 낮추어 먹고 나누어 먹는 것이야 말로 복음적 삶이자 우리 자신의 건강을 위한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얼마전 병원에 갔더니 딸뻘 되는 의사가 자꾸 콜레스트롤 이야기를 꺼낸다. 벌써 몇 개월째다. 귀찮아서 피를 뽑아 검사를 해보았더니 코레스트롤 수치와 중성지방 수치가 높다. 의사선생님 왈 "식사량을 줄이시고, 고기를 삼가시고 운동하세요." 한다. 평소에 나는 남들 반 정도 밖에 안 먹고 고기는 원래 안 좋아하고 운동도 만 보 걷느라고 노력하는데 더 줄이라면 밥을 거의 굶고 살라는 말씀이시냐고(?) 항변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구린데가 있기 때문이다. 밥은 조금 먹지만, 저녁에 곡차를 줄기차게 마셔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이야기가 된다.
 
"인생의 즐거움은 몽땅 포기하라.
아니면 그나마 간당거리는 건강 내일이라도 어찌될지 모른다.
그러니 내 말을 듣던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
 
내 유일한 낙이 저녁 퇴근하여 막걸리 한 잔(?) 하는 건데, 이나마 끊을 수 밖에 없게 생겼다. 너무 억울하옵니다. 하지만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도 없다.
앞으로는 밥도 남들 1/3만 먹고, 술도 끊고, 운동도 아무리 하기 싫어도 죽어라고 하고(나는 운동을 아주 싫어하는 편임)
고기도 먹지 말고(지금까지도 별로 안 먹었는데...) 빵도 먹지 말고, 군것질도 하지 말고 텔레비죤 보면서 시원한 맥주도 마시지 말고, 맛대가리 없는 푸성귀만 먹고...
그리고 또 뭐더라? 하여간 인생의 즐거움은 몽땅 포기하고 살라는 말씀이다.
죄가 있다면 나이 먹는 죄다.그러니 어디 가서 하소연할 수도 없다. 누가 나이 먹으라고 빌었냐?
 
조 아래 권형제님, 이러저러한 직책 절대 놓지 말고 움켜 잡고 사십시오.
나가달라고 노골적으로 나올 때까지 절대 놓지 마십시오.
한 달에 단 돈 몇 십만원이라도 그런데 연줄이 있으니까 나오지, 집에 있어보면 어디서 그런 돈이 나옵니까? 은행이요? 그 돈 ***들 믿고 살수는 없지요.
 
그나 저나 마누라는 내가 그렇게 이야기했건만,
마트에 가더니 맥주랑 빵이랑 햄이랑 잔뜩 사다놓고 쿨쿨 자고 있으니,
이걸 어디다 써먹을꼬?
억울해도 할 수없지, 뭐, 애들이랑 맛있게 먹는 꼴이나 지켜 보면서 침을 삼킬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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