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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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9일 시에나의 성녀 카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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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08-04-29 ㅣ No.35797

      4월 29일 시에나의 성녀 카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요한 16장 5-11절

                                 

            “내가 떠나지 않으면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오지 않으신다.”



                                <아, 하는 탄성이 저절로>


산더미 같은 잡풀들을 제거하다가 참으로 특별한 만남을 가졌습니다. 잡풀들 사이에 키가 훤칠하고 아주 실하게 생긴 고사리 한줄기가 숨어있었습니다. 얼마나 반갑던지. ‘아!’ 하는 탄성이 저절로 튀어나오더군요.


그 뒤로 자연스럽게 잡초제거는 뒷전이고 고사리 찾기에만 혈안이 되더군요. ‘고사리 관광’하러 가시는 분들, 그래서 싹쓸이 해 가시는 분들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갔습니다.


우리를 바라보시는 하느님께서도 마찬가지겠지요. 우리 각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보시고 너무나 반갑고, 대견스러워 탄성을 올리실 것입니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꼭 이뤄내야만 하는 과제 가운데 첫 번째가 우리를 향한 극진한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을 알게 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랍니다. 그래서 필요한 존재가 보호자이자 협조자, 성령이십니다.


성령으로 인해 우리 삶은 엄청난 변화가 이뤄집니다. 우리가 매일의 삶 안에서 만나는 모든 스쳐지나가는 것들이 성령으로 인해 제 가치를 찾습니다. 의미가 부여됩니다. 사랑스런 존재로 변화됩니다.


출렁이는 강물, 강물 위로 쏟아져 내리는 황금빛 햇살, 그 햇살을 받아 지천으로 피어오르는 들꽃들, 지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나 자신... 이 모든 대상들이 성령으로 인해 사랑의 대상으로 변화되고, 나 자신과 한 몸이 되고, 형언할 수 없는 축복으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 이것 그저 그런 시시한 일이 절대로 아닙니다. 그야말로 대단한 일입니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은혜로운 대 사건입니다.


왜냐하면 이토록 비천하고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나란 존재가 하느님과 하나 되기 때문입니다. 이토록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하느님과 동일시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한심한 나임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위치까지 올라가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은혜로운 변환이 이루어지는 역할을 수행하시는 분이 바로 성령이십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고 나서 제자들은 문을 꼭꼭 닫아걸고 다락방에 숨어있었습니다. 한때 그렇게 기고만장들 했었는데, 이제는 기가 팍 죽었습니다. 완전히 찌그러져 구석에 처박혀있었습니다.


그러나 성령께서 그들에게 내리시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삶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습니다. 문을 박차고 거리로 뛰쳐나갔습니다. 그리고 부활하신 예수님에 대해서 큰 소리로 외쳐대기 시작했습니다.


부끄러웠던 과거의 모습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수시로 겪었던 불일치도 눈 녹듯이 사라졌습니다. 불신과 소극성도 전혀 없습니다. 마치 꺼졌던 엔진이 다시금 힘차게 돌아가는 듯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성령의 은혜입니다. 흘러넘치는 성령의 은총으로 우리의 생각은 이렇게 바뀔 것입니다.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구나, 나는 절대 왕따가 아니구나, 나는 버려진 존재가 아니었구나, 나는 하느님 아버지로부터 충만한 사랑을 받고 있구나, 나는 받아들여진 존재로구나, 나는 가치 있는 존재로구나, 나는 진정 소중한 존재로구나, 나의 매일 매일은 사실 축복이었구나, 내 인생길을 향기로운 꽃길이었구나, 나는 정녕 행복한 사람이로구나...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146번 / 임하소서 성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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