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4일 (금)
(녹) 연중 제7주간 금요일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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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가 싸 준 도시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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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덕 [itsjesus] 쪽지 캡슐

2000-09-14 ㅣ No.1740

* 아버지가 싸 준 도시락 *

 

 

아버지에게서 도시락을 건네 받은 향숙이는 몰래 얼굴을 찡그렸다. 향숙이는 아버지가 싸 주는 도시락이 싫었다. 언제나 희멀건 무 김치가 든 도시락 뚜껑을 열면 풍기는 시큼한 냄새에 신물이 날 지경이었다.

 

점심 시간이 되자 향숙이는 살짝 교실을 빠져 나와 운동장 한켠에 쪼그리고 앉았다. 가난이 싫었고 궁상맞은 아버지가 미웠고, 엄마 있는 친구들의 예쁜 도시락이 부러웠다. 다음 날 아침 향숙이는 이불 속에 누워 학교에 갈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다.

 

소풍 가는 날에도 김밥은 커녕 희멀건 무 김치만 든 도시락을 들고 갈 자신이 없었다. "향숙아, 오늘 소풍날이지? 어여 밥 먹고 가. 아버지가 맛있는 반찬 싸놨다." 맛있는 반찬이라는 말에 향숙이는 벌떡 일어났다.

 

"헤헤" 웃는 향숙이에게 아버지는 웃으며 도시락을 건네주었다. 소풍길에 향숙이는 내내 맛있는 반찬 생각에 즐거웠다. 기다리던 점심 시간이 되었다. 오늘만큼은 향숙이도 옹기종기 모여 앉은 친구들 사이에 끼여 앉아 지신있게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순간 시큼한 김치 냄새가 콧속으로 훅 풍겼다. 창피함에 얼굴이 벌개진 향숙이는 얼른 도시락을 덮고 언덕길을 달려 내려갔다. 아버지를 원망하며 꼭 따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향숙이는 소리내며 엉엉 울면서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도시락을 내 던졌다.

 

"아버지, 왜 거짓말하셨어요. 냄새 나는 김치는 이젠 신물이 난단 말예요." 그러자 논일을 갔다 오던 아버지가 안타깝게 외쳤다. "아까워서 어쩌나. 계집애가 자세히 봤어야지. 남들이 빼앗아 먹을까 봐 김치 속에 고기 반찬을 숨겨 두었는데..."

 

향숙이는 흙 묻은 반찬을 주워 담는 아버지에게 달려가 와락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http://sstory.com, 꿈꾸는 요셉, 향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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