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지난 29일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발표한 ''친일인명사전 수록인물'' 명단에 전 서울대교구장 노기남 대주교 등 가톨릭 인사 7명이 포함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하는 바이다. 과거사 청산이라는 시대적인 요청에 그 필요성과 조사의 어려움도 깊이 공감하는 바이다. 그러나 친일문제는 개인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중차대한 문제이기에 한 사람의 선의의 피해자도 없도록 전문가들이 깊이 연구하고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역사를 판단해야 한다.
일본은 전쟁 마지막 시기에 국민총동원 취지로 종교, 문화 등 각 단체마다 총동원단체를 일방적으로 만들었다. 각 단체의 책임을 진 사람은 일본이 강압적으로 만든 총동원단체의 장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천주교에서는 노기남 대주교가 대표가 되고, 신자들 중에서는 장면 박사가 대표로 됐는데, 단순히 강압적인 총동원단체의 대표를 맡은 것을 보고 친일이라고 판단을 내리는 것은 너무나 가벼운 판단이라 생각된다.
일제강점기 당시 서울대교구에 한국인인 노기남 주교가 계신 것은 가톨릭 신자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에게 큰 자부심을 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일제 치하에서 한국 가톨릭교회 최초로 한국인 주교가 임명되었다는 점은 민족적으로 대단히 뜻 깊은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단편적인 면만을 보고, 실제로 그분들이 일제 치하에서 어떤 희생과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과 판단, 올바른 조사가 결여된 것 같아 심히 유감스럽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는 친일파를 ''일본 제국주의의 국권침탈, 식민통치,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해 우리민족 또는 타 민족에 신체적ㆍ물리적ㆍ정신적으로 해를 끼친 자''로 규정했는데 이번에 친일인사로 발표된 가톨릭 인사들이 우리민족에 어떤 해를 끼쳤는지를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또한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사전편찬위원회의 친일인명사전 제작 과정에 단 한사람의 억울한 피해자도 나오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객관성과 진실성이 결여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2008년 4월 30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대변인ㆍ문화홍보국장
허 영 엽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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