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수)
(홍)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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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조선일보를 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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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석 [animation] 쪽지 캡슐

2002-11-16 ㅣ No.43610

조선일보에 대한 얘기가 오가는 것을 보고

제 경험에 대해 잠시 얘기하려고 합니다...

 

우선 조선일보를 보시는 교우 여러분께서 오해하지 말아주십사

하는 부탁을 드립니다... 조선일보에 대한 얘기를 하다보면

그 신문을 선택해서 보시는 분들께서 잘못 오해 하실 수가

있을 것 같아서요...^^ 저희 큰 형님도 조선일보를 보십니다...

(특히 조선일보에 근무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미리 사과를

드립니다... 다만 개인에 대한 문제가 아니오니 큰 신경쓰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저희 집에서 조선일보를 보게 된 것은 전두환 정권 시절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반값에 볼 수 있다는 점이 맘에 드셨나봐요...

(일반 신문 값의 정확히 반값으로 보았습니다... 그 전에 보던 신문이

한국일보였던 것 같구요...)

 

광주민주화운동이 터지고 많은 광주시민들이 죽어가던 때였습니다...

TV나 라디오는 전부 신군부에 손에 의해 움직여 지고 있던 터였고

조선일보는 특히 전두환정권의 편에서서 기사를 쓴 것 같습니다...

저는 고등학생 이었기 때문에 TV나 신문에서 얘기하는 것이

모두 사실 인줄 알았구요...

(지금도 마음 속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그 때

군부의 총칼앞에 무참하게 쓰러져가신 광주 시민들을

폭도로 생각했던 점입니다... 언론과 방송이 인간 자체를 비인간

적인 모습으로 변형시킬 수 있나봐요...

숨져가신 그 분들께 사죄와 위로의 뜻을 전합니다...)

 

정말 그 때 당시 조선일보는 정치와 사회면에서는 올바른 기사가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어떻게 아냐구요...?

 

조선일보를 끊은 초기 이유를 지금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다니던 성당에는 미국인 보좌신부님이 계셨어요... 저희

학생들이 수염을 잡아당기구 하면 ’아파~~’ 하면서도

항상 자상하게 저희를 사랑해 주시던 분이였어요...

(나중에 미국으로 가시며 ’미국엔 보신탕 없어서 슬퍼요~~’

하시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하지만 정치에는 상당히 민감하셨어요... 한국의 군사정치를

혐오하셨던 것 같습니다...

Time지 인지 News week지 였는지 잘 기억이 안나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신군부에게 불리한 기사들은 전부

빠진 상태로 판매되던 시기였어요... 하지만 가톨릭 쪽의

라인을 통해서 빠진 부분들을 입수하여 보좌신부님이 젊은

신자들에게 나누어 주셨습니다...

둘째형이 가져와서 저도 종종 읽어보았습니다...

너무나도 다르더군요... 그리고 언론에서 알려 주었어야 하는

그 수많은 진실에 대해선 기사화 하지 않고 군사정치의 만행을

위대한 영도력으로 왜곡하여 몰아가더군요...

 

그 당시에 그래서 조선일보를 끊었냐구요...?

아니요...못끊었어요...고등학생이여선지 그런 정치를 보며

울분을 가질만큼 시민정신이 형성되어 있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옳지 않다는 생각은 어느정도 가진 것 같습니다...

 

제가 성인이 되고나서 어느날 대학 도서관에서 보도자료에 대한

지난 시절의 사진과 기사들을 보면서 새롭게 정치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는 어린시절 부터의 군사독재와

고교 때부터의 조선일보에 거의 쇄뇌가 되어있었기에 진실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접하면서 나름대로 충격을 받았습니다...

여러 날을 고고학자가 과거의 문명을 캐내어 가듯이 저는

도서관에서 약간의 흥분된 마음을 안고서 지난 날의

여러 가지 진실들을 접해보게 되었습니다...

(지금 딱 꼬집어 어떤 것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안지만

제 기억속에 상당히 커다란 부분으로 잡혀있는 것을 보면

참 많은 일들에 대한 뚜껑이 열렸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패권주의가 싫어졌고... 지역적인 편견도 싫어졌습니다...

그 때 언뜻 언뜻 조선일보가 눈에 거슬렸습니다...

그래서 끊었습니다...

 

끊은 이유가 참 아리까리하죠...?

 

어쩌면 저의 화풀이 상대로 조선일보가 찍혔는지도 모르죠....

물론 그 정도의 억울함을 당할 충분한 자격이 있는 신문인 것

같구요...

 

그럼 지금 조선일보를 구독하시는 분들은 진실을 몰라서

구독하는거냐? 하시면...... 물론 아니죠...

현재 우리나라에서 조선일보를 구독하는 분들이 제일  

많습니다... 당연히 우리 가톨릭 신자 분들도 제일 많이 보는

신문이겠구요... 그 많은 분들이 모두 바보라서 조선일보를

보겠어요...?

당연히 아니지요... 여러 가지 많은 이유로 조선일보를 구독하시고

계시겠죠... 단지 조선일보를 좋아하지 않는 저같은 사람은

한 분이라도 조선일보를 끊어 주셨으면 하는 바램은 있답니다...^^

(강요하는거 아니고 저 혼자의 바램입니다...)

그렇다고 조선일보가 없어지리라는 생각은 안합니다...

올바른 언론이 되어야 한다는 질타를 너무 우습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요 ... 한번이라도 국민앞에 자신들의 지나간 역사에

잘못이 있었다는 얘기만 했더라도 저는 미워하지 않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렇게 하기는커녕 250만이 넘는 구독자

(식구들까지 하면 엄청나겠죠...?)

를 가졌다고 교만함의 극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언론은 국민의 뜻을 알고 바른 길로의 여론을 이끌어주는 역할을

해야 진정한 언론이지... 자기가 세력을 키우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세상을 주무르고 싶어한다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이라고

봅니다... 또 그 원하는 세상이 95% 서민 보다는 소수의 기득권 세력과

손잡고 자기를 과시하며 누리는 세상입니다... 참 어이가 없습니다...

정치가 잘못되면 목숨을 걸고 대항해주는 언론이 되어야지

정치를 쥐구 흔들고 앉아있으니... 한가지 더 얄미운 것은 군사정권 시절의

부정부패와 실정에 대해서는 그토록 관대하던 조선일보가 근래에 와서는

왜 그렇게 투사같은 교활한 행동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요즘은 진실을 말하는 신문이라고 하데요... 저는 최진실을

말하는 것이겠지 하구 웃지만요...)

 

죄는 있으나 벌이 없었던 우리나라의 역사로 인해 많은 것들이

혼동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국민들 간에 상처도 생기구요...

 

유럽의 선진국들 처럼 우리나라도 과거 적당한 시기에 시민혁명이

성공하였다면 지금 살아가는 세대들에게 커다란 갈등 하나는 덜어

주었을텐데 하는 생각도 가끔 갖습니다...

(4.19혁명이 5.16쿠데타로 망가지지만 않았어도...)

 

그럼 외국가서 살아라~~ 하실 분들도 계시겠죠...?

그런 마음 안가져 본 것도 아니지만... 어떤 후배가 그러더군요...

도망가는 건 쉽지만 대항하는 건 어렵다구요...

누가 애국자냐? 물어보길래 말을 못했어요...

(여기서의 애국자 얘기는 그냥 누구나 술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반적인

얘기입니다... 제가 무슨 열사여서...? 아니면 깨끗해서...? 절대 아닙니다...^^)

어쩌면 저같이 보잘 것 없는 사람도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다른 분들은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하는 마음도 가져봅니다...

 

저도 그렇지만 많은 분들이 자기가 보는 신문이 말하는 대로 앵무새처럼

되뇌이는 것을 보면 언론의 역할은 정말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언론개혁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시한번 조선일보를 구독하시는 교우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제가 조선일보에 돌을 던지다보니... 혹시나 돌가루 먼지라도 님들께로

날아가 짜증 나실 수 있을 것 같아서요... 하루 빨리 언론개혁이 이루어져

조선일보에 대한 논란거리가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구독하시는

분들의 마음이 편할 것 같고 조선일보가 싫은 저 같은 사람들도 편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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