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일용할 양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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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전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날
집에만 묶여 있기가 답답하여 비맞을 요량으로
무작정 집을 나섰다..
크게 동네 한바퀴를 원을 그리며 걸어가는데 작은 마트앞에
비에 젖어 퉁퉁 불어난 박스들이 내팽겨져 있었다
어느동네 사시는지 가끔 부딪치는 할머니가 계시다
비녀꽂은 쪽진 머리를 하시고
연세가 80은 훨씬 넘어보이시는데
몸빼바지에 허연 쪽진머리를 나는 늘 리어커를 끄는 뒷모습만 뵈어 그분의 얼굴을 기억할수도 없다
때로는, 경사진 신호등앞에서 할머니리어커를 만나면 살짝 밀어드리고 내 갈길을 가기도 하고
택배박스를 모았다가 분리수거를 거부하고
남이볼까 담장밖 허술한 구석에 놓아 두기도 하는데...
비에 젖은 박스더미를 보면서 가는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누군가에겐 귀한 양식으로 바꿔먹는 박스들이..
물에 젖어 배설물보다 못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누구는 이렇게 땀한방울 흘리지 않은채
컴퓨터앞에 앉아 낙서만 하고 있어도 목구멍에 밥이 들어오는데....
감사할 일이다..
염치없는 딸은 입으로 연신 감사만 외친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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