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자유게시판

함께 강의를 받으며...

스크랩 인쇄

김지선 [peterpan65] 쪽지 캡슐

2001-12-29 ㅣ No.27960

 기온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는 몰랐지만 어제밤은 된바람때문인지 무척이나 추웠던것 같습니다.

 

맨손도 시려웠고 옷도 혹 얇은 부위는 떨리기까지 했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바람이 매운날이었지만 어제는 혜화동성당에가서 혼인교리강좌를 받으러 갔었습니다.

 

물론, 그녀와 함께 말입니다.

 

우리는 처음 받아보는 그런 교리여서인지 이렇게 추운 겨울날 구태여 결혼하려는 형제, 자매님이 몇이나 되겠나?...기껏해야 대여섯쌍정도 와서 듣겠거니 했지요.

 

그러나 웬걸요?

 

제가 먼저 도착해서 자판기 커피를 들고 추위를 달래며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동안 속속들이 팔짱을 끼고 혹은 손을 잡고 아니면 푹 안겨서 들어오는 커플들이 끊이지 않고 들어오는 모습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첫교시에 교리를 가르치러 들어오신 신부님도 첫인사때 이렇게 많은 커플이 혼인교리를 받으러 온것은 처음이라고까지 말씀하시더군요.

 

그녀는 앞자리를 좋아합니다.

 

교리를 받을때도 맨앞자리, 그것도 딱 정중앙에 자리를 잡더군요.

 

원래 그자리는 강사들의 질문도 받기 쉬운 자리이고, 실습의 대상이되는 자리이기도해서리 저는 영~내키지 않았지만 그녀가 원하기에 앉아주었습니다.

 

강사님들이 들어와서는 당연히 눈을 저희와 자주 마주치게 됩니다.

 

그러나 들어오시는 강사님들마다 저희둘을 바라보는 시선이 하나같이 "쯧쯧쯧! 신랑이 너무 너무 아깝다! 어쩌다 저리 됐을꼬?...신부가 돈이 많은갚다!" 뭐, 이런 눈빛이었다 이겁니다. 험! 험! 험!

 

그런줄도 모르고 마냥 철없이 강의에 몰두한 그녀가 측은하기까지 했습니다.

 

1교시가 끝나고 잠깐 쉬는시간이었습니다.

 

"밑에 따끈한 차를 준비했습니다."라는 안내하시는분의 소개로 날도 춥고 따끈한 차한잔 마시고 싶어서 후다닥! 내려가는데 갑자기 "앗! 난 이제 죽었다!!"하는 영 찝찝한 기운이 휘익~스치더군요.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전부들 쌍쌍이 차한잔 마시러 팔짱을 끼고 다정히들 소곤소곤대며 계단을 내려가는데 저는 가만히보니 차 마시고파서 뛰어오다보니 그녀를 안챙긴채 홀로 뛰어 내려가고 있더군요.

 

아아!!~~~이일을 어찌할꼬??...벌벌떨며 사람들이 내려오는 계단을 바라보며 그녀를 기다리는데 그 많은 커플들 틈속에서 웬 찬바람이 후우욱~하고 불더니 드디어 쓸쓸히 그녀의 모습이 보이는데 거 뭡니까?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삽입되었던 백학이라는 배경음악이 쫘악~깔리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하면 뭐, 더이상 부연설명이 필요없을것 같습니다.

 

홀로 바깥으로 쫓겨나가 꺼으꺼으~서러이 맞은부위를 쓰다듬으며 차한잔을 마셨지 뭡니까?

 

마지막 3교시엔 설문지도 받고 작성한후 서로 교환해서 읽는 재밌는 프로그램도 있었는데 그중 몇가지를 소개할것 같으면...일단 1번 문제가 [그(그녀)를 어디서 어떻게 만나게 되었습니까?] 였습니다.

 

저는 설문에 충실하고자 솔직히 써야한다는 사명감에 그야말로 있는 그대로 솔직히 작성을 했습니다.

 

[가톨릭 인터넷 굿뉴스 자유게시판에서 서로의 글을 읽으며 호감을 갖던중, 그녀의 적극적인 작업으로 인해 넘어오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말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교환을해서 읽어보니 어라? 이 여자가 답을 모르면 쓰질말지 왜? 내꺼는 컨닝을 해서 옮겨놨는지 그녀의 답도 [가톨릭 굿뉴스 사이버 상태에서요 그의 작업으로 인해...]뭐, 이런 엉뚱한 답이 써 있지 뭡니까?

 

그것 갖고 토닥토닥 따지며 떠들다가 강사에게 걸렸습니다요.

 

전 그녀의 설문지를 음~이건 맞아! 아냐! 이건 틀려! 해가며 채점까지 매겨서 주위사람들을 웃게끔 만들기도 했습니다.

 

드디어 교육이 끝나고 수료증을 받는데 참으로  주님께 새삼 감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여기 오늘 함께 교육을 받으러 온 많은 형제, 자매님들 그 커플들에게 감사하고 싶었습니다.

 

최고령 교육자인 제가 많은 커플들에게 그래도 주님안에서 사랑을 하고 또, 그분께 이렇게 이런사람을 데리고 왔습니다. 하고 소개도 시키고 결국엔 그분께 혼배를 받고자 하는 그 많은 커플들에게 괜시레 감사하고 싶었습니다.

 

둘이는 흐뭇한 마음으로 서로 손을잡고 혜화동성당을 나설 수 있었습니다.

 

요즘, 저나 나탈리아는 정말이지 눈코 뜰새없이 바삐 지낸답니다.

 

곧 여러분들께 뭔 소식이 전해질것 같습니다.

 

첨해보는거라 왜이리 하는것없이 바쁜지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요즘 굿뉴스에 글 올린다는것은 그야말로 그녀나 저나 시간적으로 사치입니다.

 

오늘도 정신없이 또 해야할일이 많은 가운데 오랜만에 여러분들께 인사 드리고 싶어서 글 올려봅니다.

 

여러분들의 사랑으로 무럭무럭 저희둘은 자라고 있습니다.*^^*~~~♡

 



747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