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前 대선 후보의 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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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3-10-31 ㅣ No.432

지난 29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전날 안도현 시인의 국민참여재판에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참관한 것을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대선 때 문재인 후보 공동 선대위원장이었던 안씨는 트위터에 "박근혜 후보가 안중근 의사의 유묵(遺墨)을 도둑질했다"는 취지의 허위 사실을 여러 차례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벌금 1000만원을 구형했지만 이날 참여재판에서 배심원 7명 전원은 무죄 평결을 내렸다. 시민 배심원단은 무죄 평결 취지로 "공익을 위한 글"이라고 했다. 국민참여재판이 '법률과 상식'이 아니라 '정치와 감정'에 좌우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나온 평결이었다.

문제는 문재인 의원이 자신의 당선을 위해 뛰었던 안씨의 선거법 위반 재판, 그것도 배심원들이 유무죄를 가늠하는 국민참여재판을 방청하는 것이 타당했는지 여부다.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은 국감에서 "문 의원이 배심원단 바로 앞에 앉아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고 했고, 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다른 당의 대통령 후보 이야기를 하려면 근거를 가지고 하라"고 반박했다.

문 의원은 전주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앞서 "안 시인이 선대위원장을 맡지 않았다면 검찰이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노벨 문학상을 받을 세계적 시인을 아끼지 못하고 욕보인 것은 세계의 비웃음을 살 일"이라고 말했다. 문 의원은 검찰을 향해 "옹졸하다"고까지 했다.

문 의원이 국정감사가 열린 날에 공개적으로 검찰을 비판하고 법정에 1시간 동안 참석한 행위가 배심원들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계량하기는 힘들다. 선거 때 자기를 도와주다 법정에 서게 된 안씨에 대한 인간적 미안함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문 의원은 평소 신중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정치인이다. 자신과 직접 관련이 있는 피고인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 참석하는 행위가 어떤 논란을 불러일으킬지 몰랐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이다. 대선 때 문 의원을 지지했던 배심원이라면 안씨를 격려하기 위해 방청석에 앉아 있는 문 의원을 보고 차마 유죄 의견을 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짐작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 게다가 '나는 꼼수다' 진행자인 김어준씨와 주진우씨에 대한 지난 24일 국민참여재판에선 지지자들이 방청석에서 검사에게 야유를 보내며 배심원들에게 보이지 않는 압력을 행사했다는 논란까지 있는 상황이었다.

문 의원은 자신이 청와대 비서실장, 민정수석을 지낼 때 틀을 만들었던 국민참여재판 제도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작년 대선 때는 "뇌물, 알선 수재, 알선 수뢰, 배임, 횡령 등 5대 범죄에 대해선 봐주기 수사, 솜방망이 판결이 나오지 않도록 국민참여재판을 제도화하겠다"고 공약까지 했다. 그러나 문 의원은 논란이 예견된 재판에 참석하는 신중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참여재판의 공정성 문제에 기름을 붓고 말았다.

재판이 진행되던 그 시간 문 의원이 속한 국회 기획재정위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관세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하고 있었다. 문 의원은 오후에야 국감장에 도착했다.

 

- new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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