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 (월)
(녹) 연중 제34주간 월요일 예수님께서는 빈곤한 과부가 렙톤 두 닢을 넣는 것을 보셨다.

자유게시판

신입사원 시절 야그 1편 - 동키호테 상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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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stefanlee] 쪽지 캡슐

2008-06-15 ㅣ No.121304

굿뉴스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시어라~
 
지가 밭메구 쇠죽쓰다가 상경을 해설랑 동네방네 추카를 받으며 서울시내 커단 회사에 입사를 현네유.
우리 아부지가 막내 취직 기념으루 양복한 벌 해주셨는디
이 양복쟁이가 가봉을 어떻게 현는지 입사 첫날 부터 한번 내려간 지퍼가
왕복을 안혀유.
음마..... 하루죙일 앉아만있다가 애꾸즌 서류봉투로 앞을 가리고 퇴근 버스 타구 집에 왔어유.
사회생활 첫 날부텀 엉청 헛갈렸어유.
 
입사 하루 이틀 지나고 사흘째 되는 날이었네유.
조회를 허는디 상무님 말씀을 허시는 구먼유.
"엣헴...요즘 닭값이 내려 양계장들이 닭을 파묻고 있습니다. 구내식당공사가 2주 걸린다니
 우리 본부는 당분간 저와 함께 삼계탕을 먹기로 합시다."
 
상무님 연세도 높으시구 군출신이서 무서웠구먼유. 웃사람들두 걍 시키는대로 허는 분위기였네유.
몽땅 몰려가서 삼계탕을 먹는디 한 사나흘은 좋았어유.
사실 삼계탕 같은 음식 벨루 묵어본 기억두 웁구 맛두나구 혀서 좋아라 좀심시간 기다렸지유.
근디 한 닷세째 들어가니께 여기저기서 한탄이 스멀스멀 기어나오는구먼유.
우리만 먹어준다구 해서 닭값이 잡히는가?
아! 삼계탕 질려서 닭소리만 들어두 밥 맛이 웁다.
복 날엔 사달라구혀두 예산웁다구 허더니만....
난 닭띠헌티 시집두 안간다........등등 불만이 터져나왔어유.
 
현관에서 우리 부장님이 머리를 긁으며 말씀을 드렸심니다.
"에...또... 상무님, 오늘은 한번 쉬는 의미루다 삼계탕대신 다른걸루다.... 어떠신지유?
상무님 낮은 목소리루다 말씀혀셨어유.
"삼계탕 싫어? 그럼 걍 백숙먹어."
 
지긋지긋헌 삼계탕으루 점심을 10번 쉬지 안쿠 먹었는게벼유.
한동안 상께탕집 옆으루두 안댕겼구먼유.
 
워느 봄날 조회에서 다시 스피치를 하시게되었는디
"아침에 화장실가서 신문보는 직원들 없도록하세요. 연습을 열씨미허면 오후나 저녁에도 다 됩니다"
출근이 8시인지라 아침에 볼일을 모다 회사서 보는 지경이라 줄을 서지유.
급헌 사람은 회사건물 뒤에 떡허니 자리잡은 호텔까지 뛰어가서 일을 봅니다.
호텔서 총무부로 항의도 엄청왔지만, 죽게생견는디 워쩌유.
 
한번 찍히면 오랫동안 혼쿠녕이 난다니께 조심들을 했네유. 
그러던 워느날이었어유.
아침에 출근을 해설랑 입사동기랑 같이 스~윽 화장실을 갔네유.
턱허니 앉어서 게슴치레 눈을 뜨고 신문을 부스럭 대며 읽고 있는디
저벅저벅 씩씩헌 발소리가 들리더니만 규칙적으로 세번씩 화장실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는구먼유.
똑똑똑.... 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    칸이 다섯개였네유.
 
화가 나셔서 소리를 치시는디
"아침부터 누가 화장실서 바쁜 시간을 신문으로 보내는가? 즉시 문을 열라!"
오메.... 이걸 워쪄야 허나.
동기구 뭐구 일단 한 눔만 나가면 빈자리가 생기니께 고 틈을 타서 토껴야쥐....
요런 잔머리를 굴리면서리 신문쪼가리를 찢어 빈공간에 편지를 썼어유.
"야... 좀 나가라."
칸막이 맨 아래 빈틈으루 밀어넣었구먼유.
이런 세상에 의리라군 쥐 똥 만큼두 웁는 동기넘을 봤나..... 
신문쪽지가 아래 틈으루 되돌아 왔네유.
"니가 나가..."
 
가심을 조리구 있는디 뭔 큰소리가 나는구먼유.
"아니.. 어떤 자식이 아침부터 X두 몬누케 랄이여 랄이"
음마... 인자 나는 죽었네. 워떤 미친눔이 울 상무님께 저런 망발이란 말여......."
 
그날 아침부터 지는 다른 층에서 원정온 직원 망발로 인하여 동기랑 죽다살아나씸다.
그 날 이후 저의 회사생활이 평탄허기는 글러버려씸니다.
 
중국집으루 회식을 가는 날은 집에서 모두 쇠젓가락을 들고 출근했네유.
나무젓가락은 낭비라시며 극도로 싫어 하셔서 전직원이 쇠젓가락을 가심팍에 넣구댕겼어유.
어쩌다 빼먹구 오는 날은 점심시간에 쓰던 식당 쇠젓가락을 슬쩍 들고 나와야 했심다.
제일 좋아시던 음식이 난자완쓰셨는디 요걸 우리 부장님은 남자빤수라구 부르셨어유.
쇠젓가락을 집어들구 남자빤수를 헤집는 풍경이 재미있지유?
 
원날은 출근을 허니께 코가 엄청 매워유.
겨울이라 문을 열어두기도 한계가 있구 이웃 부서서 왜 저덜 코가 맵냐구 전화가 와유.
"얌 마... 너덜 코 매운디 왜 우리헌티 전화여??" 함시롱 빗발치는 전화를 받고 있었네유.
그런디 상무님 방으루 들어가는 복도 앞에 뭐가 잔뜩 쌓여있었어유.
 
마늘이었어유.
마늘값이 바닥이라 농가들이 울상이라며 직접 사다가 직원들 나눠주신다며
가져오셨어유. 물론 직원들은 공짜루 받아 갔어유.
 
월요일 직원조회는 직원들에겐 특히 여직원들에겐 죽음이었어유. 
한번 훈계를 허시면 장시간이신데
트키나 화가나시면 오래걸려유.
 
헌번은 뭔일루 잔뜩 화가 나셔서는 조회가 길어지고 있었구먼유.
여기저기서 한숨 터지는 소리가 들려와유.
우리 상무님은 매우 저음으루 부탁허듯이 말슴을 시작허시는디
시간이 갈수록 스스로 에스컬레이트가 되야가꼬 나중엔 반드시 책상을 치고 일나셔서
손을 위 아래로 몇 번 흔들고 끝을 내션네유.
 
그날도 예의 저음으로 점잔케 시작은 허션는디
우째 그리 연설이 길어지시는지 비틀비틀허는 여직원까지 생겼어유.
이제 연설은 시작으로 부터 점점 고조를 더하여 정점에 이르고 있었어유.
목소리가 떨리시면서 톤은 슬슬 하늘을 찌르며 천둥 번개와 맞다으려 하고 있었구먼유.
직원들은 모두 넋이 나가서 멍허니 천장이나 바닥을 응시허고
상무님은 드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고 책상을 손으로 내려 치시려는 순간..............................
 
 
외마디 소리가 들려왔어유. 거의 신음에 가까운 여자의 절규였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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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어머~                            눈 온다.
 
 
 
순간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술렁이며 밖을 내다 보아씸니다.
 
 
가여운 상무님은 털썩 주져앉으셨습니다.
상무님 동키호테라구 불리셨지만 지금 생각을 해보면
어울려 사는 삶을 (좀 지나친 구석이 웁지 않다 하더래두) 열심히 보여주셨다는 생각이 들어유.
 
 
 
지가 상무님을 모시구 당시 이름난 '삼청각''이란 요정에
태어나서 처음 이뿐 샥시덜 많다는 술집을 갔더랬심니다.
 
요 야그는 담 편에...............
 
좋은 주간들 되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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