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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날 오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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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입니다. 아침에 서둘러 9시 미사를 마치고 아내와 함께 양재천으로 나갔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친목모임을 갖는 세 부부가 거기서 11시에 만나기로 한 약속 때문이었습니다.
아침에 내리던 비가 그치고 모처럼 하늘이 파랗고 군데군데 하얀 뭉게구름이 걸려 있었습니다. 집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햇볕은 뜨거웠지만 바람은 상쾌했습니다.
양재천은 장맛비로 흐려져 있었습니다. 상류에서 흙탕물이 내려오니 그럴 수밖에 없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냇가 옆에 인공으로 조성한 물놀이터의 물은 아주 맑았습니다.
아직 초등학교에도 들어가지 못한 어린 아이들이 그 물놀이터 바위위에 걸터 앉아 놀고 있습니다.
교우 부부들이 마침내 만났습니다. 양재천변 중턱 벤치에서 얘기꽃을 피우는
동안 언덕에 조성된 꽃밭을 눈여겨 보았습니다. 원추리가 피어나고 보랏빛의
비비추가 고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꽃판이 제법 큰 것이 영양상태가
좋아서 그런가 봅니다. 그 꽃 대롱속에 꿀벌 한 마리가 코를 박고 있습니다.
양재천 하류로 내려오니 물은 더 흐려져 있었는데 수면 위로 오리 세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일행가운데 한 분이 그러네요. 하늘에서 날아 온 넘들이라 그 맛이
기가 막히다고요.
우리가 시내 음식점으로 향하는 길에 양재천 상류쪽을 바라보았습니다. 흙탕물이 도도히 흐르는 개천 너머로 우뚝 솟은 빌딩군이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오르고 있었습니다. 그 유명한 타워 팰리스!
양재천에는 산책로가 셋 있습니다. 맨 위 둑방길, 중턱 길, 맨 아래 물가를 따라 난 길이 그것입니다. 맨 아래 길로는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많이 보입니다. 하지만 중턱 길은 한적해서 걷기에 참 좋아 보입니다. 그 길을 따라 한 젊은 어머니와 아이가 걸어 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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