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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농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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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불고 춥던 작년 가을, 굵은 마늘쪽을 골라 마당 끝 텃밭에 심고 마른 짚으로 잘 덮어주었습니다. 추운 겨울을 견디어낸 마늘은 새봄에 다른 풀들이 돋기 전 제일 먼저 새싹을 내밀었고 미생물 발효액 E,M을 물에 타서 뿌려줬더니 금세 검푸른 빛을 띠며 쑥쑥 자랐습니다.. 한차례 가뭄이 있었지만 물을 주어가며 살뜰히 가꾼 덕에 작년보다 작황이 좋아서 남편은 밭을 돌아보며 아주 흐뭇한 얼굴을 하곤 했습니다.
마늘은 습한 땅에서 잘 자라고 고추는 물 빠짐이 좋은 밭을 좋아하는데 귀농 첫해에는 이곳 토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서로 작물을 바꿔 심는 바람에 낭패를 본 경험이 있습니다. 고자리가 뿌리를 갉아먹는 걸 방지하기 위해 토양 살충제를 뿌리고 심어야 한다고들 했지만 이런저런 말 들을 것 없이 남편은 소신껏 농사를 짓고 결과는 아주 흡족했습니다. 그러나 남편이 아무리 잘한다 한들 하늘의 도움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었겠습니까? 햇빛과 바람과 적당한 비가 농작물을 길렀으니 당연히 계절을 섭리하시는 하느님께 먼저 감사드려야겠지요.
주말에 비가 온다는 예보를 듣고 서둘러 품꾼 넷을 얻어 엊그제 마늘을 캤습니다. 열두 접을 심었으니 적어도 육십 접을 캐야 맞는 계산인데 어림짐작으로 오십 접이 안 될 것 같습니다. 일단 말리느라 길에 내다 펴 놓고 보니 마늘이 제법 굵어 어른 주먹만큼 큰 것도 있어서 대견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농사가 만만한 일은 아니지만 수확의 기쁨과 보람 때문에 고된 기억은 순식간에 날아가 버립니다.
남편이 재배할 줄은 알지만 수확한 마늘을 엮는 방법을 잘 몰라서 작년에도 오십 개씩 세어서 단을 묶어 보관해 두었었습니다. .아는 분이 우리집에 오셨다가 통이 굵은 마늘을 보시고 비결이 뭐냐고 묻자 농사일로 보면 훨씬 선배이신 그분께 신이나서 설명을 했습니다. 그분이 마늘 엮는 시범을 보이면서 한 접을 잘 엮어두고 가셨는데 남편이 다시 잘 기억해 낼지 모르겠습니다.
산골까지 찾아 왔던 손님들을 빈손으로 그냥 돌려보내기가 섭섭한 게 시골 인심이라 눈에 띠는 대로 집어주다가 지난 해에는 마늘이 모자라 한 접 사먹어야 했습니다.
내년에 심을 씨앗으로 열 접 남겨두고 나머지는 이래저래 신세 진 고마운 분들과 나눠 먹어도 넉넉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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