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1일 (화)
(녹) 연중 제7주간 화요일 사람의 아들은 넘겨질 것이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어야 한다.

성지순례ㅣ여행후기

"그분"이 불러주셔서--바뇌의 성모님을 뵙고서 (열한 번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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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항 [vinchen10] 쪽지 캡슐

2004-12-15 ㅣ No.430



"그분"을 사랑함으로

  드디어 개나리도 빠질 수 있나며 성미 급한 순서대로 앙상하던 가지에 노란 꽃잎을 삐죽 삐죽 고개를 내밀고 있읍니다. 성당을 오가며 지난 2월께 부터 아파트 담장에서 추위에 오돌 오돌 떨던 개나리가 제 눈에는 3월에 들어서면서 연갈색 회초리같은 가지가 연두색으로 보이기 시작했드랬읍니다.
제눈이 착시현상을 일으켰나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봄을 기다리는 제 마음이 간절하여 아직도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봄이 오는 꿈틀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나 봅니다.
깊은 침묵 속에 겨울을 견디어온 대지 깊은 곳에서 물을 빨아들이면서 개나리는 깊은 잠에서 깨어나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나 봅니다.

* * * *

  유럽 사람들이 버버리라고 하는 트랜치코트를 즐겨 입는 이유를 이제 알 것같읍니다. 호텔을 나서니 제법 비다운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열흘 가까운 순례길이었지만 아직 한번도 우산을 쓰지 않았는데 오늘은 출발부터 을씨년스럽게 뼈 속까지 파고드는 겨울비의 음산함이 우리를 곤혹스레합니다. 그렇지만 어쩌랴 짐을 풀어 우산을 꺼내기보다 비를 좀맞은들 ... 일행중 제 혼자만 트랜치코트를 입고 왔으니 금방이라도 거리에 나서면 브뤼셀 사람이 다 된듯 썩 어울릴거라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브뤼셀에서 동쪽으로 독일 퀼른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2시간 반쯔음 달려서 독일 국경에 인접한 "바뇌"로 가는 길입니다. 한 시간이나 달렸을까 어느새 비는 그치고 창밖으로 보이는 벨지움의 한적한 농촌 풍경은 가끔씩 고개를 내미는 햇살에 더욱 싱싱하게 살아나고 마주 오는 차량들은 한결같이 예쁜 소형차 일색이었읍니다.
잘은 모르겠읍니다만 벨지움을 깔끔하고 예의바른 나라라고 봤다면 그리 잘못 본 것은 아니겠지요.

아무리 처음 보는 풍경이래도 겨울이지만 비옥해 보이는 농장과 목장 풍경만 이어지다가 보니 살푸시 잠이 들었나 봅니다. 버스가 서고 모두 내리는 틈에 끼어 황황이 내립니다. 주차장에는 우리가 타고 온 버스 외에는 소형차 두어 대가 있었고 약간 떨어진 성지는 조그마한 벨지움, 전형적인 시골마을 의 한적함으로 가만히 우리를 지켜 볼뿐 고요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바뇌(Banneux Notre-Dame)"는 루베네 지역의 작은 마을로 해발 325M의 고원지대에 자리하고 있으며 주위는 아르덴느지방의 여러 골짜기에 둘러싸여 있고 마을은 교회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소규모의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농지가 있을뿐인 가난한 마을입니다.
성모님이 발현하신 베코(Beco)가족의 집은 교회로 부터 1km떨어진 진창으로 불리는 곳에 홀로 서있으니 얼마나 한적하고 가난한 집이라는걸 알 수 있겠지요.
이곳에 상주하고 계신 우리나라 수녀님이 우리를 안내하여 베코집안의 맞이였던 마리에뜨(Mariette)가 성모님을 뵈옵던 곳으로 갑니다. 아주 조그마한 2층 집, 돌과 시멘트로 지어진 이 집에는 조그만 야채밭이 딸려있고 마리에뜨 방의 창문에서 예닐곱 걸음 되는 곳에는 세상에서 제일 작은 성당이 예쁜 새 색시처럼 수줍게 서있습니다.
아버지 베코씨와 어머니 루이즈,그리고일곱명의 형제들로 이루어진 가족은 집에 십자가 조차 없는 종교에 무관심한 편일 정도로 가난에 찌들어 있었다합니다.

바뇌의 성모발현 멧세지

첫 번째 발현
  1,933년 1월 15일,주일 흰눈과 얼음이 바느의 숲지를 뒤덮고 있었으며, 차고 건조한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저녁 7시에 마리에뜨는 큰길과 전나무 숲이 내다 보이는 부엌 창틀에 턱을 괸 채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갓난 아기인 막내 동생이 요람에서 잠자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던 마리에뜨는 몇 미터 되지 않는 뜨락의 한 지점에 광채를 발하며 고개를 약간 왼쪽으로 기울인체 움직이지 않고 서 있는 한 부인을 발견한다.
겨우 열세살짜리 소녀 마리에뜨는
"엄마, 정원에 어떤 아름다운 부인이 있어요!...저분은 성모님이야, 나를 보고 미소를 지으셔, 저분은 대단히 아름다와!"
하고 말하면서 마리에뜨는 전에 길에서 주운 묵주를 꺼내 황홀한 발현을 바라보면서 로사리오 기도를 바치다.
그 부인은 마리에뜨에게 다가오라는 손짓을 했다. 마리에뜨가 알아 듣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엄마는 귀신의 장난으로 생각하고 나가지 못하도록 문을 잠궈버리다. 그래서 마리에뜨는 창문가로 되돌아와 밖을 내다 보았으나 아름다운 부인은 사라져 버린 듯 아무도 없었다.

두 번째 발현
  3일 후인 1월18일 수요일 저녁 7시경, 마리에뜨는 평소에 어둠을 무서워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집을 나왔다. 소녀는 집 문간과 정원 울타리를 잇는 길에서 무릎을 꿇고 지난 일요일 저녁 광채를 띠며 그 부인이 나타났던 곳을 향해 낮은 목소리로 기도 했다... 갑자기 마리에뜨는 두 팔을 펼쳐 올리면서 바라보았다.
아주 작은 모습으로 하늘 저 멀리로부터 성모님께서 나타나신 것이다. 성모님의 모습은 점점 커지면서 커다란 두 전나무 꼭대기 사이를 지나 점점 가까이 다가 왔다.
성모님은 마리에뜨에게서 몇 발자국 떨어진 지점의 허공에 회색 구름과 같은 것 위에 떠 계셨다.
마리에뜨는 두 손에 묵주를 쥐고 위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기도했다. 소녀는, 마치 기도를 하시는 듯 약간씩 입술을 움직이며 미소 짓고 계시는 부인을 바라보았다.이 조용한 기도는 약 20분간 계속 되었다.
다음에 그 부인은 마리에뜨에게 따라오라고 손짓을 하며 뒷걸음쳐 멀어져 갔다. 마리에뜨는 울타리를 넘어 부인을 따라갔다. 그리고 갑자기 멈춰 서더니 무릎을 꿇고 성모송을 여러번 바치고 그 자세로 얼마 동안 있다가 다시 일어나 계속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 더 걷다가 또 다시 무릎을 꿇었다. 마리에뜨는 다시 또 미끄러지듯 움직이기 시작한 성모님의 손짓에 응하여 몸을 일으켰다.그리고는 돌연히 방향을 오른쪽으로 바꾸어 길가 경사지 밑쪽에 있는, 물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샘터로 갔다. 마리에뜨는 도랑가에서 무릎을 꿇었으며 성모님은 경사지의 꼭대기까지 가서 멈추어 섰다.성모님께서는 마리에뜨에게 말씀하셨다.
"손을 물에 담그렴",
마리에뜨는 머뭇거리지 않고 이에 따랐다. 두 손을 조심스럽게 물에 담그자 묵주가 손에서 미끄러져 내려왔다.성모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이 샘물은 나를 위하여 마련된 것이란다."
그리고 성모님은 작별인사를 하셨다.
"안녕, 다시 또 보자."
성모님은 마리에뜨에게 향한 눈길을 떼지 않은체 근처 전나무 꼭대기 위로 올라 갔다. 멀어질수록 성모님의 형체는 점점 작아졌다.

세 번째 발현
  1월 19일 저녁 7시경, 마리에뜨는 매섭게 찬 날씨 때문에 낡은 외투를 머리에 두르고 아버지와 함께 정원으로 나갔다. 그리고 집에서 몇 발자국 가지 않아서 눈 덮힌 땅바닥에 무릎을 꿇더니 낮은 목소리로 기도하기 시작했다. 곧 이어 그녀는 두 팔을 벌리더니 이렇게 외쳤다.
"아! 그분이 오셨다."
얼마간의 침묵후 마리에뜨는 물었다.
"나의 아름다운 부인, 당신은 누구십니까?"
그 부인은 응답하였다.
"나는 가난한 자들의 동정녀란다."
성모님은 소녀를 샘터로 인도하셨다. 마리에뜨는 침착하게 발을 떼어 걷다가 전날 멈추어 섰던 두 곳에서 발을 멈추었다. 소녀는 샘에 이르러 무릎을 꿇고 성모님께서 서 계신 곳을 바라보았다. 마리에뜨는 다시 물었다.
"아름다운 부인, 당신은 어제 '이 샘은 나를 위해 마련된 것' 이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왜 '나를 위하여' 라고 하셨습니까?"
성모님은 더욱 환히 미소를 지으시며 대답하셨다.
"이 샘물은 모든 나라들과 병든 이들을 위하여 마련된 것이란다."
마리에뜨는 분명하고 똑똑한 목소리로 되풀이 하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성모님은 또 덧붙여 부드럽게 말씀하셨다
"너를 위해 기도하겠다. 다시 또 보자꾸나."
성모님은 전날처럼 전나무 위로 점점 작아지며 사라졌다.

네 번째 발현
  1월 20일, 금요일. 마리에뜨는 몹시 아팠음에도 불구하고 저녁 7시경에 또 밖으로 나가 정원에서 무릎을 꿇고 로사리오 기도를 드렸다. 2분 후 그녀는 외쳤다.
"저기 계신다."
얼마 후 소녀는 똑똑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름다운 부인, 당신은 무엇을 원하십니까?"
성모님께서 대답하셨다.
"나는 작은 성당 하나를 원한단다."
성모님은 두 손을 가슴에서 떼지 않은 채 수평으로 폈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소녀에게 십자성호를 그어 축복하신 후 사라지셨다. 순간, 그녀는 의식을 잃었다. 아버지는 주위에 있던 이웃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마리에뜨를 집으로 옮겼다. 소녀는 곧 의식을 되찾았고 평온히 잠들었다.

다음 발현이 있기까지
1월21일 부터 2월 11일까지 마리에뜨는 매일 저녁7시에 정원에 나가 로사리오 기도를 바쳤다. 날씨는 아주매섭게 쌀쌀했지만 마리에뜨는 매일 끈질기게 기도하였다. 아주 추운 날에도 그녀는 홀로 가난한 이들의 동정녀를 진심으로 믿으며 또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였다.

다섯 번째 발현
  2월11일, 토요일. 마리에뜨는 또 다시 정원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소녀와 함께 있었다.두번째 로사리오 기도 후에 마리에뜨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 정원의 울타리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샘으로 걸어가며 예전대로 두 곳에서 정지하여 무릎을 꿇었다. 샘터에 다다르자 그녀는 무릎을 꿇고 허리를 굽혀 물 속에서 손을 담그고 묵주의 십자가로 성호를 그었다.
성모님께서 마리에뜨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고통을 덜어주려 왔단다. 다시 또 보자꾸나."
그리고 예전과 같이 사라졌다.

여섯 번째 발현
  성모님은 2월 15일 수요일 전에는 발현하시지 않았다. 수요일 저녁, 성모님은 기쁨에 넘쳐 있는 마리에뜨 앞에 다시 나타나셨다. 소녀는
"성모님, 본당 신부님께서 당신께 표징을 보여 달라고 저에게 부탁하셨습니다."
하고 청하였다. 성모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응답하셨다.
"나를 믿거라, 나는 너희를 믿겠다."
그리고 성모님은 소녀에게 비밀을 말씀하셨다. 그리고 사라지면서 다시 덧붙이셨다.
"기도 많이 하거라, 또 보자꾸나."

일곱 번째 발현
  월요일이었던 2월20일에는 눈이 많이 내리고 몹시 추웠다. 두번째 로사리오 기도가 끝나갈 때 마리에뜨는 갑자기 두 팔을 벌리고 더욱 빠른 속도로 기도하였다.
아름다운 부인이 다시 내려오셔서 소녀를 샘터로 인도하셨다. 마리에뜨는 같은 장소에서 무릎을 꿇고 매번 기도하였다. 샘에 이르자 성모님은 예전과 같이 미소를 띠시며 말씀하셨다.
"나의 사랑스런 딸아, 기도 많이 하거라."
그리고 나서 성모님은 미소를 그치고 떠나기 전에 좀더 엄한 목소리로 덧붙이셨다.
"다시 또 보자꾸나"

여덟 번째 발현
  3월2일 목요일엔 비가 억수같이 내렸다. 세번째 로사리오 기도를 시작할 때 갑자기 비가 그치더니 하늘이 개이더니 별들이 빛났다.
소녀는 갑자기 입을 다물고 팔을 벌렸다. 성모님께서마지막으로 발현하시는 것이었다. 성모님은 엄숙한 얼굴을 하고 계셨으며, 미소는 사라져 있었다. 성모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구세주의 어머니, 하느님의 어머니이니라."
얼굴에는 슬픈 빛을 띠신 채 성모님께서는 마지막 조언을 하셨다.
"기도 많이 하거라, 잘 있거라."
그리고 마리에뜨의 머리에 십자성호를 그어 축복하셨다.

발현에 대한 결론
  성모님께서 바느에 발현하신 사실과 성모님의 메세지는 성경과 오늘의 교회 현실과 정확히 일치한다.
-. 아주 가난한 가정의 소녀와 이름없는 "바뇌" 라는 작은 마을의 선택, 성모님 스스로 붙이신 (나는 가난한 이들의 동정녀다.) 란 호칭은 성경에 나와 있듯이 성모님의 가난함과 소박함을 밝혀준다.
-. 기도에 대해 여러번 권고하신 것 (세 번씩이나 '기도 많이 하거라' 하고 일러주심은 성경의 루가 복음서에서 예수께서 권장하시는 것과 일치한다. 오늘날 교회는 기도를 많이 하도록 강조하고 있다.
"나는 작은 성당을 원한단다."
성모님의 이 겸허한 부탁은 열렬하고 꾸준한 기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이 샘은 모든 나라를 위한 것이다."
바뇌의 메세지는 전 세계에 알려야 하는 구원의 기쁜 소식임을 증명해 준다.
-. "이 샘은 모든 나라들, 그리고 병든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되것이다."
"나는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왔다."
성경에서도 병자와 고통 받는 이들은 예수님의 대상이었다. 교회는 이들을 돕기 위해 여러 자선 봉사기관들을 만들어 왔다.
-. "나를 믿어라, 나는 너희를 믿겠노라."
는 말씀은 신약성서의 한 귀절과 유사하다. (나에게 머물러라, 나는 너희 안에 머물겠다.) 요한15,4
-. 성모님께서는 마리에뜨에게 네 번이나 말씀하셨다.
"물에 손을 담그렴, 이 샘은 나를 위해 마련된 것이다."
이 말씀은 예수님의 상징인 (영원히 넘쳐 흐르는 샘)과 유사하다.(내가 주는 물은 영원한 삶을 주리라.) 교황 바오로 6세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예수님을 잉태하신 은혜의 샘이신 성모님은 예수께서 우리에게 주신 전교의 임무와 세상의 구원을 위한 새로운 힘을 교회에 불어 넣어 주셨다.) 1964년 11월 21일.
-. 성모님께서는 엄숙한 목소리로 다음과같이 말씀하셨다.
"나는 구세주의 어머니, 하느님의 어머니이다."
이 것은 가난한 이들의 동정녀의 핵심이 되는 메시지일 것이다. (케르그 홉스 주교)
-. 부드럽고 사랑스런 목소리로 소녀에게 말씀하신 성모님의 말씀을 잊지 못할 것이다.
"너를 위해 기도하마...안녕...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안녕히."
성모님께서는 그녀에게 비밀도 말씀해 주신다.
-. 그리고 성모님은 두 번에 걸쳐 다르게 소녀에게 축복을 내리신다. 우리는 성모님의 이러한 행동 안에서 "가서 모든 이들에게 내가 너희에게 말해 준 것들을 알리라" 고 파견하시는 듯한 모습을 느낄 수 있다.
(바뇌의 성모 발현성지 한국판 안내서에서)

* * * *

  우선 바뇌의 성모님 발현성지를 일별해 봅니다. 성당이며 베꼬가 살던 집과 정원,또 다른 몇개의 작은 성당과 성모님상까지 모든 것들이 갈리버 여행기의 소인국편인가? 모두가 조그마하고 아담해서 외려 친근감이 더 들었읍니다.
루르드에서 올라온 후여서 자주 루르드와 비교를 해보게 되네요,우선 규모에 있어서 비교가 되지 않았습니다. 유럽 특유의 음울한 날씨에 전나무 숲을 훑고 지나는 바람이 불면 산은 깊은 울음을 길고 괴이하게 토하는 외지고 한적한 산촌이었습니다. 바로 이 곳, 벨지움의 아주 한적한 산골 마을에서 성모님과 마주했던 마리에뜨 베꼬의 순진무구한 영혼과 만나려 귀를 기울여 봅니다. 가만히 가만히...

  모두들 성모님께서 네 번째 발현 때 원하셨던 "작은 성당"으로 갔지요,
"세상에!" 가이드 말따나 세상에서 제일 작은 성당이라네요, 대 여섯명이 서 있어도 꽉 차버리는 성당,성모님이 발현하셨던 베꼬네 집 정원과 전나무숲 그위로 반짝이는 별이 쏟아지는 모습이 그려진 스태인 글라스와 왼쪽으로 약간 고개를 숙여서 더욱 예쁜 성모님이 우리를 반겨주고 이 성당을 짓는데 도움을 준 사람들의 이름이 쓰여진 이름표가 벽을 가득 채우고도 넘쳤습니다.
성당 바깥에는 미쳐 성당 안에 들어 오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나무로 만든 긴 의자가 가지런히 놓여 있고요, 마리에뜨가 성모님을 따라 걸어 가다가 무릎을 꿇었던 곳으로 우리도 베꼬처럼 걸어갑니다.사 오십여 미터 걸어 갔을까 성모님이 인자하게 두손으로 안수하려는 모습, 두 손을 가슴께 모은 자세로 우리를 반겨 주시네요.
거기는 바로 발현성지의 가장 중심지 한 가운데였는 데 우리 가슴께 정도의 높이의 받침대(?)에 계셨지요, 아마 두 번째 발현 때 회색 구름같은 것 위에 서 계셨다는 모습을 재현한 듯 했습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꺽어 약 십여 미터 거리에는 야트막한 언덕이 있고 언덕 경사 위에는 성모님이 계셨다. 고개를 왼쪽으로 갸우뚱한 것 외에는 흰 옷에 푸른 띠를 두르신 모습은 흡사 루르드의 성모님과 달라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바로 이곳 이었구나... 세 번째 발현 때 말씀하셨던 모든 나라들과 병든 이들을 위한 샘물이 아닌가, 내 욕심이 앞서서 물통에 샘물을 가득 받으며 깊숙이 들여 마십니다. 식도를 타고 내려가면서 정신이 번쩍 날 정도로 차가운 샘물은 내 밥통, 위장으로 들어가며 내 일상의 권태와 더러움을 깨끗이 씻어 주는게 아니겠습니까...
"밥통같은 녀석.."누군가 나를 힐난하는 소리가 들려서 주위를 돌아 보지만 고즈녁한 성지는 전나무숲을 훑고 지나는 하릴없는 바람소리만 이따금 들릴뿐 고요, 고요 자체였습니다.
정말이지, 멀리서 애써 찾아온 이 밥통같은 녀석이 성모님께서 마련하신 이 샘물을 마시고,번쩍 정신이 날 정도로 차가운 샘물이 제발이지 내 흐리멍텅했던 나 자신이 새로 태어날 수만 있다면 이 순례가 내게는 얼마나 고마울까, 아니지 이 곳으로 불러주신 "그분"의 놀라우신 은혜에 몸과 마음을 맡기면서 우리 내외는 무척 행복했습니다.

  우리가 숨쉬는 공기에 마리에뜨의 맑디 맑은 영혼의 떨림이 함께 하는 듯 청량한 초겨울의 바뇌는 우리에게
"봐! 잘 왔지 얼마나 좋아...이제 넌 나와 함께 걸어가야 하는거야..."
성모님이 속삭여 주셔서 또 기뻤습니다.

  한참이나 머물렀지만 우리에겐 너무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몇 군데의 경당중에서 "거룩한곳(sacrament)"경당에서 미사를 드렸지요.정말이지 이 성당은 우리나라 안동 교구의 시골 성당과 다를 것 하나 없는 규모와 내부 장식이 그지없이 평범해서 순간적으로 레지오 피정 온 줄 알았다니까요,
이 순례의 마지막 미사여서 퍽이나 아쉬워 했지만 더욱 집중을 할 수 있었답니다.
모두들 못 잊어 뒤돌아 보면서 성지를 나서는 모습이 다 제 마음같은가 봅니다. 세속의 때가 묻지 않은 바뇌가 또 보고 싶으면 어쩌지요? 첫 사랑의 애닳픔이 아무래도 돌아가면 또 여행가방 챙겨서 길 나설 것같습니다.

성지 바깓의 기념품 가게는 모두 철시했나 싶더니 다행히 베꼬집안의 누이라는 할머니가 아직 마리에뜨 언니가 살아 있다는 이야기를 하며 묵주를 골라 주었지만 우리뿐인 기념품 가게는 쓸쓸해서 겨우 몇 개만 집어들고 나옵니다. 사람은 역시 어울려 시끌벅적해야 신이 나고 사는 맛이 나나 봅니다.
그러나 근사한 레스또랑에서 우아한 점심을 들었다는 얘기는 꼭 해야 직성이 풀리겠습니다. 가장 유럽식 분위기가 풍겨나는 바뇌의 예쁜 레스또랑, 주근깨투성이 딸이 이웃 아이들과 소꿉놀이를 하는 한적한 식당에는 희끗 희끗한 콧수염이 어울리는 동네 할아버지와 할머니 두 분이 다정스레 이야기를 나누며 칼질하는 벽에는 사자 문양이 들어간 어느 귀족 가문 문장이 밑으로 내려 드리워 있고 뿔이 아름다운 숫 사슴의 어글 어글한 두 눈이 슬프게 먼 산을 꿈 꾸고있는 박제가 흰 회벽과 무척 어울려 보였습니다.
토마토가 들어간걸까요 붉은 스프에 빵을 적셔 먹으며 꽃무늬가 예쁜 하얀 접시에 놓여진 고기를 포크와 나이프를 정성껏 사용하여 우아하기 그지없는 벨지움의 성찬을 격조 있게 먹었습니다. 누가 그랬나요 유럽의 풀 코스성찬을 즐기는 게 바로 예술이라 하데요...
"모두 성인 되셨습니까?" 미소를 띠고 다짐하시는 송 요셉신부님과 봉헌초 타오르는 소리와 전나무숲을 지나는 바람소리 고즈녁한 바뇌의 일상, 소꿉놀이가 심드렁해서인가 우리 내외한테 주근깨 가득한 소녀가 말을 건내는 바뇌의 레스또랑, 모두가 우리를 불러주신 "그분"의 아늑한 품인양 일정도 관두고 마냥 머물러 있고 싶었드랬습니다 바뇌에서...

  간절한 목 마름으로 길 나선 순례자가 그리워 하던 "그분"을 만나고 돌아서는 마음 가득히 한 줄기 햇살이 보석처럼 빛났습니다.

.....바뇌를 떠나며 멀리 있는 우리아이 리오바, 프란치스꼬와 교리공부하시겠다고 어려운 결심을 하신 어머니께 제 마음 벅찬 기쁜 인사를 드립니다.

"기도 하거라, 기도 많이 하거라..."고 세번이나 거듭 당부하신 성모님 말씀을 우린 늘 기억하고 실천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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