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효율적인 국가정보 시스템 구축의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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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3-10-18 ㅣ No.273

21세기의 국가정보 패러다임은 종교·인종·계층 간 갈등 완화, 대테러, 자연재해 대비, 과학산업기술 해외유출 방지 및 다른 국가의 산업기술 수집 등을 목표로 한 정보조직 확산과 기능분화다. 동시에 각 정보기관이 제공하는 기밀사항을 정제하여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돕고, 나아가 이들 정보기관을 조정·통제할 수 있는 대통령 직속 정보기관을 운용하는 것이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국가정보부'를 창설하여 16개 정보기관을 조정·통제하고 그들이 보낸 정보를 종합해 대통령에게 실시간으로 보고하고 있다. 독일 총리비서실 정보수석실은 대외첩보부, 헌법수호청, 경찰, 군(軍) 정보를 종합해 총리에게 보고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우리나라는 정부 수립 이후 국군의 군사 첩보, 경찰의 국내정세 파악이 주류를 이루다 5·16 이후 미국중앙정보국(CIA)을 모델로 중앙정보부를 창설했다. 그러나 해외정보 수집에 한정된 미국 정보부와 달리 한국 정보부는 당시 소련의 KGB처럼 해외·국내 정보를 통괄하는 '권능'을 행사했다. 결국 국내 정치정보 개입에 따른 비난을 피할 수 없었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내 정치정보 근절을 위한 노력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중앙정보부를 국가안전기획부, 국가정보원 등으로 명칭만 변경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또 문민시대 이후 대통령들은 정보기관을 자기들을 탄압한 기관으로 인식해 법률가나 측근 위주 비(非)정보전문가를 수장으로 임명해 오히려 자율성과 전문성을 약화시키고 정보기관 고유의 정체성 위기를 초래했다.

최근 댓글 사건으로 다시 국정원 개혁이 요구되고 있으나, 국정원 내부는 국내·국외 담당 세력 간의 이해관계 대립으로 딜레마에 빠져 있고, 여야는 이를 정치적 기선 제압의 빌미로 삼고 있다.

21세기 국가 목표에 걸맞은 국가정보시스템 개혁을 위해선 거시적이며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미국은 워터게이트 정치사찰, 9·11 테러 정보 사전 탐지 실패 등 국가적 정보 흠결이 발생하면 여야를 초월한 조사위원회를 꾸려 기초조사를 실시하고, 조사 완료 후 상·하원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보개혁입법을 성안한다.

우리나라도 여야와 각계 전문 분야에서 추천하는 정보 전문가와 실무자, 계량분석학자, IT 전문가를 대통령이 선임해 모든 정보기관의 정보업무 내용을 분석·정리하여 중복 업무와 고유 업무를 조정하는 대통령 직속 정보업무내용분석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대략 4개월 정도의 한시적 기구로 분석 임무를 완료하고, 최종 결과는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각 정보기관의 중복 업무를 정리하고 고유 업무를 확정하여 국회의 정보개혁입법 활동의 객관적 참고지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단계에선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필수적인 국내외 정보를 실시간으로 대통령에게 제공하는 대통령 지원 정보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대통령의 승인을 통해 필요한 정보는 정부기관·기업·사회조직에 공공재화로 제공하는 민주적 '정보 환류'도 21세기에는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성숙한 민주행복시대를 여는 데 걸맞은 효율적인 국가정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역사적 위업을 완수해야 한다.

 

- 최평길 연세대학교 명예교수·대통령학 및 국가정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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