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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복음 해설] 마태 2장------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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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타한인성당 [kccu] 쪽지 캡슐

2016-12-28 ㅣ No.9004

 

<마태오 복음서 2장>

 

2장

 

<1절-12절 : 동방 박사들의 방문>

 

1절..<예수님께서는 헤로데 임금 때에 유다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셨다. 그러자 동방에서 박

    사들이 예루살렘에 와서,>--'헤로데'는 기원전 37년 - 기원전 4년 사이에 유대왕국의 왕

    이었습니다. 당시 이스라엘은 로마제국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그는 로마제국으로부터 임명

    받은 왕이었지만, 어느 정도는 독자적인 통치권을 행사했습니다. 그는 예루살렘 성전을

    재건하는 등 대대적인 건축 사업을 펼쳤고, 팔레스티나와 그 주변 지역의 문화 사업을 지

    원함으로써 로마제국 어디에서나 '문화의 후견자' 라는 명성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순수 유대혈통이 아니라 에돔족의 후손으로서 유대인들로부터 이방인 취급을 받았습니다.

    에돔족은 야곱의 형인 에사우의 후손입니다(창세 36장).

    그는 잔인하고 교활한 사람이었고, 왕권을 지키기 위해서 왕비와 아들들을 처형하기도 했

    던 사람입니다. 그는 기원전 4년에 병에 걸려 죽었고, 그 뒤에 이스라엘은 세 왕자가 분

    할 통치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헤로데 임금 때에 태어나셨다면, 예수님은 기원전 4년 이전에 태어나신 것이

    됩니다. 학자들은 예수님이 기원전 7년 - 기원전 4년 사이에 태어나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다 지역의 '베들레헴'은 다윗의 고향이고, 다윗의 자손인 메시아가 베들레헴

    에서 탄생한다는 예언이 있었습니다(미카 5,1).

    여기서 말하고 있는 '동방'이 정확히 어디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페르시아일 수도 있고,

    아라비아일 수도 있습니다. '박사' 라고 번역한 말의 원문 단어는 '마고스'인데, 이 단어는

    '박사, 점쟁이, 마술사' 등의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입니다. 성경 내용으로 볼 때, 점성술

    사(천문학자)들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당시에 점성술사들은 상당히 지위가 높은 지식계

    급이었습니다. 동방에서 예루살렘으로 온 박사들이 모두 몇 명이었는지, 이름이 무엇이었

    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동방 박사들이 가지고 온 예물이 세 가지였기 때문에 세 명이었

    을 것이라고 상상할 뿐입니다.

    지금 전해지는 이름들은 후대에 누군가가 지어낸 것입니다. 어떻든 그 이름은 발타사르,

    멜키오르, 가스파르입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동방 박사들을 '왕'으로 부르기도 했습니다.

 

2절..<"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 하고 말하였다.>--이 구절에서 '유다인들의 임금'이라는

    말은 종말에 온 세상을 다스릴 왕, 즉 메시아를 뜻합니다. 따라서 동방 박사들은 이스라

    엘이라는 로마제국의 작은 식민지 국가의 임금에게 경배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온 세상의

    왕께 경배하러 온 것입니다. 고대 동양에서는 별들의 움직임과 인간의 운명이 밀접한 관

    계를 가지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동방 박사들은 늘 별을 관찰하고 연구를 하던 사람들이

    었을 것입니다. 그들은 어느 날 기이한 현상을 보았고, 그 현상을 세상의 왕의 탄생을 알

    리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그래서 그 왕에게 경배를 하기 위해서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그들을 인도했던 별은 박사들을 예루살렘까지만 안내한 뒤 잠시 모습을 감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사람들에게 그분이 어디 계시냐고 물어볼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여기서 '태어나신 분'이라는 말은 '최근에 태어나신 분'이라는 뜻입니다. 즉 박사들이 찾고

    있는 임금은 최근에 태어난 '아기'입니다.

    '그분의 별'이 어떤 별이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또 당시에 천문학적으로 실제 어떤 현

    상이 있었는지에 관해서도 뚜렷한 결론이 없습니다. 어떤 학자는 행성들이 겹쳐져서 대단

    히 밝게 보이는 현상이었다고 말하기도 하고, 다른 학자들은 혜성이었다고 말하기도 하

    고, 유성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분명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별이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고 동방 박사들에게만 보인 것인지,

    또 일정하게 뜨고 지는 별이 어떻게 박사들의 여행길을 인도할 수 있었다는 것인지, 그

    어느 것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하여간에 분명한 것은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할 때 하느님께서 불기둥으로 백성들을 인도하셨던 것처럼 어떤 기적적인

    현상으로 박사들을 인도하셨다는 것입니다. 즉 이것은 우리가 다 이해할 수는 없는, 하느

    님께서 하신 일이라는 것입니다.

    왜 동방 박사들이 그 먼 곳을 여행해서 그분께 직접 경배하고 싶어 했는지 마태오는 아무

    런 설명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냥 학문적인 호기심 때문이었다면 그들은 심부름꾼을

    대신 보내서 조사하고 확인하게 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목적지도 모르고, 새로 태어난

    아기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채로 먼 길을 걸어서 직접 여행을 했다는 것은 아마도 단순하

    고 소박한 믿음에서 우러나온 행동일 것입니다. 그런데 동방 박사들은 성경에 관한 지식

    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수도인 예루살렘까지 오기는 했지만 그

    다음에는 어디로 가야할지 몰랐던 것입니다.

    당시 예루살렘은 수많은 외국인들이 드나들던 곳이었고, 아무도 동방 박사들을 눈여겨보

    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사람들에게 '유다인들의 임금'이 태어나신 곳을 묻고

    다녔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고, 결국 헤로데 왕의 귀에까지 그 일이 전해지

    게 되었습니다.

 

3절..<이 말을 듣고 헤로데 임금을 비롯하여 온 예루살렘이 깜짝 놀랐다.>--헤로데는 왕위

    에 집착하고 있었지만, 로마제국으로부터 임명받은 식민지 국가의 왕으로서 그 왕권은 사

    실 약한 것이었고, 또 정통 유대인이 아닌 에돔족의 후손이라는 약점 때문에 백성들의 지

    지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항상 불안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왕권에 위협이 되기만

    하면 누구라도, 왕비든 왕자든 가리지 않고 무자비하게 사형시켰고, 유대인들의 메시아

    운동도 잔인하게 탄압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유다인들의 임금'이 태어난 곳을 묻고 다니

    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문에 헤로데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고, 더욱 불안해질 수밖에 없

    었습니다. 그리고 예루살렘 시민들도 아직 막연하지만 어떤 기대감, 흥분, 또는 정치 상황

    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크게 술렁거렸을 것입니다.

    왜 하느님께서는 동방 박사들을 곧장 베들레헴으로 인도하지 않고, 헤로데를 거치도록 했

    을까? 이 의문에 대한 답변이 4절-6절입니다. 수석 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이 헤로데의 질

    문에 대답한 것은 공식적인 답변으로서, 메시아가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셨다는 공식 확인

    과 같은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예수님을 향한 박해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예수님의 죽음을 집권자가 공식 확인한 것처럼 예수님의 탄생도 집권자가 공식 확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예수님 탄생 이야기는 당시 신자들이 꾸며낸 이야

    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4절..<헤로데는 백성의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을 모두 모아 놓고, 메시아가 태어날 곳

    이 어디인지 물어보았다.>--정통 유대인이 아니었던 헤로데는 정식으로 성경 교육을 받

    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는 급하게 사제들과 율법학자들에게 자문을 구합니다.

    그런데 당시에 헤로데와 경건한 유대인들 사이는 적대관계였기 때문에 단순히 구약성경의

    예언을 묻기 위해 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을 불렀다고 생각하기는 어렵고, 공식적으로 최고

    의회를 소집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또 그것이 외국에서 온 박사들에게 자신의 왕

    으로서의 위엄을 과시하는 데에도 유리했을 것입니다.

    (여기서 '메시아'로 번역한 말은 원문에는 '그리스도'로 되어 있습니다.)

 

5절-6절..(5)<그들이 헤로데에게 말하였다. "유다 베들레헴입니다. 사실 예언자가 이렇게 기

    록해 놓았습니다.> (6)<'유다 땅 베들레헴아 너는 유다의 주요 고을 가운데 결코 가장 작

    은 고을이 아니다. 너에게서 통치자가 나와 내 백성 이스라엘을 보살피리라.'">--사제들

    과 율법학자들의 답변에 나오는 인용문은 미카서 5장 1절과 사무엘 하권 5장 2절을 합친

    것입니다. 이 구절들은 베들레헴에서 메시아가 태어나실 것이라는 예언입니다. 유대인들

    은 다윗의 고향이고, 언젠가 메시아가 태어날 것이라고 예언된 베들레헴을 항상 주목했

    고, 메시아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미카서와 사무엘 하권의 해당 구절을 보면 마태오복음의 인용문과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아마도 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은 자신들의 성경 지식을 과시하기 위해 구약성경

    그대로 답변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마태오는 원래의 뜻에는 충실했지만 표현은 자유롭게

    바꾸어서 인용했습니다.

    (여기서 '보살피다.'로 번역한 말의 원문 단어는 목자가 양을 보살핀다는 뜻이 들어 있는

    단어입니다. 그래서 메시아는 이스라엘의 통치자이면서 동시에 목자도 된다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7절-8절..(7)<그때에 헤로데는 박사들을 몰래 불러 별이 나타난 시간을 정확히 알아내고서

    는,> (8)<그들을 베들레헴으로 보내면서 말하였다. "가서 그 아기에 관하여 잘 알아보시

    오. 그리고 그 아기를 찾거든 나에게 알려 주시오. 나도 가서 경배하겠소.">--헤로데가

    박사들을 '몰래' 불렀다는 것은 사람들 모르게 따로 불렀다는 말인데, 이 말은 그가 사람

    들 모르게 음모를 꾸미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마태오는 '별이 나타난 시간'이 정확하게 언제였는지 말하지 않고 있는데, 아마도 박사들

    이 처음으로 별을 본 것은 예수님이 태어나기 전이었을 것입니다. (박사들이 아주 먼 곳

    에서 왔다면 한참 전이었을 것입니다.)

    '그 아기에 관하여 잘 알아보시오.' 라는 말은 그 아기가 어디에 있는지, 누구인지를 잘

    알아보라는 말입니다.

    헤로데는 최고의회를 통해서 메시아가 태어난 곳을 알아냈고, 동방박사들을 통해서 태어

    난 시기를 짐작했습니다. 이제 그는 자기의 경쟁자가 될 아기를 죽이려고 합니다. 그런데

    왜 헤로데는 군인들을 박사들과 함께 보내지 않았을까? 우리가 그의 교활한 속셈을 다

    알 수는 없지만, 그는 일을 조용히, 신중하게 처리하려고 그랬을 것입니다. 그는 메시아에

    대한 백성들의 기대를 잘 알고 있었고, 백성들과 부딪쳐 일이 커지는 것을 피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만일에 박사들이 아기를 찾은 다음에 헤로데에게 알려 준다면 헤로데는 아주

    쉽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겉으로 겸손한 척 하면서 자기도 가

    서 경배하겠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이 바로 '위선'입니다.

 

9절..<그들은 임금의 말을 듣고 길을 떠났다. 그러자 동방에서 본 별이 그들을 앞서 가다

    가, 아기가 있는 곳 위에 이르러 멈추었다.>--박사들은 헤로데의 말을 듣고 베들레헴을

    향해 길을 떠납니다. 예루살렘에서 베들레헴은 걸어서 두 시간 거리입니다. 별의 인도가

    없더라도 박사들은 베들레헴까지 쉽게 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잠시 모습을 감추었던 별

    이 다시 나타나서 박사들을 앞서 가면서 인도합니다. 별이 멈춘 곳은 베들레헴이 아니라

    아기가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박사들은 베들레헴에서는 사람들에게 물어볼 필요도 없이

    곧장 아기가 있는 집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10절..<그들은 그 별을 보고 더없이 기뻐하였다.>--별이 아기가 있는 곳을 가르쳐 주는 것

    을 본 박사들의 기쁨은 대단히 컸습니다.

    오랫동안 염원해 오던 일이 달성되었다는 만족감, 긴 여행 끝에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안

    도감 등이 포함된, 아주 큰 기쁨과 행복감입니다. 우리말 번역으로는 동방박사들의 큰 기

    쁨이 충분히 나타나지 않지만, 성경 원문에서는 '대단히 큰 기쁨'을 나타내는 말로 되어

    있습니다.

 

11절..<그리고 그 집에 들어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

    였다. 또 보물 상자를 열고 아기에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루카복음

    2장 7절의 기록 때문에 우리는 예수님이 동굴, 또는 외양간에서 태어난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태오복음에서는 그 장소에 대해서는 전혀 말이 없고, 박사들이 아기

    가 있는 '집'으로 들어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마태오가 예수님이 태어나신 동굴을 일부

    러 '집'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할 이유는 없습니다. 아마도 방을 구하지 못한 요셉은 출산이

    임박한 마리아를 위해 우선 급한 대로 동굴을 찾아내 해산하게 했지만, 출산 후에는 바로

    방을 구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입니다. 마리아는 율법에 규정된 정결례 때문

    에 40일 동안 베들레헴에 머물러 있어야 했는데, 그 동안 계속 동굴에서 지냈다고 생각하

    기는 어렵습니다. (전승에는 요셉과 마리아가 새로 방을 구해서 옮겨갔다는 이야기도 없

    지만 박사들이 '동굴에서' 예수님을 경배했다는 이야기도 없습니다.)

    여기서 요셉은 전혀 언급되지 않고,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 라고 표현되어 있

    습니다. 이것은 그 아기가 요셉의 아들이 아니라는 것, 즉 성령으로 동정녀에게서 태어났

    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땅에 엎드려 경배'하는 동작은 깊은 존경을 나타내는 행동입니다. 그들은 아기 예수님의

    겉모습, 즉 가난한 모습에 전혀 낙심하거나 실망하지 않고 경배를 했습니다. 왕의 모습과

    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아기 예수님의 모습을 보면서도 그들의 믿음이 흔들리지 않은 것

    입니다.

    박사들은 보물 상자에서 '황금, 유향, 몰약'을 꺼내서 예수님께 예물로 드립니다. 이 예물

    들은 왕에게 드리는 예물입니다. 황금은 왕을 상징하고, 유향은 하느님을 상징하고, 몰약

    은 예수님의 죽음을 상징한다고 하는 것은 후대에 가서 붙인 의미입니다. 동방 박사들이

    그런 뜻으로 그 예물들을 바쳤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동방 박사들이 예수님께 예물을

    바친 것은 존경하는 분에게 뭔가를 바치고 싶어 하는 자기들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입

    니다. 예물 자체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황금'은 예나 지금이나 귀중한 예물입니다.

    '유향'은 감람과의 열대 식물인 유향수의 분비액을 말려서 만든 수지(樹脂)로서 약재와 방

    부재(防腐材)로 사용했습니다.

    '몰약'은 아라비아, 이디오피아, 이집트 등의 석회암 지대에서 자라는 감람나무과의 작은

    교목에서 채취한 천연고무로서 향료, 향수 등의 제조에도 쓰이고, 방부제(防腐劑)로도 사

    용되었습니다. 이집트에서는 미이라를 만들 때 사용했습니다.

    (당시에 황금과 유향과 몰약은 대단히 비싸고 귀한 것들이었습니다. 요셉과 마리아가 그

    예물을 받고 갑자기 부자가 될 수는 없었지만, 그들은 그것을 아주 요긴하게 사용했을 것

    입니다. 요셉은 마리아와 함께 베들레헴에 갈 때 가장으로서 출산 준비도 했을 것이고,

    여행경비도 준비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집트로 피난을 가게 된 것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고, 아무 준비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동방 박사들이 가져온 예물은 어쩌면 이집

    트 피난 기간 동안 유용하게 사용되었을 것입니다. 아무도 이 예물들이 그 뒤에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주목하지 않고 있는데, 그냥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어떻든 모든 일은 다 하느님의 섭리대로 되게 되어 있습니다.)

 

12절..<그들은 꿈에 헤로데에게 돌아가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 다른 길로 자기 고장에 돌아

    갔다.>--박사들의 꿈에 나타나서 헤로데에게 돌아가지 말라고 지시한 이는 아마도 뒤의

    13절처럼 '천사'였을 것입니다. (사실은 천사를 통해서 하느님께서 지시하신 것입니다. 그

    러나 원문에는 '하느님'이라는 말이 없습니다. 가능하면 하느님을 직접 언급하지 않는 것

    이 당시의 관례였습니다. 따라서 공동번역 성서가 '하느님의 지시' 라고 번역한 것은 잘못

    된 번역입니다.)

    이제 다시 하느님께서 개입하시고, 헤로데의 계획은 실패하게 됩니다. 꿈에 하느님의 지

    시를 받은 박사들은 '다른 길'로 해서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다른 길'은 '헤로데를 피할

    수 있는 길'입니다.

    아기 예수님에게는 박사들에게 줄 물질적인 답례품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귀한 보물을 바

    치고 빈손으로 돌아가게 되었지만, 새로운 믿음과 기쁨을 안고 돌아갑니다. 그것은 어떤

    보물보다 더 값진 것입니다.

    동방 박사들이 찾아온 이야기는 이사야서의 예언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이사야서 60장을

    보면, 장차 종말이 닥치면 이방인들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조공을 바치러 예루살렘에 모여

    올 것이라는 예언이 있습니다. 그 예언대로 동방에서 점성술사들이 찾아와서 메시아이신

    분께 예물을 드렸습니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이 모든 일들을 깨닫지 못했고, 헤로데는 그

    메시아를 죽이려고 합니다. 이것은 새로운 이스라엘, 즉 하느님 나라가 유대인들에게서

    이방인들에게로 넘어가게 된 것은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 때부터가 아니라 탄생 이전부터

    시작된 일이라는 것을 나타냅니다.

 

<13절-15절 : 이집트로 피신하시다>

 

13절..<박사들이 돌아간 뒤, 꿈에 주님의 천사가 요셉에게 나타나서 말하였다. "일어나 아기

    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하여, 내가 너에게 일러 줄 때까지 거기에 있어라.

    헤로데가 아기를 찾아 없애 버리려고 한다.">--천사가 요셉에게 나타난 것은 박사들이

    떠난 직후일 것입니다.

    주님의 천사가 '꿈'에 나타난 것은 앞의 1장 20절과 같은 상황입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지금 요셉이 자고 있었다는 것, 즉 밤이라는 것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천사는 자고 있는

    요셉을 급하게 깨운 것입니다.

    천사는 요셉에게 잠에서 깨어나서 아기와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하라고 지시했

    고, 요셉은 즉시 그 지시를 따릅니다. 이집트의 나일 강 삼각주는 늘 비옥했고, 주변 국가

    들이 필요할 때마다 피신처로 삼던 곳입니다.

    요셉은 '너에게 일러 줄 때까지 거기에 있어라.' 라는 천사의 막연한 지시에 대해서 아무

    것도 묻지 않고 그냥 지시에 따르고 있습니다. 그는 하느님께 무조건 순종하는 사람이었

    던 것입니다. '헤로데가 아기를 찾아 없애 버리려고 한다.' 라는 말은 헤로데가 아기를 찾

    아 죽이려고 한다는 뜻입니다. 헤로데가 박사들을 기다리다가 직접 행동에 나서기까지의

    시간은 별로 길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쩌면 군대를 보낼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박사들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입니다.

 

14절..<요셉은 일어나 밤에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가서,>--요셉은 자다 말

    고 일어나서 바로 떠납니다. 요셉과 마리아에게는 가진 것이 별로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

    니 짐을 챙길 것도 없었을 것입니다. 위험이 눈앞에 있었고, 지체할 시간도 없습니다.

    그들은 그 밤에 바로 떠나서 이집트로 갑니다. 하느님께서 성가정을 기적적인 방법으로

    보호하지 않고, 보통 사람들처럼 피난길에 오르게 하신 것은 예수님이 평생 겪어야 할 박

    해를 미리 겪게 하신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15절..<헤로데가 죽을 때까지 거기에 있었다. 주님께서 예언자를 통하여, "내가 내 아들을

    이집트에서 불러내었다."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그리 된 것이다.>--헤로데는 기원전

    4년에 예리코에서 병사했습니다. 따라서 성가정의 이집트 피난 기간은 그다지 길지 않았

    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언이 성취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마태오는 이 일이 호세아서 11장 1절의 예언대로 된 일이라고 해석합니다. 이스라엘 백

    성이 이집트에서 해방된 출애굽 사건을 예수님께서 몸소 겪으셨다는 것입니다. 마태오복

    음에서는 여기서 처음으로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16절-18절 : 헤로데가 아기들을 학살하다>

 

16절..<그때에 헤로데는 박사들에게 속은 것을 알고 크게 화를 내었다. 그리고 사람들을 보

    내어, 박사들에게서 정확히 알아낸 시간을 기준으로, 베들레헴과 그 온 일대에 사는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들을 모조리 죽여 버렸다.>--동방 박사들이 의도적으로 헤로데를 속

    인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그들은 분명히 앞의 8절에서 헤로데가 아기를 찾거든 알려 달라고 부탁하는 말을

    듣고, 그 부탁대로 아기가 있는 곳을 알려 주겠다고 약속했을 것입니다. 만일에 하느님께

    서 개입하지 않으셨다면 그들은 헤로데에게 약속대로 아기가 있는 곳을 알려 주었을 것입

    니다. 어떻든 결과적으로 약속을 어긴 것이 되었고, 헤로데를 속인 것이 되었습니다.

    헤로데가 크게 화를 내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박사들에게 속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외에도 새로 태어났다는 임금에 대한 두려움, 또 자기 왕위에 대한 불안감 등

    이 합해져서 화를 냈을 것입니다. 헤로데의 원래 계획은 한 명의 아기만 죽이는 것이었는

    데, 박사들이 그냥 가버렸기 때문에 베들레헴의 아기들을 모두 죽이게 됩니다. 그런데 그

    는 이제 막 태어난 아기들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두 살 이하로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사람들을 보내어' 라는 말은 '군인들을 보내어' 라는 뜻입니다.

    '박사들에게서 정확히 알아낸 시간'은 앞의 7절에서 언급된 '별이 나타난 시간'입니다. (예

    수님이 태어난 시간이 아닙니다.)

    '베들레헴과 그 온 일대' 라는 표현만 놓고 보면, 주변 마을까지도 학살 대상으로 삼은 것

    처럼 보이지만, 그냥 베들레헴에서만 학살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만일에 예수님이 베들레

    헴을 떠났다고 헤로데가 생각했다면, 그는 아마도 예루살렘을 비롯해서 이스라엘 전 지역

    을 피로 물들였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학살된 아기의 수는 알 수 없지만, 당시 인구를 바탕으로 추정할 수는 있습니다. 당시 베

    들레헴의 인구는 천 명 정도로 추정되고, 당시의 출산율, 유아 사망률 등을 고려하면 헤

    로데에게 학살당한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들'의 수는 20명 정도로 추정됩니다. 헤로데라

    는 왕은 어린 아기 20명 정도는 태연하게 죽일 정도로 잔인한 사람이었습니다.

 

17절-18절..(17)<그리하여 예레미야 예언자를 통하여 하신 말씀이 이루어졌다.> (18)<"라마

    에서 소리가 들린다. 울음소리와 애끊는 통곡 소리. 라헬이 자식들을 잃고 운다. 자식들이

    없으니 위로도 마다한다.">--마태오는 이 사건도 구약의 예언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인용되어 있는 구절은 예레미야서 31장 15절입니다.

    라헬은 야곱의 아내였는데 요셉과 벤야민을 낳았습니다. 그녀는 벤야민을 낳을 때의 산고

    후유증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창세기 35장 19절에는 라헬이 '에프라타 곧 베들레헴으로

    가는 길 가'에 묻혔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사무엘 상권 10장 2절에 '벤야민 영토 첼

    차에 있는 라헬의 무덤'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곳이 '라마'입니다. 두 장소는 서로 다른

    곳입니다. 라마는 예루살렘의 북쪽에 있고, 베들레헴은 남쪽에 있습니다. 원래 벤야민 후

    손들이 라마에 살고 있었는데, 유다가 바빌론에게 패망하고 백성들이 포로가 되어 끌려갈

    때, 라마에 살고 있던 벤야민 지파도 포로로 잡혀갔습니다. 이 때문에 라헬의 무덤에서

    구슬픈 곡소리가 들린다고 예레미야 예언서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마태오는 예레미야의

    예언이 베들레헴에서 실현된 것으로 보고, 베들레헴의 아기들 때문에 라헬이 통곡한다고

    풀이했습니다. (마태오는 창세기의 기록에 따라 라헬의 무덤이 베들레헴 근처에 있는 것

    으로 생각한 것입니다.)

    베들레헴의 학살 때 아기 예수님이 구출된 것과 이집트에서 아기들이 학살될 때 아기 모

    세가 살아난 것이 비슷합니다. 당시 이집트의 파라오는 히브리인들의 사내아이를 모두 죽

    이라고 명령했지만 모세는 살아남았고, 결국 이스라엘의 영도자가 되어 백성들을 해방시

    켰습니다. 헤로데는 베들레헴의 사내아이를 모두 죽였지만 하느님께서는 메시아이신 아기

    예수님이 헤로데의 손에 죽지 않도록 지켜주셨습니다. 그러나 베들레헴의 아기들이 학살

    당한 것을 하느님의 뜻(계획)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창세기 때부터 지금까지 하느

    님을 거스르고, 하느님의 계획을 방해하려는 인간들이 수없이 많았고, 헤로데도 그런 자

    였습니다. 그런 인간들이 계속 하느님의 계획을 망치려고 시도했지만 하느님의 계획은 늘

    하느님 뜻대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왜 하느님께서는 아기 예수님만 살려내시고, 다른 아기들은 죽게 내버려두셨을까? 요셉에게 미리 알려주신 것처럼 다른 부모들에게도 미리 알려주실 수 있지 않았을까?

    왜 요셉은 다른 집에는 아무 말도 없이 자기 가족만 데리고 떠났을까? 떠나기 전에 다른 집에 말할 수는 없었을까? 라는 질문들이 있습니다. 대답은 '모른다.'입니다.

   고통도, 죽음도 하나의 신비입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 성수대교 붕괴사고 때, 정말 아무 죄도 없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많이 죽었습니다. 어른들이 죽은 것은 그렇다고 치고, 아이들까지 희생된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우리는 하느님의 계획과 섭리를 다 알지 못합니다. 그냥 믿음으로 받아들일 뿐입니다.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선명하게 모든 것을 깨달을 때가 올 것입니다. 그때에 우리는 하느님의 섭리에 경탄하고 놀라게 될 것입니다.

   우리 교회는 죄 없이 죽은 베들레헴의 아기들도 예수님 때문에 죽은 순교자로 인정하고, 12월 28일을 축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19절-23절 :이집트에서 돌아오시다>

 

19절-21절..(19)<헤로데가 죽자, 꿈에 주님의 천사가 이집트에 있는 요셉에게 나타나서 말

    하였다.> (20)<"일어나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스라엘 땅으로 가거라. 아기의 목숨

    을 노리던 자들이 죽었다."> (21)<요셉은 일어나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스라엘 땅

    으로 들어갔다.>--헤로데가 죽자 성가정이 더 이상 이집트에 머물러 있을 이유가 없게

    되었습니다. 다시 천사가 요셉의 꿈에 나타나서 아기와 어머니를 데리고 이스라엘 땅으로

    가라고 지시하고, 요셉은 이 새로운 지시에 순종합니다.

    그런데 아기 예수님을 죽이려고 한 것은 헤로데였는데도 '아기의 목숨을 노리던 자들'이

    라고 복수형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탈출기 4장 19절에 있는 표현(하느님께서 모

    세에게 이집트로 돌아가라고 지시할 때의 말씀)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볼 수도 있고, 예

    수님의 목숨을 노린 것이 헤로데 개인이 아니라 '헤로데와 그 일당'이었다는 것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천사의 지시가 막연합니다. 이스라엘 땅 어디

    로 가라는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요셉은 한마디 질문도 없고, 불평도

    없이 이스라엘로 돌아갑니다.

    (여기서 '일어나' 라는 말이 거듭 사용되어 있는데, 이것은 그리스어의 독특한 표현법일

    뿐 이 말 자체에 특별한 뜻은 없습니다.)

 

22절-23절..(22)<그러나 아르켈라오스가 아버지 헤로데를 이어 유다를 다스린다는 말을 듣

    고, 그곳으로 가기를 두려워하였다. 그러다가 꿈에 지시를 받고 갈릴래아 지방으로 떠

    나,> (23)<나자렛이라고 하는 고을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이로써 예언자들을 통하여 "그

    는 나자렛 사람이라고 불릴 것이다." 하신 말씀이 이루어졌다.>--22절과 23절은 예수님

    이 '나자렛 사람 예수' 라고 불리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구절입니다. 예수님이 그렇게 불

    리게 된 것은 하느님께서 요셉에게 나자렛으로 가라고 하셨기 때문이고, 그것은 구약의

    예언대로 된 일이라는 것이 마태오의 설명입니다.

    헤로데가 죽은 후 왕자들이 왕국을 분할했는데, 필리포스는 북부 트랜스 요르단 지역, 헤

    로데 안티파스는 갈릴래아와 베레아 지역, 아르켈라오스는 유다와 사마리아 지역을 차지

    했습니다. 아르켈라오스는 아버지 헤로데보다 더 잔인한 폭군이었고, 그래서 백성들의 원

    성을 듣다가 결국 2년 만에 왕좌에서 쫓겨납니다. 아르켈라오스가 쫓겨난 후에 유다 지역

    은 로마 총독이 직접 다스리게 됩니다. 갈릴래아 지역을 다스린 헤로데 안티파스는 비교

    적 온건한 사람이었습니다.

    요셉은 처음에는 유다 지역에 있는 베들레헴으로 가서 살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지역의 통치자가 악명이 높은 아르켈라오스라는 말을 듣고 두려워서 망설이게

    됩니다. 그러다가 꿈에 지시를 받고 갈릴래아 지방의 나자렛에 가서 살게 됩니다.

    '그는 나자렛 사람이라고 불릴 것이다.' 라는 예언은 구약성경 어디에도 없는데, 삼손이

    '나지르인이 될 것이다(판관 13,5).' 라는 예언에서 '나지르인'이라는 말이 '나자렛 사람'으

    로 변형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나지르인'이란, '자신을 주님께 봉헌하

    기로 하고 특별한 서원을 한 사람입니다(민수 6장).

    나지르인은 서원한 봉헌 기간 동안 머리를 자를 수 없고, 술을 마실 수 없고, 시체를 가

    까이 할 수 없습니다. 구약성경에서 가장 대표적인 나지르인은 삼손입니다.

    (사도행전 18장 18절을 보면, 바오로 사도가 서원한 일 때문에 머리를 깎았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서원 기간 동안에 머리를 깎지 않고 있다가 서원이 끝난 다음에 머리를 깎은

    것입니다.)

    또 이사야서 11장 1절, '이사이의 그루터기에서 햇순이 돋아나고 그 뿌리에서 새싹이 움

    트리라.' 라는 예언에서 '새싹'이 히브리어로 '네제르'인데, 이것이 나자렛으로 변형된 것

    으로 보는 해석이 있습니다. 여기서 '새싹'이라는 말은 메시아를 가리키기 때문에, 이 말

    이 나자렛 사람으로 변형되었다면, '나자렛 사람'이라는 말은 메시아를 가리키는 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실 '나자렛'이라는 마을은 구약성경에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고, 다른

    역사서나 탈무드에도 언급된 적이 없는 작은 마을입니다. 나자렛은 예수님과 함께 등장하

    는 마을일뿐입니다. 그래서 당시 유대인들은 예수님이 나자렛 출신이라는 이유로 멸시하

    기도 했습니다(요한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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