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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이야기를 하며 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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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생긴대로 놀라는 말이 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산다는 말도 있다. 노는 물이 다르다라는 말도 있다.
그래, 성당 다니는 사람은 어떤 물에서 놀까?
어제는 하루종일 놀러갔다온 이야기뿐이다. 얼굴을 마주칠 때마다, 밥먹을 때마다, 그 이야기 뿐이다. 그냥 경치 좋은 곳에 놀러 갔다온 것뿐이다. 어떤 의미도 없고 어떤 목적도 없다. 성지도 아니고, 기도모임도 아니고 피정도 아니다. 그런 걸 하루종일 이야기한다. 참 갑갑한 일이다.
헤밍웨이가 낚시를 좋아해서 쿠바의 어떤 해안에서 낚시를 즐기며 살았는데, 어떤 신부님과 동행한 기사를 본 일이 있다. 나중에 헤밍웨이가 자살한 걸로 보아, 이 신부님은 아마도 헤밍웨이를 주님께 인도하지 못한 것 같은데, 그냥 낚시질만 같이 한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송충이가 왜 솔잎에는 관심이 없고, 황새치에만 관심을 두었는지 궁굼할 때도 있다.
구두를 만드는 사람이 어떤 파티에 초대되어 구두 이야기만 하는 모습을 풍자한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나는데, 우리 속담에 <평생 소원이 누른밥>이라는 말이 있듯이 구두장이는 구두, 푸춧간하는 사람은 고기이야기 밖에 아무것도 할 이야기가 없다면 곤란한 일일 것이다.
사람들은 "당신은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묻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재미라는 것은 1.술, 2.바람, 3.놀음, 4.행락,등등인데, 그냥 주색잡기라고 표현하면 되겠다. 이런 것에 재미를 못 느끼는 사람에게 하는 말이 바로 "무슨 재미로 사느냐?"이다.
참 답답한 일이다.
물론 맨날 구두, 고기이야기만 하는 것도 곤란하지만,
그렇다고 구두장이가 구두에 대해서 아무 이야기도 안하고 맨날 낚시 다닌 이야기, 술먹는 이야기만 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 않을까? 주색잡기에 취미가 없다고해도 이 세상에는 재미있는 일들이 너무도 많은데, 내가 좋아하는 것이 이것밖에 없으니 남들도 이것에만 재미를 느껴야 된다고 우기는 건 우격다짐일 뿐이다.
우리는 신의 정원에서 노는 아이들이 아닐까?
그러니까 자나깨나 신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것도 갑갑한 일이지만,
그렇다고해서 자나깨나 허구헌날 놀러다니는 이야기, 외국여행 갔다온 이야기, 먹는 이야기,술마시는 이야기...이런 데만 관심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하고
천주학쟁이는 노는 물이 달라야 하는데,우리의 일용할 양식은 무엇일까?
얼굴만 마주치면 술마시는 이야기, 놀러다니는 이야기... 이제 참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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