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일 2008년 6월29일 일요일
우리나라에 밤나무가 많다는것을 이번 여행에서 확실하게 깨닫는다. 평소에는 몰랐었는데 밤꽃이 피는 계절에 다니다보니 먼산에 흰색이 보이면 그것이 바로 밤나무란것을 알수가 있다. 비가 와도 밤나무꽃은 보이는데 어째 이번 여행은 비와 함께 다닌다. 가는곳마다 비가 내린다.
정선 아우라지 성당 신부님과 저녁식사를 할때 횡성 묵당으로 간다고 하니 아주 좋은곳이라고,얼마나 머물것이냐고 묻기에 2박3일이라 했더니 아쉬울것이라 하신다. 그러면 '3박을 해야지'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횡성 묵당.
말없이 조용히 지내는곳.
차없이는 갈수가 없는 깊은 산속.
가장 가까운 집이 있는 동네까지 가려면 자동차로 10분이상 가야하는곳.
깊은 산속.
도착하니 안내판도 없어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른다.인기척도 없다.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성당입구에 그냥 서있는다.
5분.
10분.
방도, 시설도 깨끗한 독방으로 들어간다.일요일 오후라 사람들이 모두 돌아가 조용하단다.
베란다 문을 여니 눈에 들어오는건 겹겹이 이어진 산과 들려오는건 새들의 노래소리!
짐을 대충 정리하고 성당에 들어가 잠시 기도를 한다.
주님.
깨우쳐 변화되기를 바라옵나이다.
저녁식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에 식당으로 가니 수사님 4분과 또래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고등학생 남자아이, 신경이 예민해서 요양중인 기독교도 아주머니, 주방에서 일하시는 나이든 자매님 한분이 전부다.
다함께 삼종기도와 식사전 기도를 하고 식탁에 앉는다.
배추김치, 백김치, 새우호박나물, 북어포무침,삼겹살 고추장볶음, 상추와 배추된장국.
태백 예수원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사이네. 맛도 좋고.
7시30분. 저녁기도시간.
나와 수사님 4분.
침묵.
침묵.
침묵.
10분이 지났는지 20분이 지났는지,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성무일도. 6월29일 제2저녁기도.
한마디로 엄청 경건하다.
놀랍다. 성당에서 드리는 미사와 비교할 수가 없다.
제7일 2008년 6월30일 월요일
한밤중에 잠이 깨어 엎치락 뒷치락.
겨우 잠이 들었나 싶더니 이내 깨고 만다.
4시30분
성당에서 드리는 아침기도는 30분 가량 걸리고 곧 이어서 미사가 진행된다. 아침기도 시작전에 침묵의 시간을 고려하면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연미사와 생미사를 넣다.
소위 말하는 기도빨이 좋을것 같은 느낌이 진하게 다가온다.
점심식사후 산길을 걷다. 끝이없이 계속되는 산길.다람쥐와 새소리뿐. 있는 힘껏 소리쳐 본다.
아~ 아~ 아~
울창한 숲. 적막감. 모처럼 햇빛이 비치고 부스럭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작은 고라니 한마리가 풀을 뜯다가 나를 보고 놀라서 달아난다.
자연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본다는 것이 이곳 묵당에서 내세우는 말이다.
아름다운 초록별을 만드신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그곳에 나를 있게 해주신 은총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저녁기도후 책을 보다가 이불속에 들어가다.
베란다 넓은 창을 통해 어두운 산과 별들을 바라보며 잠을 청한다.
새들도 잠이 들었는지 조용하다.
묵당 내 방에서 베란다 창을 통해 보이는 경치 |
건물 뒤로 약5분정도 올라가면 숲속에 야외제대가 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