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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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복음묵상] 새 삶의 길 / 사마리아 여인--- 류해욱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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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타한인성당 [kccu] 쪽지 캡슐

2011-05-31 ㅣ No.5256

 

모든 것이 당신 것입니다. / 류해욱 신부 지음 

새 삶의 길 / 사마리아 여인

마침 사마리아 여자 하나가 물을 길으러 왔다. 그러자 예수님 께서 "나에게 마실 물을 좀 다오'' 하고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 다. 제자들은 먹을 것을 사러 고을에 가 있었다. 사마리아 여 자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선생님은 어떻게 유다 사람이시면서 사마리아 여자인 저에게 마실 물을 청하십니까?" 사실 유다인 들은 사마리아인들과 상종하지 않았다.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 게 대답하셨다. "네가 하느님의 선물을 알고 또 ''나에게 마실 물 을 좀다오'' 하고 너에게 말하는 이가 누구인지 알았더라면, 오히려 네가 그에게 청하고 그는 너에게 생수를 주었을 것이다." 그러자 그 여자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선생님, 두레박도 가지 고 계시지 않고 우물도 깊은데, 어디에서 그 생수를 마련하시 렵니까? 선생님이 저희 조상 야곱보다 더 훌륭한 분이시라는 말씀입니까? 그분께서 저희에게 이 우물을 주셨습니다. 그분은 물론 그분의 자녀들과 가축들도 이 우물물을 마셨습니다." 예 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이르셨다. "이 물을 마시는 자는 누구나 다시 목마를 것이다. 그러나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 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안에서 물이 솟는 샘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할 것이다."그러자 그 여자가 예수님께 말하였다."선생님, 그 물을 저에게 주십시 오. 그러면 제가 목마르지도 않고, 또 물을 길으러 이리 나오 지 않아도 되겠습니다"(요한 4,7-15). 요한복음 4장 7-15절은 우물가에서 예수님을 만난 사마리아 여인의 이야기입니다. 이 대목을 묵상하면서 우리의 영적 목마 름을 해소시켜 줄 그분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도록 합니다. 배 경은 옛날에 야곱이 아들 요셉에게 준 땅에서 가까운 곳에 있 는 야곱의 우물가입니다. 어렸을 적에 보았던 시골 동네 우물가를 그려보십시오. 동네 아낙네들이 모여 수다를 늘어놓으면서 서로의 기쁨과 걱정을 나누었던 정겨운 우물가를 떠올립니다. 오래된 돌담과 시원한 그늘을 만드는 고목, 그리고 물동이를 이기 전 잠시 앉을 수 있는 커다란 돌덩이가 놓여 있는 풍경이 떠오르지요? 야곱의 우물 역시 예전 우리 고향의 우물가와 다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사마리아를 지나가시다가 잠시 목을 축이 기 위해 우물가를 찾아옵니다. 때마침 사마리아 여인이 우물가 로 물을 길러옵니다. 예수님은 여인에게 먼저 말씀을 건네십니 다. 여인에게 말씀을 건네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떠올리고 그 마음을 느껴보십시오. 여인에게 먼저 말씀을 건네시는 예수님 의 모습에서 그분이 어떤 분이신지 알 수 있습니다. 당시 랍비들은 공공장소에서 여인에게 말을 걸거나 인사를 해서는 안 된다고 사람들에게 가르쳤습니다. 바리사이들을 부 르는 말에 ''피멍이 든 사람들''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바리사이 들은 거리에서 여자를 만나면 눈을 감아야 했습니다. 그 때문 에 벽이나 문에 부딪쳐 얼굴에 시퍼런 멍이 들고 콧등이 깨지 는 일이 비일비재함을 꼬집는 말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우물가에서 만난 사마리아 여인에게 따뜻한 인사를 먼저 건네십니다. 예수님은 우물가에 물동이를 내려놓 은 여인의 얼굴에서 마음속 상처를 알아차리십니다. 여인에 대 한 연민에 예수님은 치유의 손길을 내미시기 위해 말씀을 건네 신 것입니다. 눈을 감고 우리에게 말씀을 건네시는 예수님의 음성을 느끼면서 그 순간에 머르십시오. 이제 시선을 옮겨 예수님의 말씀에 응답하는 여인의 모습을 바라보십시오. 놀랍게도 여인은 예수님의 말씀에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눕니다. 그 당시 유다 풍속으로 여인이 외간 남자의 말에 응답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사마리아 역시 유다 문화권에 속해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인은 그 시대 문화 의 통념을 깨뜨리고 예수님의 말씀에 기꺼이 응답합니다.

고요히 기도에 머무르면서 사마리아 여인의 마음을 헤아려 보십시오. 여인은 생전 처음 자기 자신을 진정한 인격체로 대하는 사람을 만난 것입니다. 그녀는 행실이 좋지 않은 여인으로 이미 남편이 다섯이나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예수님께서 통찰하신 것처럼 실제 남편들이 아니었지요. 그들은 하나같이 그녀를 사랑하고 한 인격체로 대한 것이 아니라 그저 생활 하기위한 방편이나 도구로 삼았을 뿐입니다.

예수님과 사마리아 여인의 만남에 좀더 오래 머물면서 우리 가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는 것에 대해 깊이 묵상해 봅시다. 우 리가 누군가와 벽이 생겼다면 그 벽을 허물기 위해서는 먼저 말을 건네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자존심 때문에 절대 먼저 말을 건네지 않습니다. 그러나 요한복음에서 만나는 우물가의 예수님은 우리의 모습과는 너무나 다릅니다. 당시 유다인들과 사마리아인들 사이에는 허물 수 없는 높은 벽이 있었습니다. 두 종족은 서로 상종도 하지 않고 지냈지요. 허지만 예수님은 사마리아 여인에게 말씀을 건네심으로써 유다인과 사마리아인 사이의 새로운 만남을 여십니다. 허물없이 말씀을 건네시는 예 수님을 통해 사마리아 여인도 속내를 열고 마음속 말을 털어놓 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예수님과 여인이 나누는 ''물''에 대한 대화를 들어 보겠습니다. 예수님이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라고 하실 때의 물은 영적인 의미의 물 입니다. 하지만 여인은 예수님의 말뜻을 간파하지 못하고 그런 물이 있다면 굳이 물을 길러 우물까지 올 필요가 없다고 대답 합니다. 그러면서 그런 물이 있다면 나눠 달라고 간청합니다. 예수님은 여인이 당신의 말을 깨닫지 못하는 것을 아시고는 그 의미를 성찰하도록 자상하게 이끌어 주십니다. 스스로 진리를 깨우치도록 기다리십니다. 우리도 기도 안에서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기도는 기 다림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깊이 경청함으로써 그분의 마음 을 느끼고 말씀의 의미를 알아듣게 됩니다. 사마리아 여인은 예수님께 온 마음을 열어 진리를 깨우치고자 하는 갈증을 지니 고 있었습니다. 그 갈증이 예수님으로 하여금 말씀을 건네게 한 것입니다. 비록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참뜻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진정한 진리를 알기까지 참고 기다렸습니다. 우리의 기도가 예수님과의 만남이라고 할때 우리 역시 사마 리아 여인처럼 변화될 수 있어야 합니다. 사마리아 여인은 예 수님이 다가오실 때 스스럼없이 마음을 열고 예수님의 말씀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물동이조차 버려둔 채 동네로 돌아가 사람들에게 자기가 만난 그리스도의 존재를 전합니다. 그 동네 에 사는 많은 사람들은 여인의 증언를 듣고 예수님을 찾아와 구세주라고 반깁니다. 우리 역시 예수님이 영원히 목마르지 않 을 영적 물을 부어주실 때 그분이 영원한 메시아, 구세주임을 증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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