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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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참여 프로그램 모니터 "대학문화 왜곡,고정관련 못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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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세자요한 신부 [john1004] 쪽지 캡슐

1999-07-15 ㅣ No.10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학생 참여 프로그램 모니터

"대학문화 왜곡, 고정관련 못벗어나"

 

 

대상 : 일요일은 즐거워 중 '캠퍼스 영상가요' (KBS 2 일 오후 7:00 - 8:00)

       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 중 '서바이벌 미팅' (KBS 2 토 오후 6:00 - 7:00)

       '캠퍼스 최강전' (KBS 2 수 오후 7:00 - 8:00)

 

대학생은 우리 사회에서 주목받는 대표적 계층이다. 이는 여전히 학벌중심의 평가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다 사회적으로도 비교적 관대한 기준을 적용받는 데서도 짐작해 볼 수 있다. 또 사회비판세력의 한 축을 형성해왔던 점도 대학생들의 사회적 역할과 입지를 주목하는 요인중 하나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 볼 때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은 많은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생 당사자는 물론 대학진학을 희망하는 중고생, 비슷한 나이의 직장인 등 그 시청계층도 다양하다. 이때 일부 계층의 선망대상이 될 수 있는 대학생들이 화면에 등장하는 것은 대리만족과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그 내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방송은 그동안 대학생의 이미지를 왜곡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학생들의 특정 이미지만을 반복 전달하는 경우가 많아 대학문화 전반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부추겼다. 일례로 80년대 말 90년대 초 대학생을 다룬 청춘 드라마가 현실의 대학생과 거리가 멀었던 점은 '이미지 왜곡'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모순된 현실과 싸우는 대학생의 모습은 극소수의 몇몇 드라마에서만 볼 수 있었을 뿐이다. 최근의 대학생 관련 프로그램은 과거 청춘드라마에서 탈피, 또 다른 오락장르인 '쇼'에 대부분 집중되어 있다. 쇼 프로그램에서는 허구라는 한계를 안고 있는 드라마와 달리 '직접출연'이라는 형식으로 리얼리티가 가미된다. 그리고 이 리얼리티는 대학생 및 대학문화의 왜곡이라는 문제점을 은폐할 수 있는 좋은 구실이 된다.

현재 방청 참여 외에 대학생 참여 프로그램은 KBS에서 가장 많이 편성되어 있었다. KBS는 [캠퍼스 영상가요(일요일은 즐거워 중)], [서바이벌 미팅(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 [캠퍼스 최강전} 이상 세 개의 프로그램에서 고정적으로 대학생을 출연시키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오락장르인데다 프라임타임대에 편성되어있기 때문에 시청률도 높다. 그러나 오락이라는 장르의 한계때문인지 '진지한 접근'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한 채 대학생들을 오락의 도구로 전락시켰다는 분석이다. 대학생들의 독창성 등은 찾아볼 수 없고 모방과 획일성으로 얼룩졌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또 이들 프로그램은 커플게임이나 미팅에 관한 내용이 많아 '연예'를 대학생의 주요한 문화로 그렸다. 물론 그 소재 역시 대학문화의 일부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천편일률적으로 연예, 미팅 등의 소재를 다루거나 그것을 부각하는 것은 자칫 '대학생은 반드시 연애한다' 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도 있다는 지적이다.

 

대학문화 왜곡 두드러진 '캠퍼스 영상가요

일요일 오후 7시에 방영되는 KBS-2 TV [일요일은 즐거워]의 '캠퍼스 영상가요'는 커플들의 단합과 인내심을 검증하는 게임으로 시작된다. 이어 대학생들의 장기를 맘껏 보여주고 타이핑 속도 대결이나 최근의 단체 줄넘기까지 비교적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구성은 대학생들의 이모저모를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으나 실제 내용을 보면 대학문화를 획일화하여 전달하는 것으로 지적받았다.

'너를 보여줘'라는 장기자랑 코너는 이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가장 잘 드러낸 코너다. 다양하고 독창적인 장기자랑보다는 최근 화제가 되는 연예인을 모방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몇 달동안 가수 엄정화씨의 '포이즌은 빠지지 않고 등장했으며 몇몇 학교에서 2-3팀이 장기자랑 소재로 삼았던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또 특정 연예인 따라하기가 아니더라도 화려한 춤과 과도한 몸짓 등이 학교홍보성 뮤직비디오에 '출연확정'이라든가 '비중있는 출연확정' 등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평가가 결국 위와같은 장기자랑의 재생산을 유도, 다양한 장기자랑이 이루어지기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받았다. 심지어 모 대학에서 일등한 학생의 장기는 외국 TV에서 모방했다는 의혹을 산 바 있다. 이러한 장기자랑에서 대학생의 참신한 아이디어나 창의성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한편 진행자 강호동씨가 여학생들과 지나치게 신체접촉을 하는 것도 시청자를 불쾌하게 하는 요인으로 비판받았다. 성추행 논란이 일고 있는 지금 신중치 못한 진행자의 행동은 그것이 아무리 웃음을 위한 시도라 하더라도 합리화될 수 없다는 비판이다.

이 코너는 각 대학 캠퍼스에 직접 찾아가면서도 대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자보나 플랭카드는 거의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각 대학의 홍보용으로 전략한 감도 없지 않다. 모 대학의 경우 당시 총장 인선을 둘러싼 마찰에도 불구하고 총장의 학교홍보메시지가 그대로 전달되었다. 결국 방송을 통해 그는 총장으로서 '공인'받은 셈이다. 진정 대학생들의 꿈과 문화를 담고자 한다면 다양한 모습과 의식있는 모습을 담아야 할 것이다.

 

 심각한 사회현상을 웃음의 소재로 다룬 '서바이벌 미팅'

최근 IMF 구제금융 위기로 불거진 취업난은 이미 사회문제가 되었다. 이는 곧 사회의 경쟁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으며 공동체 삶보다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조장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서바이벌 미팅'은 최근 사회분위기를 '악용'한 경우로 비판받고 있다. 남을 이겨야만 한다는 경쟁논리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왕따현상을 응용하여 웃음의 소재로 삼은 것이다. 또 캠퍼스 영상가요와 마찬가지로 '대학생=미팅'이라는 대학문화의 단면을 응용한 것이기도 하다.

이 프로그램의 첫 번째 문제는 외모를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설령 현실의 미팅문화에서 드러나는 단면이라 하더라도 그 흔한 대화한 번 없이 외모로만  평가하도록 하는 방식자체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물론 '외모로 평가하라고 시킨 바 없다'는 제작자의 반론도 가능하다. 그러나 프로그램 구성, 즉 순간적·일회적 만남이 이루어지는 과정 자체가 다른 평가기준, 예를 들면 인간성이나 인품을 파악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다. 이러한 외모지상주의는 특히 여성 출연자의 특정 신체부위 클로즈업 하는 장면에서 극에 달한다.

두 번째, 특정인을 '왕따시켜' 탈락시키는 방식도 모자라 소금을 뿌린다거나 매를 때린다거나 하는 가학적 행위는 인격모독에 가깝다. 뿐만 아니라 탈락 후 무거운 음악과 함께 탈락자의 비애를 우스꽝스럽게 비추는 것도 탈락자를 한번 더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의도적 연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 번째 획일화된 출연자 선정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남학생 대부분은 여학생들의 학교보다는 모두 좋은 대학의 학생이다. 여학생은 무용과, 항공운항과, 학교홍보모델 여대생 등이 많다. 더욱 문제인 것은 '능력있는 남자와 예쁜(혹은 여성스러운) 여자'로 배치한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사회고정관념에 근거한 출연자 선정 아닐 수 없다. 또 한편에서는 출연자가 반드시 대학생이어야 하는지 의구심을 표하기도 한다. 선정기준에 대한 방송사측의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재미도 유익성도 없는 캠퍼스 최강전

앞서 언급한대로 서바이벌 미팅, 캠퍼스 영상가요가 대학 전체 놀이문화의 왜곡반영과 출연자들을 오락의 도구로 전락시켜 TV출연이라는 미끼를 통해 시청자를 이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더 나아가 인격비하까지 서슴지 않고 흥미위주 연출에 급급함으로써 출연자들을 방송의 상업주의에 이용했다는 분석도 제기된 바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캠퍼스 최강전'은 조금 다른 비판이 제기되었다.

우선 이 프로그램은 대학생  겨루기를 통해 대학생들의 놀이문화를 보여주려는 오락 프로그램인지, 각 대학과 학과를 소개하는 등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인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즉 오락적 요소인 장기자랑과 퀴즈 그리고 정보제공 차원의 학교 소개가 하나의 프로그램에서 적절하게 배합되지 않아 재미도 유익성도 모두 상실했다는 비판이다. 무엇보다 대결 중심으로 이뤄진 이 프로그램 어느 코너에서도 참가 학생들의 창의성이 드러날 여지가 없다는 지적이다. 퀴즈 수준도 매우 낮아 대학생 참여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다.

결국 재미도 유익성도 없이 구성된 대학생 겨루기 프로그램이 TV공중파를 통해 전국민에게 방영되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우리 사회의 특수계층으로 자리잡은 대학생을 무더기로 불러들여 게임을 하는 것은 전파낭비일 뿐만 아니라 대학이라는 경쟁대열에서 탈락한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또 다른 소외감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 대학생 프로그램에서 사회문제, 진로문제에 대한 고민 등 어려움에 처한 대학생들의 현실은 전혀 다루어지지 않았다. 흥에 겨운 모습만이 범람한 가운데 이들의 장기 역시 건전한 대학문화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방송사측에서 웃음을 유발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작위적 연출을 하지는 않았는지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이들 프로그램에서 대학생 참여만 자발적으로 이루어졌지만 막상 출연해서 보여준 내용과 전체 편집을 통해 안방에 전달된 프로그램에서는 주체적 참여의 모습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웠다.

대학생 참여 프로그램을 포함 대부분의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은 IMF 시대에 직면한 각 방송사의 출연료삭감에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방송의 주인이어야 할 시청자가 능동을 가장한 수동적 존재로 전락, 이용당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보다 광범한 장르의 참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오락프로라 하더라도 억지웃음 유발이나 지나치게 작위적인 연출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대학생들에게 직접 제작하는 코너를 마련하여 좀 더 실질적인 대학문화를 보여주는 것도 좋은 대안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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