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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새 (The Bi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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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자 [pink45] 쪽지 캡슐

2008-05-31 ㅣ No.120893

 
 
 
 

새 중에 가장 먼저 낯을 익혔던 새는 참새입니다.

내가 어린 시절엔 정말 참새가 많았습니다.

마당에 널어놓은 알곡을 사정없이 쪼아먹는 참새떼 때문에  알곡을 말리는 날은 일삼아 사람이 하루종일 지켜야 했습니다. 그래도 참새는 너무 작아서 그랬는지 얄밉기보다는 귀여웠습니다.

 

새 울음소리는 듣기에 좋습니다.

나뭇가지를 흔들고 휘리릭 날아가며 지저귀는 산새소리는 맑은 시냇물 흘러가는 소리와 비슷합니다. 그런데 새 중에는 제대로 울지 못하는 새가 있다고 합니다.

바로 독수리입니다. 

새 중의 왕인 독수리가 사실은 잘 울지 못한다고 합니다.

꺽꺽거릴뿐, 그래서 나무꼭대기에 우뚝 앉아 있는 그놈을 보면 꼭 바보같다고 어느 시인이 말한 걸 들었습니다.

새가 울지를 못한다면 날지 못하는 새 만큼이나 바보스럽겠지요?

 

그런가하면 뻐꾸기처럼  청승스럽게도 구슬피 울어 듣는 마음을 처연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그놈은  남의 둥지에 알을 낳고 나몰라라 어미책임을 유기하는 참 얄미운 근성을 가지고 있지요.

산속에서 지저귀는 이름모를 멧새들의 노래소리는 언제 들어도 즐겁습니다.

 

 

 

뒷꼭지를 보이고 있는 이 산새는 몹시도 고독해보입니다.

바위에 드리워진 그림자도 무척  쓸쓸해 보이지요?

가느다란 다리와 뾰족한 부리와 언제든 날 준비가 되어있는 날개는 날렵한 자태를 하고 있습니다.  비상을 꿈꾸는 새의 모습에서는 그래서 희망이 느껴집니다.

 

그런가하면 이런 새들도 있습니다.

히치콕의 영화 (새)에 나오는 새들입니다.

해변가의 한적한 어린이학교의 놀이터, 전기줄, 음산한 날씨, 놀이기구에 날아와 앉는 몇마리의 새, 그런데 어쩐지 불길한 느낌이 느껴지는 새입니다.

그 조그만 새 머리에 무슨 생각이 있을까? 오죽하면 새대가리라는 말이 있을까 싶은데 그 영화에 나오는 새들은 무언가 음험한 음모를 꾸미는 악당들처럼 교활하고 섬찟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바로 그것이 스릴러의 명장이라 일컫는 히치콕의 탁월한 연출솜씨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새떼들은 점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주위를 온통 까맣게 덮어버립니다.

그 엄청난 새떼들의 무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떤 에너지, 파워가 가히 두려움과 공포로 다가옵니다. 새의 울음소리가 그렇게 신산하고 두렵게 느껴지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작위적인 음향으로 말초신경을 자극하여 억지 공포를 유도하는 보통 공포영화와는 근본적으로 차원이 다릅니다.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오스스 한기가 느껴지는, 영혼까지도 전율케 하는 영화 (새),

그래서 꼭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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