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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어제와 오늘 1.- 미국인도 당황스러운 한국의 '미국 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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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봉철 [skanenfl] 쪽지 캡슐

2008-06-28 ㅣ No.121624

 

"빈민들에게 식량을 제공하면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우리한테 가르쳐 주시오. 그러면 기꺼이 나서겠소." (세계 기아 대책 회의에서 버즈 아이 식품회사 간부가 인도 정부 관계자에게 한 말) 

안녕하십니까? 우선 질문 한 가지 드리겠습니다. 음식은 근본적인 인권의 문제라고 생각하십니까? 당연한 것을 물어본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미국 정부나 기업들은 항상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기에 꺼낸 질문입니다. 

이달 초에 로마에서 열린 세계 식량 정상회담에서 미국 대표는 참가한 182개국 중 유일하게 식량은 기본 인권이라는 선언문에 반대했습니다. 미국은 1996년에도 이와 비슷하게 식량을 인권과 연결시킨 선언문에 반대한 전력이 있습니다. 동의할 경우 당시 미국에서 진행 중이었던 사회복지체제의 개악이 국제법 위반으로 판결이 날 것을 두려워했던 것입니다. 

다시 말해, 미국 정부는 자국의 국민들이 단순히 인간이란 이유와 배가 고프다는 이유만으로 식량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미국 농무장관은 얼마 전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는 것이 여러 가지 불필요한 무역 장애물을 두는 것보다 식량 조달에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는데 이는 인권이 아닌 시장과 이윤 창출을 최우선시 하는 미국 정부의 태도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외 식량 정책은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지만 인류애나 박애 정신은 그다지 중요한 요인이 아닙니다. 미국 역사상 식량은 자국민을 포함한 사람들의 삶의 질을 위한 주요 품목이 아니라 미국 정부와 기업의 이익을 도모하는 수단이었을 뿐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해외 식량 원조만 보더라도 미국의 이익과 결부되지 않은 순수한 원조는 거의 없습니다. (미국 내의 계층간·인종간 격차와 이해관계의 대립을 보면 사실 "미국의 이익"이란 표현은 어폐가 있습니다만, 국제 관계 속에서 미국이라는 존재를 어느 정도 통합된 실체로 가정하고 그 실체와 관련된 이익을 "미국의 이익"이라 칭하겠습니다. 제국으로서 미국은 군산복합체와 정치권력과 언론을 장악하고 있는 엘리트 집단을 정점으로 한 복잡한 위계 체제란 점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정부에서 특정 국가나 지역에 대한 원조가 더 이상 자국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그에 대한 원조는 슬그머니 사라지게 됩니다. 

제가 이 편지를 쓸 마음을 먹은 것은 한국 수구 언론들과 수구 인사들이 요즘 쇠고기 사태와 관련하여 끊임없이 "미국을 믿자"고 부추기고 있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얼마 전 대전시장이란 분은 "미국 사람들이 못된 것을 팔지는 않는다"고 주장했고 이명박 대통령도 특별 담화에서 미국 기업들의 자율 규제를 믿어보자고 호소했습니다. 한국 수구의 미국 맹신은 미국 사람인 저도 어리둥절하게 할 정도입니다. 미국 정부, 의회, 기업이 과연 믿을 만한 존재인지 한 번 같이 생각해 봅시다.

'음식=인권' 끝내 인정 않는 미국, 그런 미국 맹신하는 한국 수구 

전 세계에서 매년 약 1000만 명의 유아가 다섯 살이 되기 전에 영양실조와 쉽게 예방이나 치료를 할 수 있는 질병으로 사망합니다. 현재 세계 각국이 나서면, 아니 미국 한 나라만 나서도, 이런 비참한 현상을 막을 수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식량을 모두 합치면 세계의 모든 인구가 먹고도 남는 양이 나옵니다. 사람들이 매년 화장품에 사용하는 돈보다 조금 많은 돈으로 세계 곳곳의 기아와 영양실조를 모두 예방할 수 있습니다. 

기아와 간헐적인 굶주림과 영양실조 등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질적·양적인 식량 부족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데 드는 비용이 190억 달러($19,000,000,000)라고 합니다. 미국은 2008년 한 해 동안 이 비용의 25배가 넘는 4810억 달러($481,000,000,000)를 국방비로 지출할 예정입니다. 그것도 이라크 전쟁 비용은 포함하지 않은 수치입니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각자 양적으로 충분하고 질적으로 건전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날이 오기 전에는 식량은 잘 사는 나라들이 못 사는 나라들을 견제하고 조종할 수단의 하나로 남을 것입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여러분이 오늘 밥을 먹을 수 있을지 굶어야 할지를, 그리고 먹는다면 무엇을 먹을지를 좌지우지한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그 사람과 당신의 관계가 평등하고 중립적일 수 있겠습니까? 

좀 더 구체적으로 미국 식량 정책의 역사를 살펴봅시다. 19세기 동안에 미국은 서부로 진출하면서 영토를 네 배 이상 늘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백만 명에 달하는 원주민들을 몰아내고 학살했는데 원주민을 제거하는 방법의 하나가 그들의 농경지를 습격하고 곡물과 각종 농산물을 약탈한 것이었습니다. 

미국 정부는 또한 중서부와 평원 일대에서 누구나 야생 들소를 대량 도살할 수 있도록 했고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았습니다. 야생 들소는 대평원에 살던 원주민들의 주요한 식량원이었고 가죽은 의복에 필요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백인들의 무자비한 남획으로 1800년에는 4천만 마리나 되던 들소가 1900년에는 거의 멸종되다시피 했습니다. 결국 수많은 원주민들이 '원주민 보호 구역'에서 '평화롭게' 굶어죽었습니다.

1870년대의 사진으로 들소 해골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모습입니다. 거의 대학살 수준으로 남획이 자행되었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 위키피디아 공공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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