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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에 부적절한 사건은 배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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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3-11-02 ㅣ No.495

올해로 6년째를 맞는 국민참여재판이 법조계를 넘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관련 법률과 대법원의 판례에 비춰 유죄가 선고될 만한 사안들에 대해 최근 참여재판에서 잇달아 무죄 평결이 나왔다. 논란의 핵심은 선거법 위반이나 명예훼손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참여재판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할지 여부다.

우리나라 사법 제도의 특징 중 하나는 헌법상 신분과 독립이 보장되는 직업 법관에 의해 소송이 심리·종결되는 것이다. 국회는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인다는 취지에서 지난 2008년부터 국민참여재판제도를 도입했다. 그 근거법이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은 사형·무기 또는 단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중대한 범죄 대부분을 참여재판의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법 제5조). 아울러 이 법은 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이 적합하지 아니한 사건을 유형화하고, 그러한 사건에 대해 법원의 재량으로 참여재판을 하지 않기로 하는 '배제결정'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선거법 위반 사건 등을 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인정해 참여재판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아예 입법적으로 이를 제외하는 것이 합당한지 여부다. 정치적 사건일수록 소수의 법 전문가가 아니라 다수의 일반 국민들이 참여해 치열한 토론과 논의를 거쳐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선거 사건이 참여재판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본다. 반면 명예훼손 사건이나 선거법 위반 사건은 법리가 복잡해 법률 전문가도 유무죄를 속단하기 어렵고, 배심원의 정치적 성향이나 개인적 배경이 정치적 형사사건의 유무죄나 양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하는 입장에선 이 법을 개정해 선거 사건 등을 참여재판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법 체계하에서는 검찰에 의해 재판에 넘겨진 공소사실이 형벌 규정과 기존 판례에 비추어 유죄로 인정될 경우 전국의 어느 법원에서 재판을 하건 '동일한' 결과가 나오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렇지 못하고 정치적 사건이 참여재판에 참가한 배심원단의 심정적 상태와 법원의 소재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면 법적 안정성과 형평성 차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는 단순히 참여재판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치와 이념으로부터 독립해 법과 양심에 따라 사회적 분쟁을 해결해야 하는 사법부마저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 빠지게 하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담당 재판부는 피고인의 참여재판 신청이 있다 하더라도 그 사건에 관한 정치적 함의와 사회적 파장, 치열한 사실적·법리적 공방에 따른 예상 심리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그 결과 배제결정의 필요성과 피고인의 참여재판 받을 권리를 비교 형량해서 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참여재판 배제결정을 하는 방식으로 사건을 운영하는 것이 합당하다. 그런 취지에서 입법적으로 참여재판 대상에서 선거법 사건 등을 일괄적으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은 참여재판 대상 범죄를 확대해 가는 경향에 반할 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참여재판 받을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

 

  • 최진녕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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