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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짜피 언제가는 주님 앞에서 다 드러나게 되어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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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무서운 말씀이 또 있을까?
이렇게 말씀하시는 주교님은 아마도 자신에게, 또 옆에서 듣고 있는 주임신부님께, 그리고 옆에 앉아있는 사목회장에게 이 말씀을 하시는 것은 아닐까?
"어짜피 언젠가는 주님 앞에서 다 드러나게 되어있으니, 정직하게 일하십시오."
그러니까 삥땅 치고 돈 돌려막기로 빼돌렸다가 나중에 갚아넣으면 되잖나? 이런 생각을 가지고 일하지 말라는 말씀이다. 그냥 의례적으로 하는 말씀이려니 할 수도 있지만 나로서는 참으로 무서운 말씀이다. 일생을 청렴하나로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사람일지라도, 그래서 그것이 얼마나 무능한 자기변명에 지나지 않는가를 절실히 느끼는 사람일지라도, 내가 돈이 탐이 나지 않는게 아니라, 벼룩의 간을 내 먹지,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피같은 꼬깃꼬깃한 돈을 내가 감히.....
이런 생각일지라도, 어떻든 주교님의 이 말씀은 참으로 지당하고 옳으시면서도 얼마나 무서운 말씀인지 모골이 송연할 정도다.
그렇다. 지금 아무리 이런 저런 꼼수를 두고
잘난체 하고 니가 잘났니, 내가 잘났니 하고 티격태격해보아야 어짜피 언젠가 하느님의 어전에서 치부책을 꺼내놓고 따질 때 우리는 결국 발가벗은 어린애에 지나지 않는 것이로구나. 교황이건 대주교이건, 대통령이건 장관이건, 갑부인건, 가난뱅이이건, 누구건 간에 하느님 앞에서 언젠가는 다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 때 하느님의 판단기준은 무엇일까? 설마 대법전은 아닐 것이고, 우리에게 누누이 말씀하신 주님의 말씀이 기준이 될 것이다. 얼마나 무서운 말씀인가?
하느님의 말씀이라고 간단히 이야기하지만, 그 말씀을 우리가 얼마나 생각하면서 살고 있을까? 하루하루의 밥벌이가 어렵다는 핑계로, 그건 이미 다 배운건데, 뭘 그걸 새삼스럽게 생각하고 따지냐고, 나는 이미 하느님의 말씀을 직접 계시 받아서 이제는 아무것도 더 필요없다고, 나는 신학박사학위를 받았는데,더 이상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고..그러면서 살고 있는 우리들이 아닐까?
오호라,
신부님, 주교님, 대주교님, 저는 그런 재주도 없고, 주변머리도 없습니다.
설사 그런 재주가 있다 하더라도, 주교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제가 감히 그런 삿된 일에 손을 대겠습니까? 저랑 같이 주교님의 말씀을 듣던 분들도 다 마찬가지라고 저는 믿습니다. 아무튼 감사합니다. 주교님의 말씀은 마치 불화살 처럼 저의 가슴에 각인될 것입니다. 언젠가는, 누구나, 다 하느님 앞에서 벌거벗은 어린애처럼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