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 시국 선언은 빛의 제자리 찾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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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식 [big-llight] 쪽지 캡슐

2013-09-11 ㅣ No.85

한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 땅은 아직 꼴을 갖추지 못하고 비어 있었는데, 어둠이 심연을 덮고 하느님의 영이 그 물 위를 감돌고 있었다.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빛이 생겨라.” 하시자 빛이 생겼다. 천지창조 첫 날의 모습이다. 빛은 하느님이 만드셨다. 물론 어둠은 처음부터 하느님과 함께 계셨다. 어둠을 밝히는 게 빛이다. 빛이 물러나면 어둠은 그 본색을 드러낸다.

지금 사제 수도자들이 시국 선언으로 빛을 밝히는 거다. 잠시 물러난 곳에 어둠만이 불행으로 몰고 가기에. 그곳에 행복을 안기고자 빛을 밝히는 것이다. 아주 작지만 거대한 불이 될 작은 촛불을 켜는 거다. 지금 곳곳에서 어둠이 팽배한다.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이들이 제 역할을 못해 소금이 맛을 잃어 부패가 되기 시작했고 빛이 자리를 물러나 어둠이 활기를 치는 게 현 추세다. 행복 끝 불행이 시작된 게 쾌나 되었다. 이제 짠 맛 나는 소금이 제 자리를 찾아야하고, 빛이 어둠을 살라야 한다. 빛이 자리를 잡아야만 어둠은 어둠에만 그렇게 잠길게다. 지금은 미진하지만 작은 촛불이라도 들어야 할 때다.

 

‘종북’이란 게 도대체 뭔가? 한반도와 부속 도서가 엄연히 우리 것이고 집 나간 아들격인 북이 지금 정녕 우리의 상대나 될까? 복음서의 ‘되찾은 아들의 비유’를 보자. 빛을 만드신 그 하느님은 돌아온 탕자를 위해 살진 송아지를 잡잔다. 어차피 끌어안을 북을 두고 기상천외의 발상으로 ‘때려잡자!’라고 접근하는 건 무리일 게다. 북은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동족이고 품어야 할 형제이다. 많이 아는 것만이 깊게 안을 수 있고 우리가 원하는 모습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리고 야무진 매를 들 수도 있다. 그리고 소중한 우리 것을 스스로 지킬 수도 있다.

지난 대선의 국정원 직원의 댓글 개입 사건은 구시대의 어둠의 불씨를 지피는 거다. 이건 지나친 일부에서 승부욕이 넘쳐 불법 경기나 다름없다고 보이는 경기이기도 하다. 큰 틀에서 보면 작지만 부분적인 승부 조작이나 다름이 없다. 정부 기관의 오래된 타성 이전에 앞으로 자리잡아 갈 비민주적 행위의 작은 시작일 수도. 이에 많은 이가 이번 건에 관련되어 대통령이 그 책임을 국정원에 묻고 공식 사과하라는 거다. 국정원은 대통령이 장악하는 정부 기관 아닌가. 시국 선언에서 내세우는 주 내용은 이런 국정원이 개혁도 개혁이지만 이 현상을 바로 직시하는 국가 최고 책임자의 자세에 대한 일침이다. 대통령은 국민의 신성한 투표로 선출된 이다. 그러나 그 투표에 일말의 의혹이 있다면 이걸 인정하고 앞으로는 이런 게 재발되지 않도록 당당히 국민 앞에 그 약속을 해야만 할 게다.

 

사제들의 시국 선언은 어둠을 몰아내는 빛을 밝히는 거다. 지금껏 이 나라에는 빛을 바랜 시절이 쾌나 있었다. 그 때마다 사제 수도자들은 빛과 소금의 역할을 했다.

그 옛날 예수님이 당대의 지도자들에게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였듯이. 이것을 집단 시위니 사목권의 남용이라는 건 언어도단이다. 어디 예수님은 회당에서만 가르치셨는가? 갈릴리 호숫가에서 산에서 예루살렘 성전에서 그분은 당대의 부정과 비리를 일삼는 이들과 당당히 맞섰다. 빛을 몰아내려는 세력들에 과감히 대응했다.

지금 신부님들의 시국 선언은 성령께서 하시는 일로 일치와 평화를 이룰 미미한 출발일 게다. 결코 반목과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다소의 시간은 걸리리라.

 

이번 대선에서의 국정원의 댓글 개입은 누가 뭐래도 정당한 행위가 아니다. 그 부도덕한 행위가 비록 작다고 할지언정 ‘내몰라.’라 할 것은 결코 아니다. 그건 비신사적 행동이다. 그 책임을 묻는 것 보다 앞으로의 그 재발을 막자는 거다. 이런 단순한 요구를 사제들의 길거리 정치로 몰아가는 건 신앙인으로서의 올바른 자세가 아닌 것 같다.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려는 사제 수도자들의 시국 선언에 박수를 보내지는 못할망정 재를 뿌리는 건 신자로서 좀 그렇고 그렇다. 이건 창조주 하느님 그분 보시기에도 '좀 그렇다.'라고 여기실 것 같다. 

 

빛을 만드신 하느님은 빛이 제자리를 찾기를 언제나 바라고 계신다. 빛이 물러서는 곳에 자리 잡는 건 언제나 어둠뿐이다. 지금의 시국 선언은 빛의 제자리 찾기일 뿐임을 상기하자. 그리고 빛은 언제나 밝히려 하는 게 속성임을 정말 정말 잊지는 말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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