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 (월)
(녹) 연중 제34주간 월요일 예수님께서는 빈곤한 과부가 렙톤 두 닢을 넣는 것을 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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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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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08-06-07 ㅣ No.121105

 
금실이 좋은 부부가 있었다.
몹시 가난했던 젊은 시절,
그들의 식사는 늘 한 조각의 빵을 나누어 먹는 것이었다.
그 모든 어려움을 사랑과 이해로 극복한 뒤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자
그들은 결혼 40주년에 금혼식을 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의 축하 속에서 부부는 무척 행복했다.

손님들이 돌아간 뒤
부부는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식탁에 마주 앉았다.
하루 종일 손님을 맞이하느라 지쳐 있었으므로
그들은 간단하게 구운 빵 한 조각에 잼을 발라 나누어 먹기로 했다.

"빵 한 조각을 앞에 두고 마주앉으니 가난했던 시절이 생각나는구료."
할아버지의 말에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난 날의 기억을 떠올리는 듯 잔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할아버지는 지난 40년 동안 늘 그래왔듯이 할머니에게
빵의 제일 끝부분을 잘라 내밀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할머니가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화를 내는 것이었다.

"역시 당신을 오늘 같은 날에도 내게 두꺼운 빵 껍질을 주는 군요.
40년을 함께 살아 오는 동안 난 날마다 당신이 내미는
빵 부스러기를 먹어 왔어요.
그 동안 당신에게 늘 그것이 불 만이었지만
섭섭한 마음을 애써 참아 왔는데...
하지만 오늘같이 특별한 날에도 당신이 이럴 줄은 몰랐어요.
당신은 내 기분이 어떨지 조금도 헤아릴 줄 모르는 군요."

할머니는 분에 못이겨 마침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할머니의 갑작스러운 태도에 할아버 지는 몹시 놀란 듯
한동안 머뭇거리며 어쩔 줄 몰라했다.
할머니가 울음을 그친 뒤에야 할 아버지는 더듬더듬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당신이 진작 이야기해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난 몰랐소. 하지만 여보, 바삭바삭한 빵 끄트머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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