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106) 굿뉴스와 클린게시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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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뉴스에는 (클린게시판)이란 곳이 있다.
눈에 거슬리는 글이 있을 때 참을 수 없으면 그 글을 신고하는 곳이다.
굿뉴스에 온 지 다섯 해가 되었지만 클린게시판을 안 건 아마 3년여 밖에 안되었을 것이다.
그 전에는 그런 곳이 있다는 것조차 몰랐었다.
나는 설전이 난무하고 욕설까지 등장하는 글이 보이면 클린에 가 본다.
누가 신고를 했는지,
누가 정지를 당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별다른 이유는 없고 그냥 궁금해서다.
그런데 아이디로만 표시되기 때문에 처음엔 누가 정지 당했는지 알 길이 없었다.
남의 아이디에 대해선 전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름만 기억하기도 어려운데 어떻게 아이디까지 기억할 수 있겠는가.
언젠가 정지 당한 아이디가 여러 개 보이길래 너무 궁금하여 어느 형제에게 물어 보았다. 사실은 기대도 안하고 물은 거였는데 그 형제는 줄줄이 다 알고 있었다.
어떻게 저럴 수가? 난 그가 너무 존경스러웠다.
어떻게 하면 저런 걸 다 알 수 있을까? 저렇게 컴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컴이 서투른 나로서는 그저 경이로울 뿐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우연히, 정말 우연히 밑에 있는 검색창에 아이디를 쳐 보았더니 아이디의 주인 이름이 들어있는 게시물이 뜨는 것이었다.
아 이것이었구나.
아이디를 치면 그 사람 이름이 나오는 걸 몰랐다니.
그때 난 자신이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게시글이 있는 사람은 그것이 가능하나 꼬리글만 쓰는 사람은 알 수가 없다.
게시글이 하나라도 있어야만 아이디 주인을 찾을 수 있다.)
처음에 아이디 주인을 알기 위해서 검색을 할 때, 땃방 따로, 묵방 따로, 자게판 따로, 정치방 따로 치다 보니 시간도 걸리고 번거로웠다.
그러다 어느날 맨 위에 있는 검색창을 치니 굿뉴스의 온갖 방에 올린 그 사람의 게시물들이 몽땅 뜨는 것이었다.
그 순간 자신이 사오정처럼 참 어둑하기 짝이 없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희열을 느끼기도 했다.
아 이 독학(?)의 과정에서 눈 떠 가는 희열이란.... .
독학 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 기분을 모를 것이다.
어찌 보면 우물 안의 개구리가 우물 크기 만큼의 하늘만 보다가 야금야금 조금씩 시야를 넓혀가면서 느끼는 경이로움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아마도 컴도사들은 내가 하는 말이 우습게 들릴 것이다.
너무 수준 낮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처럼 컴이 서투른 사람에겐 하나하나 깨우칠 적마다 신기하고 놀라울 뿐인 것이다.
난 컴을 정식으로 배우지 못했다.
어깨 너머로 자판 치는 것을 배우고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행간 띄기.
원고지 매수 확인하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 이 두 가지는 가장 필요한 것이다.
그 동안 이 두 가지를 노트에 상세하게 순서를 적어 놓고 그때그때 들여다 보면서 한 결과 지금은 노트를 안 보고도 그냥저냥 할 수 있게 되었다.
메일 보내기는 주소를 미리 입력해 놓은 곳에 대고 직접 글을 작성하여 전송하는 건 할 줄 안다.
그러나 내 문서에 한글판으로 써서 저장한 글을 파일찾기로 불러다가 잡지사에 메일로 보내는 건 아직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앞으로는 요 부분도 노트에 순서를 일목요연하게 적어 익혀 볼 생각이다.
이 곳에 글을 올리는 사람들 중에는 아직도 클린게시판이 있는 걸 모르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
자기가 클린에 신고되어 있는 줄 조차 모르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하기야 그런 곳은 알지 못하는 게 차라리 속 편할 지도 모르지만.
클린게시판은 나에게 아이디 주인 찾는 걸 알게 해 주었다.
별로 권장할 만한 곳은 못되는 클린게시판이 컴에 대한 또 한 가지의 공부를 하게 해 주었으니 역설적이란 생각도 든다. 그러니 클린게시판도 사랑해야지.
굿뉴스 게시판에 온 후로 컴이 서투른 탓에 수없이 사오정 짓을 했지만 그래도 이 굿뉴스 게시판이 나에게는 컴을 독학하는 공간으로서 누구보다 좋은 스승이 되어 주었다.
내 보잘것없는 그나마의 컴 실력(?)은 모두 굿뉴스에 글을 쓰면서 터득하고 익힌 것이다.
그러니 굿뉴스는 내게 참 고마운 존재, 한마디로 굿(good)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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