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 (월)
(녹) 연중 제34주간 월요일 예수님께서는 빈곤한 과부가 렙톤 두 닢을 넣는 것을 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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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水테파노의 양심고백 (삼청각 입뿐 샥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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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호 [park05] 쪽지 캡슐

2008-06-19 ㅣ No.121412

水테파노의 양심고백

 

영호 생각 : 우하하! 드뎌 나한테 잘못 걸렸제. 두고바라. 지가 수테파노거들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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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막내형 땀시 또 빵꾸난 양말을 신고 회사에 출근햇쥬.

지가 오늘은 일이 손에 안잽히능구만유.

상무님이 절 보더니 야! 너 어제 잠 못잤니? 얼굴이 갑자기 왜 그리됐어? 하시는구만요.

선배들도 지한테 너 어디 아프냐? 그러서유. 아뉴! 아픈디 읎는디유?

종일을 이렇게 보냈어라. 어제 밤에 잠자려고 누웠는디 그 입뿐 샥시가 천정에 보이는구만요.

옴마! 눈을 감았더니 필요 읎어유. 눈 속에서도 보이는 거여유. 햐! 햐!

그 샥시 생각하느라고 이렇게 뜬 눈으루다가 날 샜구만유.

생각혀보서유. 밥을 한술 떠서 입에 넣으니 고운 손으루다 반찬을 집어 입에 쏙 넣어줘짜는가유.

지가 부끄러워설랑 입을 달구똥꼬 모냥을 해가주구 받아 묵자니 얼굴이 빨개졌슈.

쑥스러움에 부끄럼에 민망혀서 안절부절 못허는 모냥을 보더니만 깔깔 거리는데,

깔깔거리고 귀엽게 웃는 모습이 내 머리 속에서 지워지지않는고야요.

퇴근 뒤 저녁을 묵고 삼청각에 손님들 여흥이 거의 끝나갈 시간에 맞춰 갔지라.

한복을 입었을때 틀어쥔 머리를 길게 풀어헤쳐뿐 샥시들이

이뿐 옷으로 갈아입고 한 둘 나오는디

여그가 무신 대학교 같아써유. 여대생처럼 생겼드라고라요.

한 눈 팔지안코 삼청각 대문만을 뚤어지게 바라보고 한참을 기다리니

지 옆에 찰싹 붙어서 반찬을 넣어줬던 그 아가씨가 나오지 안커써유.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벌렁벌렁거리고 숨이 차더라고라.

그 이뿐 샥시 뒤를 몰래 밤 쾡이처럼 따라갔구만요.

시간은 벌써 11시 쯤 되었쥬.

그 입뿐 샥시가 코로나 택시를 타는디 지도 얼능 따라서 뒤에 섰는 택시를 잡았쥬.

기사냥반 저 앞차를 놓치믄 안됩니다. 그라고 팁으로 천원을 얹어준다고 했쥬.

당시의 택시 기본요금은 600원이었구만요.

그땐 통행금지가 있었고, 집에 돌아갈 걱정도 들고,

그런디 고맙게도 그 샥시가 돈암동에서 내리데요.

오늘은 그냥 집만 확인허구 돌아왔지라.

오는 길에 벌써 군인들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는 중이야요.

지가 옛날에 말씀 드렸쥬? 삼청동 토박이라고요.

팔판동 동십자각을 휙 돌아서니 10분전 12시데요.

기사냥반은 지를 동십자각 앞에서 내려주구 총알마냥 달아났습니다.

집에까정 뛰는디 에효! 숨 차라.

청와대 앞은 잘 아시잔어유!

잘못해 잽히면 낼 회사도 못 나가고 그 입뿐 샥시를 또 보러 가야하는디,

걱정이 이만저만 죽어라 뛰어쮸.

방법대원들이 지나가며 지를 흘깃 쳐다보는디 지 나와바리까징 가믄 괜찬컷는디유!

아슬아슬허게 집에 들어와서 빵꾸난 양말 벗어던지고 발을 딲그믄서 생각했지라.

내가 시방 뭐허는거여!

이불을 끄러당기고 잠을 청해도 머리만 더욱 말가지니 환장하겠더라고라.

다음날 삼청각엘 또 갔지요. 그 샥시가 정원을 왔다갔다 하는디 월매나 이쁘던지. 햐! 햐!

삼청각은 방이 무지 많타고 지가 말씀 드렸던거 기억 나쥬?

당시에는 그곳에서 정치를 만이 해써라.

유명한 냥반들이 많이 왔었쥬.

지가 화장실좀 잠깐 다녀오다가 그뇨자와 마주쳤당게요.

옴마나! 시상에. 이렇게 마주치믄 워쩐댜?

그 샥시는 어머! 여기 왠일이래요? 하며 생긋 웃는데 지가 화장실을 먼저 다녀오길 잘했어유.

만약에 화장실 갈 때 봤더라면 큰일날뻔 했구만요.

샥시 한 번 더 보고잡퍼서 왔쥬?

그랐더니 다른 방을 안내하믄서 들어오라고 하더라고라.

그 샥시가 이내 차를 한 잔 내오는디 빠알가코 맑은 앵두차를 지 앞에 놓는디,

손목은 와 그리 이쁜지 그란데 그샥시가 지 발을 뚫어지게 보는거 있쥬?

오늘은 빵꾸난 양말이 아니네요. 하는겁니다. 기워줄라코 했데요.(참말인지는 확인이 안됨) 

아! 참 짖궂네. 막내형이 먼저 출타를 했으믄 그 영광의 기쁨을 지금 만끽 했을틴디.

참으로 아쉬운 시간을 놓쳤뿌렀어라. 이 샥시 엊그제 했던 말을 또 합니다.

늙은 총각티가 너무 나욤. 홍홍홍...

김 팍 새가지고 지만 혼자 좋아했당게유.

다시는 생각 안키루 하고 잊어뿌렀쥬.

며칠 지나니 속이 편하고 좋았지라.

지가 지금까지 가짜 수테파노를 혀서 지송혀유..괜찬쵸?~~~여러!!부~~ㄴ! 싸랑합니데이...*^^*

피에쑤 : 나중에 손수건 받은 야그는 진짜 수테파노님이 하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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