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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는 말과 ‘고맙다’는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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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는 말과 ‘고맙다’는 말
지난주 토요일날 기일을 맞이하셨던 친정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전 10년간을 중풍으로 고생 하셨었다. 10년간 내내 누워 계셨던 것은 아니고, 중풍을 맞으실 때부터 돌아가실 때까지 1년간만 침상에 누워 계셨고, 그 중간 9년간은 간신히 화장실 출입과 아파트 주변을 벽을 붙잡고 간신히 돌곤 하셨다. 원체 체구가 크셨던 분이고 한쪽이 부자유스러운 상태인지라 자리에서 일어서는 일조차 힘겨워하면서도 구슬땀을 흘리시며 아파트를 도시던 모습이 너무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영정사진도 입던 옷 그대로 찍은터라 엄마의 살아생전의 체취가 그대로 느껴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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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서울 병원에 모셨을 때의 일이다. 집이 제일 가까운 내가 새벽 당번을 도맡았고 집이 먼 언니들이랑 올케는 요일별로 나누어서 오후시간을 맡기로 했다. 나의 일과는 새벽에 일어나서 식사준비를 하고 나가면 남편이 아이들과 밥을 먹고 출근하는 식이었다. 어머니는 딸도 딸이지만 사위에게 너무 미안해 하셨다. 병원에 몇 개월을 입원하셨는데 병원비까지 아무 말없이 해결해 주는 사위에게 너무 신세지시는 것 같아선지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해하셨다.
듣기 좋은 말도 한 두 번이라 했나. 한 날은 자꾸 미안해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괜시리 짜증이 났다. ‘내가 왜 짜증이 날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엄마가 자꾸 미안해 하는 모습이 싫었던 거다. 차라리 미안하다고 하는 것보다 고맙다고 하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엄마가 뭐가 미안한데 맨날 미안하다고 그래요? 자식이 부모한테 하는게 당연한거지.” “너 키울 때 구박도 많이 했는데 너하고 남서방한테 이렇게 신세를 지니 엄마는 미안해 죽것다.” “그때는 엄마도 힘들고 고달파서 그런 거였고... 엄마가 구박했어도 지금 우리들이 이렇게 잘들 살아가니 고마운 거잖아.” “그렇지.” “엄마가 자꾸 미안하다고 할 때에는, 엄마가 우리한테 잘 못해준 것만을 생각하니까 ‘미안하다’는 말이 나오는 거고, 엄마 생각에 ‘내가 애들한테 잘 못 해줬는데도 잘들 살아서 감사하다.’ 라고 생각 하면 ‘고맙다’는 말이 나올테고... 이제부터는 ‘미안하다는 말’ 하시려면 ‘고맙다’는 말로 하세요.” “...그래, 그 말이 맞다.”
그 날, 나는 병원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내가 친정엄마에게 해주었던 말들을 떠올리며 ‘미안하다’는 어감과 ‘고맙다’는 어감의 차이를, 그리고 그 두 단어들이 품고 있는 어의(語意)의 극명한 차이를 내 안에서 되새기고 있었다. 그래, 주님께 기도할 때도 ‘제가 자꾸 죄를 지어 죄송합니다.’ 라고 자꾸 미안하다는 기도만 할 게 아니라 ‘수없이 죄를 짓는 저를 용서해 주시어 또다시 일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고맙다는 기도를 드리면, 내가 느꼈던 것처럼 주님께서도 더 좋아하시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친정엄마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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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5일 토요일, 절두산 3시 미사에 친정어머니 홍마리아 막달레나를 위해 기일미사를 봉헌하고 ‘전대사를 얻기 위한 기도’를 마친 후, 친정으로 제사를 지내러 가는 길이 매우 즐겁고 감사했다.
성바오로 사도 탄생 2000주년을 기념하여 전대사의 은총을 내려주시는 우리 가톨릭 성교회 품에 있게 된 것도 너무 너무 감사하고...
이복선 아녜스
Ronan Keating - If Tomorrow Never Co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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