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민언론선정] 이 달(99.7)의 나쁜 방송

스크랩 인쇄

최성우 세자요한 신부 [john1004] 쪽지 캡슐

1999-08-12 ㅣ No.14

민주언론운동 시민연합  방송분과 선정- 이 달의 나쁜 방송(99년 7월)

 

나쁜 방송 - 임백천의 원더풀 투나잇 (SBS 일 오후 11:00 ∼ 12:10)

 

’시사정보토크쇼’로 둔갑한 저질 쇼, 집단 가학증세 부추기는 [임백천의 원더풀 투나잇 쇼]

 

[주병진의 데이트라인]을 개편한 [임백천의 투나잇쇼]는 비록 ’시사정보프로그램’을 표방했지만 실제 내용과 구성을 보면 저질 오락 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SBS는 "우리주변의 작은사건, 소박한 인물들까지도 큰 공감으로 대하고 시사문제와 정보를 부드럽고 재미있게 아주 색다르게 푸는 것"이라며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그러나 프로그램 모니터 결과 시사문제와 정보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잡담수준의 토크와 흥미성 소재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 7월 25일 방영분을 본 많은 시청자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에서 시민들의 애환을 우스갯 거리로 만드는가 하면 ’영화 트루먼쇼’, ’조지오웰의 소설 1984’ 등 감시통제사회를 연상케 하는 ’김종석 입시 준비과정 감시’는 SBS가 방송의 사회비판감시기능을 오용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했다. 본회 방송모니터분과는 이 프로그램을 이달의 나쁜 방송으로 선정하였다.

 

시민들의 애환을 우스갯 거리로 만든 [어른들을 위한 동화]

 

[떴다! 속옷장수]는 노점상들을 대상으로 ’늑대와 양치기 소년’을 재구성한 내용이었다. 말하자면 "떳다"라고 외치는 당국의 노점상 단속행위를 동화에 맞게 재연한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자신의 생계를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의 애환을 우스갯거리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화면에 등장하는 노점상들을 향한 몰래카메라라면 더욱 심각한 인격권 침해이며 몰래카메라가 아니더라도 일반 노점상들은 물론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게다가 속옷장수가 여성의 속옷으로 장난치는 모습은 여성시청자에 대한 모독에 가깝다. 차안에서 이를 지켜보며 즐기는 진행자와 게스트 모두 ’가학증’ 환자에 다름없다는 강한 비판이다.

 

단순히 동화의 내용을 베꼈다고 해서 그것이 동심의 세계를 통한 정서함양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아님은 말할 것도 없다.

 

감시·통제 즐기자는 위험한 발상, [김종석 대학가다] 즉각 폐지해야

 

’김종석 대학가다’는 최근 어느 연예인 못지 않게 유명세를 타고 있는 한 메니저(사실 그는 이제 연예인과 다를 바 없다)가 대학진학을 위해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하는 코너다. 그러나 말이 관찰이지 그 대상자에 대해서는 명백한 사생활 침해이며 시청자 모두를 집단가학증 환자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다. SBS는 대상자와 합의하에 관찰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가 아니라고 주장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는 다음과 같은 두가지 측면에서 잘못된 주장이다.

 

우선 방송사와 연예인은 애초부터 병렬적 관계가 아니다. 방송사 정도의 권력집단이라면 한 연예인의 동의를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얘기다. 그리고 실제 내용을 보아도 연예인을 얼마나 비하시켜 다루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7월 25일 방영분에서 김종석씨의 인기배경을 나열하는 나래이션을 잠깐 보자. ’그가 어설퍼 보이고 무식함을 숨기지 않기 때문’이라는 내용은 명백히 인격 모독이다. 또한 그가 고등학교 다닐 때의 성적을 공개하고 행동특성을 보여주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이때 ’우등생과 전혀 거리가 멀다’는 나레이션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실력 테스트를 하는 과정에서도 채점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그가 정말 실력이 없음을 증명해 보이려 했다.  결국 ’동의’라는 방식이 형식적이고 교묘한 장치에 불과할 뿐 그 자체만으로 위와같은 인격권 침해의 내용을 합리화할 수 없을 것이다.

 

두 번째, 이 코너는 단순히 김종석씨만을 관찰하는 게 아니다. 김종석씨가 다니는 학원 수강생, 학원강사는 물론 김종석씨가 이동하는 화면에 비치는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사생활 침해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 프로그램은 자신의 의지를 통한 인간승리를 보여준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걸고 있으나 이 또한 허울에 불과하다. 실제로 의지나 극복과정을 보여주기 보다는 김종석씨가 공부하는 모습을 시종일관 우습게 전개하고 있다. 만일 이렇게 공부해서 대학에 갔다고 치자. 그 짧은 기간동안 장난스럽게 공부하는 과정이 하나의 유형으로 비쳐질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입시준비과정에 대해 명백히 잘못된 정보를 전달한 것이며 한편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수험생들, 특히 열심히 공부하고도 떨어지는 수험생들에게는 매우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 코너인『너희가 그들을 믿느냐」는 ’흥미에 집착하는 집단토크쇼’로 볼 수 있겠다. 이 코너는 미인대회 참가자, 코미디언, 연예인 매니저, 귀신과 UFO 경험자 등 특정 집단에 속한 사람 10∼20명 정도를 출연시켜 여러 가지 질문답변을 한다. 미인대회 출연자들에게 살빼기나 화장법 등에 대한 질문으로 성상품화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는 이 코너는 시종일관 선정적 내용과 가벼운 잡담 수준의 내용으로 얼룩져 있다. ’코미디언을 웃기는 코미디언이 누구냐’ 등의 질문도 그 집단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기 보다는 잡담수준으로 흐르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또 이들을 통해 그 집단의 특성을 일반화할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일련의 내용을 통해 볼 때 이 프로는 결코 시사정보쇼라고 보기 어렵다. SBS가 편성비율을 의식한 조처라면 ’시사정보쇼’라는 타이틀에 맞게 내용을 전면 수정해야 할 것이며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오락 프로그램을 표방하는 것이 더 솔직한 태도일 것이다. 이때 주의할 것이 있다. 오락 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 위에서 지적한대로 서민의 애환을 우스꽝스럽게 그린다거나 인격권과 사생활 침해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태도는 옳지 못하다.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정서순화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면 웃음을 유발하는 과정에 좀 더 신경써야 할 것이다. 당장 웃고나서 불쾌한 감정을 갖게 하는 것은 방송의 진정한 오락기능으로 보기 어렵다.

 

 



799

추천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