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수)
(홍)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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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의 아버지는 [그분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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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미 [flower01] 쪽지 캡슐

2003-05-07 ㅣ No.51905

   꽃집으로  초대합니다.

 

 

이른 잠을 자서인지 아직 새벽 닭이 울기도 전 새벽에 깨 게시판을 둘러보다가 신부님들에 관한 좋은 글들(송동헌님과 박여향님)을 읽어보며 어디선가 본 글 저도 올려봅니다.

 

밖에 내리는 봄비 속에서 얼굴 한번 뵌적 없는 이글 속의 주인공 행복을 빌어보면서.

 

 

신부님의 아버지는...

 

어제(2001. 7. 21), 주인공 신부님으로부터 직접 전해들은 이야기입니다.

 

신부님은 한국에 온지 33년이나 되었습니다. 신부님이 신학교 교수 신부님들과 함께한 아침 식사시간에 한 이야기입니다.

 

신부님의 고향은 프랑스이고, 고향 뒷쪽은  흰눈이 덮인 알프스 산맥이 보이고, 고향 앞쪽은 널은 평야처럼 생기면서 구릉지들이 펼쳐진 곳이랍니다.

 

넓은 구릉지 땅끝은 하늘과 맞닿은 지평선이 보이는 곳입니다.

 

신부님의 아버지는 많은 자녀들을 두셨고, 모두 똑같이 사랑했대요.

 

아버지는 힘도 세시어 아침이면 잠든 아이들의 목덜미를 쥐고 창밖에 내어 놓았다고 합니다.

 

오늘처럼 비오는 날이면, 신부님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군요.

 

"애들아 떠들지 마라.오늘은 하느님께서 나를 쉬게 하시려고 이렇게 비를 내리셨다.

 

그러니 떠들지 마라!"그러고는 방문을 닫고 주무셨다나요.

 

신부님의 아버지가 한 행위중에 감동적인 일은 다음 이야기입니다.

 

신부님의 아버지는 자주 자녀들을 데리고 자주 이렇게 했대요.

 

아직 캄캄한 새벽에 자녀들을 모두 깨워 밖으로 데리고 나갔대요.

 

사방이 어딘지 모르는 캄캄한 새벽에 말입니다.

 

때는, 노오란 밀이삭이 오르는 계절이었대요.      

 

신부님의 아버지는  잠으로 눈꺼플도 떨어지지 않은 자녀들을 하늘과 땅이 맞닿을 정도로 넓은 밭으로 데리고 나간 겁니다.

 

그리곤... 그리곤......

 

새벽빛이 올 때까지 그대로 밀밭에 서있는 겁니다.

 

새벽빛이 오는 쪽을 향하여 그대로 서 있는 거지요.

 

새벽빛!           

 

새벽빛이 어떤지 아나요? 밤낚시를 좋아한 분들은 잘 알겠지요?

 

새벽빛이 어떻게 오는지!  <물안개속에서 새벽빛이 호수에 내리는 모습을...!>

 

새벽빛은 캄캄한 하늘을 열고, 끝없는 지평선이 펼쳐진 둥그런 곡선을 서서히 비추고,

 

노오란 밀밭을 비추고, 가까운 가족들의 얼굴을 비추고,

 

고향마을을 모두 비추고, 그들에게 제 색깔을 입혀 준다나요.

 

신부님의 아버지는 새벽빛이 하늘을 열고 땅을 열고 고향을 열고 노오란  밀밭을 열고, 사랑하는 자녀들의 얼굴을 열기까지

 

밀밭 안에서 가족들과 함께 고요하게 서 있었대요..

 

동터오는 새벽빛을 향하여 서 있었대요. 종종 그렇게 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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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아버지의 아버지가 되어버린 신부님은 새벽빛을 볼때마다 노오란 밀밭으로 데리고 간 아버지가 생각날 것입니다.

 

아버지처럼 새벽에 일찍 일어나 새벽빛을 볼때마다 그 어린시절의 노오란 고향밭이 생각날테고,

 

아버지가 보여주신 기도가 생각날 테고, 새벽빛안에 아버지가 나와 함께 있음을 따뜻하게 느낄테고,

 

사랑스럽게  부르겠지요

 

 "아버지!...  아버지!..."       

 

 

 

(노오란 은행잎을 봐도 고향 밀밭에서 하느님이 창조한 새벽빛을 기억한

 

아버지의 기도를 기억하겠지요)

 

<대전가톨릭대학교에서>

 

참 고운 글이지요!  

 

이 글을 읽다보니 저희 본당에 계신 한 아버님을 기억하게 됩니다.  늘 눈을 감고 기도드리시는 그 신부님의 아버지를 위해 저 또한 기도 드리게 됩니다.

 

주룩 내리는 봄비 속에서 좋은 하루 보내시구요 또 찾아뵐께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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