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채널e - 아이들은 기억해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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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30년 동안 나는 밖에서 직장에 충실했고 아내는 안에서 살림을 했다. 소위 살림이라는 것이 해도 해도 표 안 나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몸만 녹아나는 일의 연속이라는 것을 그땐 전혀 몰랐다. 아내는 살림의 고충을 심각하게 토로한 적이 거의 없었고, . 이제 와 생각하니 아내의 그 수고스러움은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지경이다. 나는 아내에게 조력자가 아닌 또 하나의 아이나 다름없는 존재였을 것이다
“어제 제가 엄마한테 선물 사자고 계속 말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샀대요.” “그래서 네가 서운했어?” “네.” “그래서 네가 어젯밤에 할아버지 위로해주려고 돌아왔던 거야?” “네.” 고작 만 네 살 난 녀석의 마음 씀씀이에 울컥 목이 메고 눈이 시큰해졌다. 이날 도헌이는“할아버지 생신 축하해요.”라는 글자가 분명한, 색종이에 추상화처럼 그린 생일축하카드를 내게 건네주었다. 나는 그 카드를 거실에서 가장 잘 보이는 장식장 위에 올려놓았다. 그건 내가 손자에게서 처음으로 받은 생일카드인 것이다
어린 것들은 오는 시간을 안달하며 재촉한다. 재촉하는 모양새가 대견하면서 안타깝기도 하다. 어린 날의 시간은 왜 그리도 천천히 흘렀던 것인지. 지금은 왜 시간이 이처럼 무서운 속도로 흐르는 것인지. 지금은 너희들이 시간을 쫓아가지만 언젠가는 시간이 너희들을 쫓아올 날이 올 것이다. 그때까지는 시간을 아껴서 후회 없이 온전히 그 시간을 누리거라.
정석희 님의 " 네가 기억하지 못할 것들에 대하여" 中 0 1,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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