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 (월)
(녹) 연중 제34주간 월요일 예수님께서는 빈곤한 과부가 렙톤 두 닢을 넣는 것을 보셨다.

자유게시판

신입사원 시절 야그 2 - 삼청각 입뿐 샥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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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stefanlee] 쪽지 캡슐

2008-06-18 ㅣ No.121392

가난한 집에서 웃 형 둘이 분가를 허구나니께 짠돌이 막내형허구 지허구 둘만 부모님과 살게되었네유.
이 짠돌이 형은 도데체 봉급봉투를 받구두 뭐 하나 사들구 오는 거이 웁었구먼유.
넥타이두 지가 사온거 달랑 매구나가구 와이셔츠두 내 꺼 입구 달아나구
워떨 땐 양복꺼정 슬쩍입구 줄행랑을 놓는 구먼유.
팽~ 허구 풀어제낀 누런 코 묻은 손수건은 방바닥에 내팽겨치구
지가 새루 빨아논 거 들구 날라써유.
 
형수랑 연애허던 시절에 조차 치사허게스리 얼굴화장수두 하나 사오덜 안어유.
이런 짠도리 형 땜시 지가 귀빠지구 첨으루다 이뿐 샥시덜이 그득허다는 삼청각서 오진 망신을 당했구먼유.
 
그 날 상무님께서 지를 부르셨네유.
외국서 무데기루 날러온 손님들 대접을 혀야허니께 선물꾸러미 챙겨서 미리 삼청각에 진을 치구 있으라네유.
근디 가시는 분덜을 보니께 모두 당상관 이상이라 지는
마당쇠루 가는거 가트다는 기분이 들더라니께유.
 
회사 의전차량을 떡허니 타구설랑 으리으리헌 한옥집엘 들어가써유.
너른 마당엔 큰 한옥들이 여기저기 보이구 절벽맹키루 높이 망루처럼 맹근 정자두 크구
지붕 옆에 둘러진 담마다 새겨진 문양과 심어 놓은 꽃들이 소담허니
밥 안먹어두 배부르구 술 안먹어두 이태백이어유.
 
군 출신이셔서 그랬는지 항상 당번병을 대동허구 댕기셨던 습관탓으루
대접허는 곳에 직원을 늘 옆에 대기시키시구 심부름을 시키시는디
마당쓰는 일두 신입사원에겐 숩지가 않아서리 문 밖에서 대기허는 허는 일두 긴장되더라니께유.
 
지가 불려간 이유는 딱 한가지 술을 못먹는거였어유.
고참 사원들 동원을 허니께 시다바리는 안허구 저덜끼리 마담? 을 슬쩍 꼬셔설랑은
한상 거너허게 묵고 코가 삐뚤어진 사껀이 터진 이후에 지만 불려댕기는 꼴이 되었네유.
 
음마! 밥상이 들어 가는디 진수성찬이어유.
지는 그렇게 멋진 밥상은 받어 본 적이 웁어유.
밥상머리서 형헌티 대들다가 야단이나 맞어봤지 언감생신 상다리가 후들거리는 진수성찬은 귀경두 못해봐써유.
 
오호라~
한들한들 이뿐 한복입구 샥씨들이 방으루 들어 가는디 첨에는 지가 속으루 그랬구먼유.
“거 이상타... 여자들은 집이나 회사에만 있는거 아녀?
버스타면 있구? 뭔일루다 여자덜이 여기에 인능겨?
지가 참 순진했구먼유.   요거 시비허지 마서유. 고발헙니다. 트키 신성구형제님...
 
화장실을 가시는지 들라거리는 샥씨덜을 흘끔흘끔 쳐다보니께.................... 아조 이뻐유.
콧날두 오똑허구
뽀얀 얼굴에 빨간 입술이 빛이 초롱나구,
눈두 왕사탕맹키루 커다넌거이 고안에 함 쏙 빠져봐씸 싶더라니께유.
자태는 또 울매나 고운지 걷는 모양이 춘향이 널뛰다 까무러치게 생겨 가꼬는
나비가 날아들 듯이............... 지는 더 이상 말 못혀유.
박영호형님 침 좀 닦으서유... ㅋㅋㅋ
 
금강산두 식후경이라지만 저녁 굶구 보초를 서고 잇어두 배고픈지두 모르겠더라니께유.
사실 지가 좀 부끄럼이 많아서 눈길 둘 곳이 웂었네유.
근디 신입사원 티가 웡캉 나는지 샥씨덜이 문 밖에 서있는 지를 보구 한 마디씩 허는구먼유.
“어머나~ 애기가 왔네.”
 
이런 경을 칠일이 있나 내가 왜 애기여?
오뉴월 병아리 하루가 다른 벱이거늘 워디 지덜 보다 늙수루리한 오빠를 두고 애기가 뭐여?
이캄시롱 저녁 굶은 시어머니 얼굴을 허고 있는디 슬슬 배가 고파오더라니께유.
그날 지는 저녁 굶고 보초만 서다 돌아왔어유.
 
담날 회사 출근허니께 선배덜이 귀경잘핸느냐며 킥킥 거려유.
한마디로 고단한 일이라는거지유.
개뿔이나 의전헌다구 사람 보내설랑은 배만 골쿠 왔다면서 다시는 안간다구 일갈을 혀씸니다.
 
얼마 후 또 삼청각 당번 호출이 와써유.
선배덜이 밥은 알아서 묵는거지 누가 챙겨두덜 안으니께 재주껏 묵으라구 허네유.
죽어서 때 깔이라두 졸라면 묵어야쥐...
암만, 다 묵고 살자구 허는거 아녀?
 
그날두 달 빛은 삼청각 지붕에 걸려
한가로운 구름 사이로 내리구
볓 빛도 초롱허니 술마시는 당상관 벼슬가진 분덜은 기분나는 밤이었구먼유.
당쇠의 당번일허구는 아무런 함수관계가 웁어유.
밥상이 들락거리구 이뿐 샥씨덜은 여전히 오구가더구먼유.
한복이 움직이며 샥샥~ 스치는 소리를 내며
밤 전등 빛으로 사리지시는 샥씨덜 자태가 곱구먼유.
 
방 안에서 여흥이 시작되었어유.
구내식당서 병어튀김인지 병어과잔지 땡땡하니 뜯어 먹어야 좋을 찬한가지에
즘심 묵고 해가졌으니 배두 고푸지 안커써유?
지가 젤루다 높다는 마담님헌티 SOS을 때려서유.
“지가 허기지니께 밥 좀 주서유.”
 
잠시 기다리니께 밥 잡수러 건너오라구 헙니다.
마담님과 함께 쬐깐헌 방으루 건너갔어유.
떡허니 크게 한 상이 차려져 있구먼유.
어머니... 지가 드뎌 출쎄를 혀씁니다.
이리 존 방안에서 성찬을 받게되고 보니 고생허신 어머니 생각두 나구 감사헙니다...
이캄시롱 허겁지겁 밥숫갈을 뜰려구 허는디 ...................
 
오매........................
지가 밥 묵는거 시중허신다면서
곱기도 고운 샥씨 한 분이 들어오시더니만 제 옆구리에 앉으셨어유.
울매나 이뿐지 눈을 껌뻑이며 집었던 숟가락을 밥상에 도로 던져 노쿠는 귀경을 허고 있는디
이 샥씨가 자꾸 웃는구먼유.
 
음마... 내가 존가부다.
허기사 나로 말허면 뭐 좀 마르긴 혀써두 벗으면 완죤 다르다는거...
얼굴 생김새는 신성이리가 원통해 하지 안컨는가 마리여?
 
밥을 한술 떠서 입에 넣으니
고운 손으루다 반찬을 집어 입에 쏙 넣어주는구먼유.
지가 부끄러워설랑 입을 달구똥꼬 모냥을 해가주구 받아 묵자니 얼굴이 빨개졌어유.
쑥스러움에 부끄럼에 민망혀서 안절부절 못허는 모냥을 보더니만 재미가 있는지 말을 자꾸 걸어유.
뭔 학교를 졸업핸느지부터 애인이 있느냐까지 신원조회를 혀써유.
(물론 애인은 웁다구 그랬음을 이실직고 헙니다.)
손님들이 모두 영감님들이라 젊은 사람 얼굴보기가 숩지 않다구 허면서
밖에서 서설거리는 걸 보니께 좀 측은허더라네유.
 
샥씨 : 하숙을 허시나요?
水테파노 : 멜급시 뭔 하숙? 울 엄마랑 사는구먼유.
샥씨 : 회사가 바쁘신가 봐욤.
水테파노 : 일 많이 시키기루 유명난 회사구먼유.
샥씨 : 늙은 총각티가 너무나욤. 홍홍홍....
水테파노 : 잉? 뭔 말씀이래유? 지가 워디가 워때서 그려유?
 
샥씨가 말없이 지 발을 가르키는구먼유.
 
이를 워쩌면 좋을까유. 글씨 양말 뒷굼치가 뻥 뚤려서 뒷꿈치가 훤하니 들어나 있구먼유.
“잘 빨아신으세욤.”
 
그런 말씸을 듣고 보니 저두 콧구멍이 열리데유.
이 쫌팽이 가튼 형 땜시 이뿐 샥시헌티 망신을 당허다니...
병약허신 어머니로 해서 어지간헌 집안 일은 남자덜이 모두 감당허는 상황이라
자기 빨래나 먹을 것은 스스로 해결을 해오는 집안인디
맨날 술 처묵구 늦게 귀가해설랑은 담 날 아침엔 지가 빨아논 거 쏙 빼입구 댕기니
그거이 형이어유 웬수여유?
양말이 웁으니 대충 벗어 논거 신구 왔더니만 구멍까지 나부런네유.
 
그런디 이런 일은 이 샥씨가 첨이 아니어유.
멀쩡히 잘 댕기다가두 신발 벗을 일이 생기면 뒤굼치가 나와유.
한번은 문상가서 절을 허는디 뒤에서 킥킥 거려유.
또 뒷굼치가 튀어 나온거지유.
장가들때 꺼정 가끔씩 출현허시는 발꿈치로 망신 당허는 일이 있었어유.
 
문제는 그 샥씨가 소문을 냈는지 이 샥씨덜이 지만 보면 실실 웃는거여유.
에이 거 잘생긴 사나이가 뚫어진 양말루 쪽팔림을 당허다니 이거 가문의 수치아니게써유?
근디 이노무 뭉디가튼 형은 아직두 명절날 바꿔신구 달아난다니께유.
 
그 샥씨는 남자 동생 둘 학비를 댄다구 혀써유.
모두가 어렵던 시절에 공순이라 불리시던 분들도 접대부가 되셨던 분들도
가족을 위해 자기를 기꺼이 희생허는 가슴아픈 기억이 있었네유.
금전으로만 가치를 평가허는 세상이 되어버린 오늘이지만
그런 마음만은 아주 까먹지 말았으면 허네유.
 
늦점심 먹은 후에..................
水테파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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