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3일 (목)
(녹) 연중 제7주간 목요일 두 손을 가지고 지옥에 들어가는 것보다 불구자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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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스 수녀님의 성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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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선 [cskim74] 쪽지 캡슐

2001-10-14 ㅣ No.4847

  대희년의 8월 그믐에 우리 본당에서는 성소후원회의 밤을 개최하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성소체험을 나누기 위해 아네스 수녀님을 모셨습니다.   주님의 길을 따르는 수녀님의 아름다운 삶의 모습을 함께 나누고자 따듯한 이야기 가족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일요일이 되면 늘 함께 하였던 짝궁들과 함께 지내려고 여늬 때와같이 아침식사가 끝나는 데로 성당으로 향했습니다.  어느 주일에는 아직 친구들의 모습이 눈에 띄지 않았기에 화단 주변에서 일하고 계시는 막달레나 수녀님에게로 달려 갔습니다.   "수녀님, 안녕하세요?  지금 무얼 하고 계셔요?"  " 그래, 아네스 왔니?  잡초를 뽑고 있지.  화단에 잡초를 뽑으면서 내 마음에 자라는 나쁜 잡초도 말끔히 뽑아내고 있단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수녀님의 모습이 더없이 맑고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그 순간 나도 수녀님 같은 삶을 살리라고 마음 먹었습니다.

 

  봄부터 화단에 잡초를 뽑고, 물 주시며 가꾸시는  흰 가운을 쓰신 수녀님의 모습을 자주 대하면서 일곱명의 내 단짝들은 "우리도 교회에 봉사하며 살자."고 새끼손가락을 걸면서 다짐하였던 어린시절의 기억이 새롭습니다.  우리들은 막달레나 수녀님과 가까이 지내기를 좋아 했고, 침묵, 예수없는 십자가, 사막에서의 편지, 천국의열쇠, 등 수녀님께서 추천 해주신 영적도서를 돌려가며  읽었습니다.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을 때에 처음에는 대수럽게 여기지 않으시던 부모님의 반대는 나이가 들어 갈 수록 거세졌지요.   아버님의 단식투쟁도 수도자의 길을 걸으려는 저의 결심을 꺽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를 길러주신 어머님의 마지막 소원만은 들어 주려고 맞선을 보러 나갔습니다.   10여분의 짧은 만남의 시간에 한동안 침묵이 흐른 뒤에, "제겐 사랑하는 분이 따로 있습니다."라며 마주한 남성에게 제가 고백하고 자리를 일어서는 순간 그분은 "정 그러시다면 저는 절로 들어가겠습니다."라는 의미있는 여운을 들려 주었어요.

 

  수녀원에 들어가던 날, 막달레나 수녀님은 제게 손수 만든 이부자리를 선사하셨는데  엄마같은 수녀님의 따뜻한 마음을  잊을 길이 없습니다.  지금에 와서 곰곰히 새겨 보면 제가 무엇이 잘났기에 수녀가 되었겠습니까?  주님께서 하얀 제복을 입으신 막달레나 수녀님을 통해 저게 당신의 자비하심을 드러내 보이셨고 당신의 도구로 쓰시려고 불러 주셨음에 제가 응답했을 뿐이었지요.  

 

  오늘도 제 마음속의 잡초를 뽑으며, 하루를 살아도 영원히 사는 것처럼 살아 갈 것을  새롭게 다짐해 봅니다.   지금 수도자의 길과 결혼성소를 걷고 있는 저의 짝궁들도  그 때 그 시절 어린 손가락을 걸며 주님을 따르겠다고 다짐했던 사랑의 여정을  기쁘게  감사하면서 살아가도록 오늘 이 밤에도 우리 주님께 청원해 봅니다. 여러분들도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남을 비추기 전에 먼저 밝은 빛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기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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