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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스런 남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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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한 남편이 강원도 인제 기린에 농사를 짓기 시작한 지가 올해로 오 년째입니다.
농사짓던 첫 해에는 이웃 사람들이 가르쳐 준 대로 가시오가피를 심고 남은 밭에다 서리태와 께를 심었습니다.
이 더운 여름날 농사는 잡초와의 한판 전쟁이라 부지런히 김을 매고 돌아서면 맨 먼저 김을 맸던 밭은 어느새 또 풀이 또 자라서 사람 손을 기다립니다.
우리 부부의 힘만으로는 쑥쑥 자라는 풀을 당해 낼 재주가 없어
산 아래 동네 아줌마들을 사서 김을 매야만 했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흐르는 삼복 중에 김 매는 집은 우리 집 밖에 없다고 일하러 오시는 아줌마들은 참 딱하다면서 농약을 치면 편하게 농사를 짓는데 이 집은 왜 고생을 사서 하느냐면서
저의 남편을 이상한 아저씨라고 수군거렸습니다. 하루 품값이 아침 저녁 참에 점심까지 해 주고 삼만 오천원. 세 벌 김을 매고 나면 대략 품값만 이 백만원이 넘습니다. 그러나 농약값은 오 만원 정도에 농약치는 사람 품값까지 합쳐도 이십만원을 넘지 않는답니다. .이십만원이면 될 일을 이백 만원을 들여 농사를 지으니 그들 눈에도 남편이 한심하게 보이겠지요.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윤을 남겨야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남편은 분명 밑지는(?) 농사를 짓는 셈입니다. 고객의 예금을 받아 주산을 튀기며 손익계산을 하던 남편이 모를 리가 없으련만 빠르고 쉽게 가는 지름길 마다하고 굳이 불편한 길을 돌아가겠답니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땅을 사랑하는 남편은 땅 속의 미생물까지도 죽이는 맹독성 농약이 흘러 지하수를 오염시킬 뿐 아니라 내린천은 상수원 보호 구역이라 안 된다고 남들 다 치는 농약을 아예 돌아보지도 않고
고집 아닌 고집을 부리면서 밑지는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그해 품값 이백여만원을 들여 지은 콩과 꺠를 팔아보니 75만원...완전 적자였습니다.ㅠㅠ 농민을 위한 기도처럼 "농업이 경시되는 상황에서도" 생명을 살리는 일은 고단하고 힘겨운 일이지만
"하느님의 창조 사업에 함께하고 있음"으로 남편의 의미있는 고집에 저도 적극 동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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