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 (화)
(녹) 연중 제34주간 화요일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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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게,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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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영 [pennom] 쪽지 캡슐

2008-05-20 ㅣ No.120565

의정부 연천 성당의 전승규신부님께서
 
"얼마전, 제가 잘 아는 연세가 지긋하신 분이 찾아오셨습니다. 평소 소문내지 않고 좋은 일을 많이 하시는 분입니다. 그는 저에게 서산대사의 글이라고 하면서 시 한편을 주셨습니다. 그러면서 그 글이 꼭 자신을 두고 한 말 같아서 몇 번이고 읽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 여기에 적어봅니다." 하시면서 아래의 글을 <사목>지에 게재하셨습니다.
 
여보게, 친구야!
살아 있는 게 무언가?
숨 한 번 들이 마시고, 마신 숨 뱉어내고,
가졌다 버렸다, 버렸다 가졌다.......
 
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표 아니던가?
그러다가 어느 한순간, 들여 마신 숨 내뱉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는 것이지.
 
어느 누가,
공기 한 모금도
가졌던 것 버릴 줄 모르면, 
그게 곧 저승으로 가는 것인 줄 뻔히 알면서
어찌 그렇게 이것도 내 것, 저것도 내 것.
모두 다 내 것인 양, 움켜쥐려고만 하시는가?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저승길 가는 데는 
티끌 하나도 못 가지고 가는 법이리니,
쓸 만큼 쓰고 남은 것은 버릴 줄도 아시게나.
 
자네가 움켜쥔 게 웬만큼 되거들랑,
자네보다 더 아쉬운 사람에게 자네 것 좀 나눠주고,
그들의 마음 밭에 자네 추억 씨앗 뿌려
사람, 사람들 마음속에 향기로운 꽃 피우면
천국이 따로 없고, 극락이 따로 없다네.
 
생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스러짐이라.
뜬 구름 자체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니,
나도 죽고, 오고 감이 역시 그와 같다네...... 
 
"묘향산 원적암에서 칩거하시면서 많은 제자들을 가르쳤던 서산대사, 그가 85세로 운명하기 직전, 위의 시를 읊고 나서 제자들 앞에서 앉아서 입적하였답니다. 우리가 움켜쥔 게 웬만큼 되거든 우리보다 더 아쉬운 사람에게 나눠주고, 다른 사람의 마음의 밭에 우리의 추억의 씨앗을 남기는 것, 이것이 우리가 찰나를 살면서도 영원히 사는 길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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