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8일 (화)
(녹) 연중 제11주간 화요일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청소년 프로그램 모니터 보고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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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세자요한 신부 [john1004] 쪽지 캡슐

1999-07-15 ㅣ No.13

1. 청소년에게 고함

 

 [청소년에게 고함]에서 내세운 기획의도는 학부모와 청소년간의 거리를 좁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대화의 장을 마련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본 프로그램은 형식상으로는 학부모의 뜻을 전하고(얘들아, 들어라), 학부모가 직접 청소년의 공간인 학교에 찾아가고(엄마가 학교에 갔어요), 청소년의 입장을 전하는(학생수첩) 코너로 구성되어 있지만 철저하지 못한 기획과 준비 미흡으로 각각의 코너를 유기적으로 엮어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청소년에게 고함'이라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청소년을 선도의 대상, 훈계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은 지나친 연출의 개입으로 결국 방송을 만드는 주체는 기성세대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청소년에게 전하고 싶은 목소리만을 담고 있다.

 

<얘들아, 들어라>

 특정 지역을 선정하여 그곳에서 부모들이 청소년들에게 방송을 통해 하고싶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은 좋은 의도로 평가된다. 그러나 기성세대의 눈높이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평소에 듣던 일방적이고 훈계적인 목소리만을 담고 있어서 세대간의 이해의 폭을 좁히는데는 무리가 많으며, 마이크 앞에서 말하는 부모들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그려지고 있어 내용의 진지함마저 떨어지고 있다. 또한 타 방송사의 오락프로그램을 짜집기한 흔적이 여러 곳에서 발견되는 것도 프로그램의 참신성을 떨어뜨리는 커다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엄마가 학교에 갔어요>

 학부모가 일일학생으로 학교생활에 직접 참여하는 것 또한 좋은 기획이지만 작위적인 연출이 지나치며 학교 생활의 단면을 우스꽝스럽게 그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부모님이 복장불량으로 걸린다거나, 컨닝을 하다 들키는 모습, 학교 밖에서 점심을 먹고 들어오다 걸려 벌받는 모습, 강의실을 못 찾아 헤매다 늦게 수업에 들어가는 모습 등 청소년들의 학교 생활의 문제점과 고민을 깊이 있게 다루기보다는 흥미위주의 내용이 많다. 직접 학교생활을 체험함으로써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기성세대의 추억거리에서 그치는 모습이 아쉬움을 남긴다.

 

<학생수첩>

 학생들이 스스로 제작한 프로그램을 그대로 방영하고 있는 이 코너는 청소년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신선한 기획으로 평가받는다. 이 코너를 통해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함은 물론 다른 계층에게 그들을 이해시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꽃동네 자원봉사나 메이커선호 문제 등을 다룬 본 코너는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닌 깊이 있는 고민을 던져주고 있고 또한 그것이 청소년들의 시각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하겠다.

 

 프로그램의 군데군데에서 발견되는 소위 요즘 잘나간다는 프로그램들의 모방적 장면은 시청률을 너무 의식한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또한 작위적 연출을 통해 감동을 유발하려는 모습이나 내용을 너무 우스꽝스럽게 희화화란 장면은 오히려 진실된 목소리를 가려버린 결과를 낳았다. 아무리 좋은 기획의도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철저히 준비되지 못하고 급조된 프로그램은 결국 좋은 프로그램으로 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는 판단이다.

 

 

 

2. 접속 신세대

 

 

 

이 프로그램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요즘 청소년들에 대한 신세대적인 여러 모습에 대한 방송국의 '접속'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다음의 세가지 코너로 구성되며 그 각각의 평가는 다음과 같다.

 

 

 

▷ 골든벨을 울려라 - 학교 공부 뿐만이 아닌 시사ㆍ상식 면에서도 뒤지지 않는 모습

 

이 코너는 기존 청소년 퀴즈 프로에 비해 시사ㆍ상식 등이 가미된 것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음악, 영화 등 좀 더 다양한 영역에 걸쳐 문제가 구성된다면 학교교육에서 소외되었더라도 나름대로 전문영역을 헤쳐가는 학생들의 이해를 반영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더 나아가 제도권 교육의 한계를 벗을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게 본 모니터 팀의 대안이다.

한편 최종 몇 문제까지 맞추는냐에 따라서 학교의 명예 뿐 아니라 학생들에게 자긍심을 심어 주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불필요한 학교간 경쟁을 야기하거나 학교홍보용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은 신중히 검토되어야 할 문제로 남아있다.

 

▷ 내 마음을 받아줘 - 이성교제에 있어서 좀더 개방적이고 과감한 모습

 

이 코너는 이성교제를 양성화시킨다는 바람직한 기획 의도를 갖고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짝사랑이 대부분인 청소년들의 이성교제가 자칫 흥미거리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 코너를 보면 단순히 약속 장소에 나와 준다는 것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과장된 연출을 하고 있다. 상황 재현이나 학생들과의 인터뷰시 가미된 웃음의 장치도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방송사가 청소년들의 짝사랑을 맺어주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과 제작비를 투입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지적도 있었다.

따라서 이성교제의 양성화라는 기회의도를 충분히 살리기 위해서는 건전하게 교제하고 있는 고등학생 커플이나 교제에 있어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에 대한 현명한 대처 방법들을 다루어 보는 것이 좀더 바람직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영상물에 대한 제작이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대견스러운 모습

 

마지막 코너는 특별한 형식없이 구성되는 것으로서 청소년을 학교공부와 연관짓지 않은 채 좀 더 다양한 경험과 창의성을 가진 청소년상을 보여준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신감 있고 꿋꿋한 청소년을 비추는 것도 매우 긍정적이다. 따라서 이 코너는 일반적인 신세대 개념, 그 중에서도 다소 소비적이고 즉흥적인 모습 등 부정적인 이미지보다는 보다 모범적인 상을 보여주는 좋은 코너다.

그러나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공부, 연애, 풍부한 경험과 창의성, 강한 자아를 형성하고 있는 청소년의 모습을 비춘다는 취지가 은연중에 '만능'을 강요할 수 있다는 점이다.

 

 

 

3. 드라마 [학교]

 

                      "더 이상 왕따는 없다"

               -사실적 접근, 연출의 묘미가 돋보인 청소년 드라마 [학교]-

 

지난 2월 22일부터 4월 13일까지 방영된 드라마 [학교]는 기존 청소년 드라마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긍정적 평가다. 억지스런 이야기 전개, 스타시스템에 의존하는 출연자 선정 등으로 시청률 경쟁의 노예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일반 드라마와 분명한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또 출연자 대부분이 한번씩 주인공으로 선정되는 등 이 프로그램에서는 '왕따'가 없었다.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청소년들의 학교생활을 소재로 한 이 드라마는 현실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반영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예를 들어 교재강매, 왕따, 교내폭력, 남선생의 여학생 성희롱, 촌지, 선생님에 대한 짝사랑, 성적문제, 교사 과외, 유흥가 출입, 여학생의 임신과 중절 등 실로 많은 문제들을 다루었다. 그 내용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하였고 무엇보다도 '복선'을 이용한 드라마 구성은 연출의 묘미를 돋보이게 했다. 기존의 '모범생'위주의 이야기 전개는 없었다. 반장조차 모범생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 프로그램을 칭찬해주어야 할 이유는 또 있다. 각 방송사가 간판 프로그램을 주로 편성하는 9시 뉴스 이후 시간대 편성이 바로 그것이다. 이 시간대는 청소년은 물론 학부모, 교사 등 많은 계층들이 학교 현실을 관심있게 바라보기에 좋은 시간대라는 점에서 그동안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던 청소년 드라마의 '명예회복' 이다.

이밖에도 연기자들의 뛰어난 연기도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각 회마다 주연급으로 다루어졌던 학생들의 심리연기가 매우 자연스러웠다는 평가다.

반면 아쉬운 점도 지적받았다. 문제 해결이 수월하게만 매듭지어진다는 점, 특정 인물의 성격이 과장, 이로 인해 내용의 전달보다는 인물의 개성을 부각하는데 치우쳐 가는 경향을 보였던 게 비판의 대상이다. 이러한 점을 빼면 드라마 [학교]는 근래에 보기드문 좋은 드라마로 보아 무리가 없다.

 

대안을 위해

 

청소년 프로그램에서 동아리 활동이나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청소년 등 비록 소수일지라도 바람직한 청소년 문화를 창출할 수 있는 활동들에 좀 더 초점을 맞출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게다가 우리 사회에는 학교생활을 하지 않는 청소년들도 적지 않고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학생들 못지 않게 필요하다. 청소년 문화에 대한 접근이 학생들의 다양한 자치활동보다는 '방송반' 등 특정 동아리 활동에 초점을 맞추는 구태의연한 시각도 벗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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